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진=뉴시스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DB손해보험이 정종표 대표이사 사장의 단독 체제로 전환한 뒤 첫 성적표를 받았다. 3분기 부진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키고 호실적을 기록한 만큼, 정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DB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7494억원으로 전년(9880억원) 대비 77% 증가했다고 지난 7일 잠정 공시했다. 매출은 19조7612억원으로 전년 대비 13.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2356억원으로 같은 기간 67.7% 늘었다. 

DB손보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부진으로 메리츠화재에 2위 자리를 내주는 등 우려를 산 바 있다. 실제 DB손보는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36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5%나 줄어들었다. DB손보의 주요 해외거점인 괌과 하와이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로 일반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며 약 7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데다, 고금리로 보유 채권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투자손익 또한 줄어들었기 때문. 

이 때문에 DB손보는 3분기 기준 1조2624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하며 메리츠화재(1조3353억원, 전년 대비 26.7% 증가)에 2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1조5750억원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잠정 공시한 만큼, 연간 기준으로는 다시 2위 자리를 되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와의 격차 또한 좁혀졌다. 지난 2022년 삼성화재와 DB손보험의 당기순이익 차이는 2957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4분의 1 수준인 72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DB손보가 3분기 부진에도 호실적을 기록한 이유로는 안정적인 이익기반이 꼽힌다. 특히, 새 회계기준(IFSR17) 도입 이후 보험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로 떠오른 보험계약마진(CSM)에 있어 DB손보는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DB손보의 CSM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2.6조원으로, 삼성화재(13.3조원)를 제외하면 메리츠화재(10.7조원), KB손해보험(9.2조원), 현대해상(8.9조원) 등 다른 ‘빅5’ 손보사를 앞서고 있다. 

DB손보가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곧 임기가 만료되는 정종표 대표의 연임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2년 DB손보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정 대표는 지난해 김정남 DB손보 대표이사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원톱’으로 DB손보를 이끌어왔다. 

정 대표의 임기는 오는 3월 26일까지다. 13년간 다섯 차례 연임하며 DB손보의 성장을 이끈 김 부회장의 성과가 뚜렷한 만큼 정 대표의 부담도 작지 않았지만, 첫해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격화되고 있는 보험료 인하 경쟁을 이겨내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는 남아있다. 이미 손보사들은 자녀보험, 운전자보험 등 CSM 확보에 유리한 상품에 주력하며 보험료 할인을 통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지면서 보험료 인하 압박도 강화되고 있다. 

업계 1위 삼성화재와의 격차를 좁히는 것 또한 숙제다. 순이익·CSM 격차는 좁혀졌지만, CSM배수의 경우 삼성화재가 22.3배, DB손보가 18.5배(지난해 3분기 기준)로 아직 차이가 크다. CSM 배수는 신계약 CSM을 월납환산초회보험료로 나눈 값으로, CSM 배수가 높을 수록 같은 보험료를 받아도 판매이익이 더 높다. 

한편, 정 대표는 지난달 3일 신년사를 통해 “경쟁사들은 CSM 확보를 위해 시장을 과열시켜서 보험산업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지난해 수립한 요양·펫보험 등 미래시장 선도를 위한 사업모델들을 본격 추진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독대표 체제 첫해를 보댄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해 스스로 제시한 목표인 “회사가치 성장을 위한 구조적 수익성 확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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