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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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삼성물산을 행한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배당 확대와 추가 자사주 매입 등 고강도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와 투자재원 부족과 경영 부담을 호소하는 삼성물산의 주장이 맞부딪히면서 투자자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삼성물산은 지난 15일 삼성물산 지분 1.46%를 보유한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오브런던과 한국의 안다자산운용, 미국계 헤지펀드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 5개 펀드 연합의 주주 제안을 다음 달 1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삼성물산에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각각 주당 4500원, 4550원씩 배당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주장 2600원을 배당할 계획이었는데, 이들의 제안은 삼성물산 계획보다 각각 각각 76.5%, 75.0% 증액된 것으로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전체 주주환원 규모만 총 1조2364억원에 달한다. 

행동주의 펀드 연합이 삼성물산에 이처럼 고강도 주주환원을 요구한 것은, 삼성물산이 지속적인 저평가에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지난 2일 발송한 주주 서한에서 삼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으며 건설·무역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을 보유하고 있는 데도 삼성물산의 주식이 순자산가치보다 65%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물산 주가는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9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통합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후 신주가 거래되기 시작한 지난 2015년 9월 15일 16만3000원에서 지난 15일 15만6300원으로 6700원(△4.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937.56에서 2642.01로 704.45포인트(36.4%) 상승했다. 

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인 배당수익률 또한 마찬가지다. 삼성물산의 배당수익률은 삼성전자의 특별배당금 덕분에 3.6%까지 오른 지난 2021년을 제외하면 대부분 2%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평균은 물론 코스피 평균(2017~2022년 평균 2.32%, 보통주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들은 “삼성물산 이사회는 장기적인 저성과에도 국내외 주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는커녕,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우리의 제안을 계속해서 무시해왔다”라며 “우리는 대부분의 주주들이 이러한 생각를 공유한다고 강하게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이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15일 공시를 내고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에 대해 “이러한 제안은 삼성물산이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심사숙고 끝에 수립한 3기 주주환원정책을 크게 초과하는 내용으로 경영상 부담이 되는 규모”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주주제안 상의 총 주주환원 규모 1조2364억원은 올해 삼성물산 잉여현금흐름(삼성바이오로직스 제외) 100%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삼성물산은 이러한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생할 경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사업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쓰일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자사주 소각은 불충분하며 추가 자사주 매입이 필요하다는 펀드 연합의 요구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연간 실적발표 이후 1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혔으나, 시티오브런던 등 펀드 연합은 자사주 추가 매입이 동반되지 않는 자사주 소각은 진정한 주주환원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삼성물산 주가가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이 60% 이상인 상황에서 자기주식 매입 수익률은 150%에 달하는 만큼, 이를 대체하는 현금활용은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국내 지주사의 순자산가치 할인율은 상장 자회사를 보유한 모회사 형태, 자산현금화 시 세금 고려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구조적인 문제로 많은 국내 상장 지주사들에 관찰되는 현상”이라며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단기에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임을 감안할 때, 할인율 해소를 전제로 제시한 자기주식 매입 수익률은 장기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삼성물산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계속 무시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이사진에서는 주주제안 측과 면담 7회, 이사회에서의 논의 11회 등 주주들의 의견을 충분히 이사회에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정책 수립에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삼성물산과 행동주의 펀드 간의 논쟁은 다음 달 1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통해 결론이 날 예정이다. 다만, 펀드 연합이 표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작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8.10%) 등 특수 관계자가 가진 삼성물산 지분은 33.63%로 우호세력인 KCC(9.17%)를 더하면 43%에 달한다. 1.46%에 불과한 펀드 연합의 지분율과는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이들의 주주제안이 주총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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