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최근 유틸리티 공기업 주가상승이 두드러져 눈길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롭게 도입할 202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추가할 예정이라는 뉴스가 이들의 주가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달간 한국전력(22.90%), 한국가스공사(26.82%), 한전KPS(10.96%), 지역난방공사(43.01%)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지난 19일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 유틸리티 공기업의 주가 상승 배경에는 주주가치 제고 노력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조만간 공개하는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 세부 평가 기준 중 하나로 '상장 공기업 주주가치 제고' 항목이 도입된다는 소식이 알려져서다.

올해 새로 도입되는 세부 평가 기준 중 하나는 ‘상장 공기업의 주주 가치 제고’ 관련 항목이다. 정부의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 따르면 △배당 수준의 적정성 △소액주주 보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모범규준 준수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성과가 평가 항목에 추가됐다. 앞서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행 방안 중 하나로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를 권고한 바 있다.

상장 공기업의 공익 우선주의와 이익 소홀 문제는 그간 한국 주식시장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로도 지적돼 왔다. 공공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간 기업 이익과 주주가치를 강조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부터는 기존 방향과는 다른 대응이 나타날 전망이다. 상장 공기업 중 유틸리티 섹터는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한전KPS, 한전기술 등이 해당된다.

상장 유틸리티 공기업 중 상당수가 저PBR주라는 점도 매수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스공사(0.26배), 지역난방공사(0.29배),  한전(0.43배)이 PBR 1배 이하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일본 사례를 들어 “트레이딩 관점에서 일본 전력유틸리티회사 사례가 인상적이다.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동경전력은 평균 PBR 0.4배에 거래되고 있으나, 배당을 지급하는 간사이전력은 평균 0.7배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2020년 이후부터 간사이전력은 동경 전력 대비해서 PBR 0.3배의 프리미엄을 인정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한국전력에 대입하면 △공공기관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기대감으로는 BPR 0.4 배(주가 2만1000원) △실제로 적극적인 배당이나 자사주매입으로 이어진다면 PBR 0.8 배(주가 4만1000 원)까지 내다볼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유틸리티 공기업이 올해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나 연구원은 “당사가 커버하는 한국전력은 지난 3년동안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되었다. 주요 원인에는 러-우 전쟁이 발생하고 연료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인상폭은 미미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면서 “2024년은 누적된 전기요금 인상의 효과로 영업이익 5조원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지난 18일 김동철 한전 사장의 최대 3000만원 규모 자기주식 매입 입장 발표도 호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김동철 사장이 자사주를 사들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상장 공기업 CEO 중 첫 자사주 매입 사례가 된다. 

다만, 20일 현재 코스피 지수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상장 공기업의 주가 강세도 다시 반전됐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한전은 전일대비 2.37% 내린 2만2650원에, 가스공사는 3.10% 하락해 2만9650원을 거래되고 있다. 전날 상한가를 기록한 지역난방공사는 10.15% 하락한 3만8950원을 기록 중이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경영평가의 변화가 한국전력 등 유틸리티 섹터 공기업의 비탄력적 요금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장기적으로 기대감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증권은 20일 보고서를 발표해 유틸리티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비중확대’로 상향하면서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2014년 말 정부 출자기관 배당성향 정책이 발표된 이후 오랜만에 이목을 끌 수 있는 정책적 이슈로 판단된다”며 “정부가 주주환원 판을 만들어준 만큼 적정한 수준의 별도 순이익만 기록하면 다시 배당 재개를 기대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 원자재 가격 등 조건은 다양하지만 현 상황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투자 대상으로서 섹터 본질이 회복될 여지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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