한국투자증권 순영업수익 구성.(단위: 억 원, 별도기준) 자료=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 순영업수익 구성.(단위: 억 원, 별도기준) 자료=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리아] 증권업계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올린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선전하며 1위 탈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사와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새로 출범한 ‘김성환 체제’가 올해도 1위 수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5974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648억원으로 같은 기간 66.2% 늘어났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증시 활황에 힘입어 1조447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고 실적과 증권업계 1위를 모두 달성했다. 하지만 2022년 금리상승 및 증시 침체 등 비우호적인 업황으로 인해 순이익이 5357억원으로 급감했고 순위 또한 두 단계 아래인 3위로 내려갔다. 

지난해에도 부동산 침체, 해외 대체투자 손실, 고금리 장기화 등의 악재가 이어지며 증권사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오히려 반등에 성공하며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실제 지난해 10대 증권사(자기자본 기준) 순이익은 약 3.4조원으로 전년 대비 18.3% 감소했다. 10대 증권사 중 5개사는 2022년 대비 순이익이 오히려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외 부동산 관련 충당금 및 평가손실이 큰 폭을 증가하며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브로커리지(주식 위탁 매매) 거래대금 확대 및 운용 손익 호조에 힘입어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및 평가손실이 반영되며 한국투자증권의 기업금융(IB) 순영업수익은 2022년 5094억원에서 지난해 1695억원으로 66.7%나 감소했다. 하지만 채권운용이익 확대로 인해 운용부문 수익이 1471억원에서 3977억원으로 170.4% 급증했으며, 브로커리지 이자 또한 같은 기간 3345억원에서 4006억원으로 19.7% 증가해 성장을 견인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이 경쟁사와 격차를 벌렸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 2022년 1위를 차지했던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순이익은 5900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과의 격차는 74억원에 불과하다. NH투자증권(5564억원), 삼성증권(5480억원) 등 3~4위와의 거리도 가까운 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새로 취임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도 1위 수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투자증권에서 부동산금융센터장, 프로젝트금융본부장, IB부문 그룹장, 개인고객그룹장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아왔으며, 최근 정일문 전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올해 1월 1일부터 한국투자증권의 대표를 맡게 됐다. 

김 대표는 지난달 2일 취임사를 통해 “아시아의 골드만삭스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1등 전략’의 핵심 요소로 ▲글로벌화 ▲디지털화 ▲리스크 관리 ▲영업 지원 강화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올해 한국투자증권이 1위 수성을 위해 해외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글로벌 IB’ 도약을 선언하고 글로벌사업본부를 글로벌사업그룹으로 격상하는 등 해외 진출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의 미국 IB법인은 2022년 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93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홍콩·베트남법인도 각각 370억원(1492.2%), 261억원(291.7%)의 순익을 거두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해 우수한 상품과 딜을 적극적으로 런칭하고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타사와는 완전히 차별되는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IB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혔다.

간발의 차이로 1위 탈환에 성공한 한국투자증권이 해외 진출의 성과에 힘입어 올해도 1위 수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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