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지주사 주가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4대 은행지주사 주가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열풍’을 타고 대표적 저평가 종목인 은행주의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는 지난 19일 813.52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달 2일(683.24) 대비 140.25포인트(20.8%) 오른 것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0.4%)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KRX은행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은행지주사 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지주사 중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하나금융이다. 실제 하나금융 주가는 19일 종가 기준 5만8900원으로 연초 대비 37.6%나 상승했다. 그 뒤는 KB금융 28.4%, 우리금융 17.3%, 신한지주 14.5% 등의 순이었다. 

은행주 상승세의 배경에는 ‘더블 배당’과 ‘저PBR 열풍’이 놓여 있다. 금융당국의 배당절차 개선으로 대부분의 은행지주사가 결산배당 기준일을 2~3월로 미룬 덕분에, 1분기에 은행주를 보유하면 결산·분기 배당을 모두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게 된 것. 

게다가 최근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선언한 것도 은행주 상승세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17일 민생토론회에서 처음 언급된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주일 뒤인 24일 금융당국 및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도입 계획을 발표하며 공식화됐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의 이사회가 스스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이유를 분석해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적극 설명·소통하는 것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오는 26일 발표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PBR,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주요 투자지표 공시 ▲저평가된 상장사에게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및 ETF 도입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이 발표된 이후 PBR이 1배 이하인 저PBR주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인 은행주 또한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실제 KRX은행지수의 경우 ‘더블 배당’ 기대감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다. 증권업계 간담회 하루 전인 23일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문제는 은행주가 오는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뒤 찾아올 단기 조정 국면을 극복하고 상승 추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다. 이재선 현대차 증권 연구원은 “국내 저PBR 테마는 정책 기대감으로 오를 수 있는 상승분을 초과 달성했다”라며 “26일 밸류업 정책 발표 이후 저PBR 테마에 대한 관심을 재차 환기할 수 있는 요소는 수출 경쟁력을 높여 줄 원화 대비 강한 엔화가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수급은 다시금 이익 희소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금융당국이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일본의 경우, 기업가치 제고 정책이 발표된 후에도 은행주가 추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일본 은행주들은 글로벌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 직후인 2021년초부터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지만, 2023년 3월 JPX(일본거래소그룹)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이후에도 주가가 약 50% 추가 상승했다”라며 일본 은행들의 주주환원 제고 노력을 주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 일본 은행들의 총주주환원율은 2023년 3월 PBR 개선 정책 시행 이전 평균 약 40% 정도였으나, 지난해 자사주 매입 규모를 늘리면서 평균 50~60%대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로 인해 일본 은행주 PBR은 0.5~0.6배에서 평균 0.75배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일본의 리딩뱅크인 미쓰비시 UFJ의 경우 PBR이 지난해 3월 0.6배에서 현재 0.91배까지 올랐다.

반면, 국내 은행주의 주주환원율은 약 33~37% 수준으로 아직 일본 은행들보다 낮은 상태다. 신한금융이 올해 주주환원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주요 은행지주사가 주주환원 제고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자본비율 개선이 필요하다. 은행지주사가 추가적인 자본비율 개선 없이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것을 금융당국이 달가워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 

최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의 경우 건전성 관리 및 손실흡수능력 제고 등을 위한 자본 확충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일본 은행들처럼 총주주환원율을 단기에 상향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은행들만큼 큰폭의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은행주가 여전히 심각한 저평가 구간에 머물고 있다는 점, 외국인 투자자들의 은행주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은행주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만드는 요인이다. 

최 연구원은 “최근 주가 상승에도 국내 은행주의 평균 PBR이 0.4배를 하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0.5배 이상 수준으로의 주가 상승은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라며 “지난해 일본 금융주 주가 상승시 수혜를 크게 보지 못했던 해외투자자들은 이번 이벤트로 관심을 국내 은행주로 돌릴 수 있어 수급적으로는 오버슈팅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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