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기후행동 100+ 공식 엑스(X)닷컴 채널 갈무리
출처=기후행동 100+ 공식 엑스(X)닷컴 채널 갈무리

[이코리아] 글로벌 초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잇따라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연합(UN) 기후 동맹 탈퇴를 선언했다. 향후 국제 기후투자자 활동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5일(현지시간) JP모건과 SSGA(State Street Global Advisor)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기후행동(Climate Action) 100+’에서 탈퇴했다고 보도했다. 블랙록은 법인 회원자격을 철회하고 지사 단위로 축소 가입한다고 밝혔다.

이들 운용사들은 기후행동 100+를 탈퇴하는 이유로 2023년 하반기부터 적용된 정책이 지나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행동 100+는 2017년 12월 UN에서 온실가스 배출기업이 기후변화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자 주도 이니셔티브다. 협회가 설립된 이래 700개 이상의 금융 기관이 총 68조 달러(약 9경 848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관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기후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며 기후 관련 재무 공개를 강화하기 위해 기업들을 참여시키는 것을 포함한다.

기후행동 100+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투자 대상 기업에게 기후관련 정보를 공개하라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가이드 라인으로 해왔으나, 2023년 6월부터 투자 대상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정책을 전환했다. 

JP모건은 탈퇴의 이유로 사내 지속가능성 팀과 기후 위험 프레임워크의 확장을 언급한 반면, 블랙록과 SSGA는 동맹의 계획이 잠재적으로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JP모건은 성명을 통해 최근 몇 년 동안 사내 지속가능성 팀의 확장과 기후 리스크 프레임워크 구축으로 인해 기후 행동 100+ 투자자 그룹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SGA는 성명서에서 "SSGA는 서명자에 대한 강화된 기후 행동 100+ 2단계 요건이 의결권 대리 행사 및 포트폴리오 회사 참여에 대한 우리의 독립적인 접근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탈퇴에 대한 논평에서 “기후행동 100+의 2단계 요구사항이 고객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도록 요구하는 미국 자금관리자에 대한 법률과 충돌할 수 있으며, 자신은 펀드 고객들이 투자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옵션을 부여하기 때문에 가입 단위를 축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자산운용사들의 기후동맹 탈퇴는 지속가능한 투자의 세계적인 붐으로부터 이익을 얻으면서 석유와 가스산업에 동조하는 미 공화당으로부터 맹공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지난 2022년 미국의 웨스트 버지니아주는 JP모건, 블랙록, 골드만을 포함한 5개의 금융회사들이 화석연료 산업을 보이콧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새로운 국영 사업에 대한 이들의 참여를 금지시켰다. 

미국의 대표적인 석유 생산 주인 텍사스주는 '기후행동 100+'를 반(反)석유로 선언하고 블랙록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정부와 거래하는 것을 막았다. 또 다른 산유주인 오클라호마주도 2023년 JP모건과 블랙록 등이 주와 거래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지난해 6월, 미 하원 법사위원장 짐 조던(공화당)은 기후 행동 100+를 감독하는 비영리 단체인 세레스(Ceres)에 소환장을 발부했다. 조던 법사위원장은 이 단체가 미국 독점금지법을 위반하면서 기후 중심 이니셔티브를 통해 담합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던은 이날 X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JP모건과 SSGA의 오늘 결정은 자유와 미국 경제를 위한 큰 승리"라며 "우리는 더 많은 금융 기관이 담합적인 ESG 조치를 포기하는 데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JP모건과 SSGA, 블랙록의 이번 결정으로 세계 5대 자산운용사가 모두 기후행동 100+에서 탈퇴하게 됐다. SSGA와 JP모건은 각각 4조1000억달러와 3조10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뱅가드와 피델리티 자산운용은 기후행동 100+의 회원이 된 적이 없다. 다만, 기후행동 100+에는 여전히 골드만삭스, 인베스코, 핌코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남아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이탈은 주주 영향력을 활용해 오염배출 기업에 대한 탈탄소화 압력을 강화하려는 기후행동 100+의 계획이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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