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기로 발표하면서 의사단체와 정부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다수의 매체가 의사들의 반발을 ‘집단 이기주의’라고 비판하는 가운데, 양측의 ‘강대강’ 대치가 초래할 의료 공백을 우려하며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언론, ‘집단행동’ 움직임에 “의사단체, 집단 이기주의 매몰” 비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의대’, ‘의과대학’과 ‘증원’, ‘정원 확대’ 등을 함께 검색하자 지난 6일부터 16일까지 총 2586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의료계’, ‘의사’ 등 관련 부처 및 단체명을 제외하면, 의대 증원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핵심 키워드는 ‘집단행동’과 ‘총파업’이었다. 이는 언론 보도가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날짜별로 관련 기사량 추이를 살펴보면,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발표한 6일 가장 많은 365건의 기사가 보도된 이후 기사량이 점차 감소했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반대 입장을 낸 13일 352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가 동맹휴학 등 단체행동 관련 입장을 낸 15일 326건 등 의사단체 및 의대상의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이 격화됨에 따라 기사량도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불가피하게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언론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라며 비판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12일 사설에서 “의료인력이 부족한 데다 과중한 업무와 낮은 보상까지 겹치면서 외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체계는 기피현상이 만성화됐고, 지방 인구 감소와 맞물려 지역의료체계는 공동화에 빠졌다”라며 “현장을 뻔히 아는 의사들이 파업에 나선다면 직역이기주의라는 지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설령 문제가 있다면 대화로 조율해야지 환자를 볼모로 잡을 일은 아니다”라며 “사태 흐름을 잘못 읽고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명분도 실익도 못 챙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여론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중앙일보는 14일 사설에서 “정부의 의사 증원 방침이 확고한 상황에서 의사 단체들이 집단 대응을 고수할 경우 의료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이로 인해 환자들이 겪는 불편과 생명의 위협에 대한 책임은 의사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의사들의 자신감은 2022년 파업으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무산시킨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라며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의료 현장이 긴박했던 당시와 지금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3%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의사는 이 같은 민심을 이길 수 없다”라며 “의사들이 직역 이기주의나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집단행동에 앞서 구체적인 데이터를 갖고 정부와 협의하는 게 먼저”라고 조언했다.

 

6~16일 보도된 의과대학 증원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6~16일 보도된 의과대학 증원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의료공백 우려에 대화 필요성 강조, “의료개혁 계기 삼아야” 주장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의사단체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대전협은 16일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오는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힌 상태다. 대한의사협회 또한 17일 전 회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해 집단행동 시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국일보는 13일 사설에서 “최악은 의사단체들이 집단 휴진에 나설 경우이다. 정부는 이 경우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예정인데,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라며 “이런 사태까지 가시화하면 ‘강대강’ 대치로 의료현장이 파국을 맞게 되는 것이다. 가장 큰 피해는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의대 증원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이고 정부와 협의하는 게 우선”이라며 “의사들은 집단행동 카드를 내려놓고, 정부도 최대한 설득에 나서 ‘강대강’ 대치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이번 집단행동을 의료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문화일보는 16일 사설에서 전공의 사직 및 의대생 휴학 소식 등을 전하며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응급 당직을 주로 맡는 만큼 응급실과 수술실을 중심으로 의료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문화일보는 이어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의사들의 이번 집단행동은 명분이 없다”라며 “환자 목숨을 볼모로 한 오랜 악습을 끊어내기 위해서도 차제에 원격 의료와 PA간호사 허용 등 각종 의료 규제를 확 풀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한의사, 물리치료, 미용 시술 등과의 업역 충돌 문제도 해결할 절호의 기회”라며 “국민 모두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이번 기회를 의료 개혁의 기회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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