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사진=NH투자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사진=NH투자증권

[이코리아] 임기 만료를 앞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증권업계 불황 속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한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오는 반면, 농협중앙회장 교체 및 옵티머스 펀드 관련 제재 리스크 등의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전날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기준 및 롱리스크 구성 등을 논의했다. 정 사장의 임기가 다음 달 1일 만료되는 만큼, 이달 내 롱리스트와 숏리스트를 추린 뒤 다음 달 중 최종 후보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8년 취임한 정 사장은 잇따라 연임에 성공하며 5년째 NH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다. 취임 첫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2021년에는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NH투자증권의 성장을 진두지휘했다. 

2022년에는 영업이익이 5214억원으로 전년 대비 60%나 줄어들며 부진했지만, 지난해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실제 지난해 증권업계 전반이 부진에 빠졌지만 NH투자증권은 전년 대비 39.2% 증가한 725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메리츠·삼성증권에 이어 업계 3위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5위)보다 두 계단 상승한 것이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564억원으로 전년 대비 84%나 증가했다. 이는 업계 전반이 부동산 침체 및 고금리, 해외 대체투자 부실 등의 악재가 겹쳐 부진에 빠진 가운데 거둔 성과인 만큼 주목할 만하다. 실제 지난해 증권업계 상위 10개사(자기자본 기준)의 순이익은 약 3.4조원으로 전년 대비 18.3% 감소했다. KB증권(3880억원, 99.2%)을 제외하면 10대 증권사 중 NH투자증권보다 순이익 증가율이 높은 곳은 없다.

업황 악화 속 선전으로 정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있지만 확신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무엇보다 다음 달 21일 취임하는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사로 비교적 독립적인 경영권을 보장받고 있지만, 중앙회의 입김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과거에도 농협중앙회장 교체 전후로 대규모 인사 교체가 이뤄진 전례가 적지 않기 때문.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장도 취임 당시 농협은행·생명·손보 등 금융계열사 대표들로부터 사표를 받았는데, 특히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의 경우 3연임이 확정된 지 두 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농협금융지주는 최근 안용승 비상임이사가 사임하면서 신규 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다. 비상임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만큼 금융계열사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다. 일반적으로 중앙회장의 최측근이 비상임이사를 맡아온 만큼, 이번 신규 이사 선임을 통해 신임 중앙회장의 의사가 계열사 인사에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정 사장 4연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던 옵티머스 펀드 관련 제재 리스크는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정 사장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처분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법원이 정 사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징계 효력이 일시 정지돼, 정 사장의 연임 도전도 가능해졌다. 

다만 라임 펀드 사태로 인해 같은 시기에 중징계를 받은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의 경우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음에도 지난해 12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농협금융지주 입장에서도 정 사장의 연임을 선택할 경우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은 부담이다. 

증권업계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온 ‘장수 CEO’ 정영채 대표가  새해에도 NH투자증권의 키를 잡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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