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중소벤처기업부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이코리아] 지난해 벤처투자액이 11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12.5% 줄었다. 주요 투자 대상으로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로봇 등 딥테크 분야가 주목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국내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을 발표했다. 해당 동향은 벤처투자회사 등과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술금융사) 등의 실적을 모두 포함한다.

2023년 벤처투자액은 전년대비 12.5% 감소한 10조9133억원으로 집계됐다. 벤처투자액은 2020년 8조1000억원에서 2021년 15조9000억원으로 급증했지만 2022년 12조5000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추가로 줄어들었다. 투자 건수는 7116건으로, 2021년 8063건, 2022년 7470건 대비 감소했다.

다만 2023년 연중으로는 회복세가 지속되었다. 작년 1분기 1조8000억원에서 2분기 2조7000억원, 3분기 3조2000억원, 4분기 3조3000억원 등 투자액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하반기의 경우, 2022년 하반기 대비 33% 증가한 흐름을 보였다. 또 벤처투자회사 등(신기술금융사 등 제외)의 월별 투자액도 1월 이후 상승세로 전환됐다.

중기부는 “각국 벤처투자는 유동성 확대 등으로 이례적으로 급증했던 2021~2022년 대비로는 줄었으나, 한국 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 벤처투자액은 8조962억 원으로 집계된 바 있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지난해 벤처투자액이 619억 달러로 2022년 대비 44.8% 급락했으며 미국의 벤처투자액도 2023년 1706억 달러를 기록하며 2022년보다 29.6% 줄어들었다. 

투자 대상으로는 비대면·생명공학(바이오) 등 2021~2022년 당시 선호도가 높았던 코로나19 관련 업종 대신 인공지능(AI) 반도체 · 로봇 등 기저기술(딥테크) 분야가 부상했다. 

‘정보통신기술(ICT)제조’, ‘전기·기계·장비’ 등 2개 업종 투자액은 전년 대비 63%, 40% 증가한 반면 ‘정보통신기술(ICT)서비스’, ‘유통·서비스’ 투자액은 각각 36%, 43% 감소했다.

연간 펀드 결성액은 12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중기부는 “비록 2022년 17조7000억 원 대비 28% 줄었으나, 2008년 이후 연평균 18% 늘면서 중장기 성장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벤처투자 시장의 중장기 성장을 견조하게 뒷받침할 수 있도록 벤처펀드에 대한 정책금융 마중물 신속투입, 민·관 공동펀드 조성, 신규 출자재원 발굴 등 다각도로 투자재원을 확충할 방침이다.

2024년 중기부 모태펀드 출자예산 9100억원의 전액을 1분기 내 출자하고, 민·관이 함께 조성하는 '스타트업코리아펀드'도 민간 출자자 의견 수렴 및 구체적 출자협의를 조속하게 진행해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

또한 벤처캐피탈이 해외 출자자를 유치하는 데 필요한 투자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모태펀드의 '글로벌펀드 출자사업'에서 외국 벤처캐피탈과 공동으로 운용하는 자기금(펀드)의 비중을 확대한다.

오영주 장관은 “2023년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해외 주요국 대비 우수한 회복 역량을 보여주었다”며 “업계에서도 2024년 투자 계획을 전년 대비 늘리는 등 향후 시장상황이 더욱 나아질 것이라는 현장 의견이 상당한 만큼,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적절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심은 올해 벤처업계 투자가 2022년 전처럼 풀릴 수 있을지 여부다. 업계에서는 전년보다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관측이 나온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20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올해 미국의 금리인하 전망 등 여러 상황을 봤을 때 벤처투자시장이 더 이상의 하락 추세는 나타날 것 같지 않다. 바닥을 다진 느낌”이라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좀 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게 합리적인 예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해외와는 달리 정부의 모태펀드 등 완충요소가 있어 시장이 확 꺾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갑작스런 벤처투자 시장의 상승세가 일어나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출자결정에도 시간이 걸린다”면서 “전고점인 2022년 수치를 완전히 회복하려면 2025년 이후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