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미국 정치권에서 러시아의 우주 핵무기와 관련된 우려가 나오면서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터너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특정 안보 사항에 대한 기밀을 해제해 공개하라고 요청했는데, 이는 ‘불안정을 초래할 외국의 군사능력’에 대한 것이며, 이는 러시아가 개발 중인 위성 요격 핵무기라는 것이다.

해당 문제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전, 현직 관리들에 따르면 이는 러시아가 미국의 광범위한 위성 네트워크를 위협하기 위해 고안한 새로운 우주 기반 핵무기이며, 이러한 위성 파괴 무기가 배치되면 미국과 동맹국의 민간 통신, 우주 감시, 군사 지휘 및 통제 작전이 파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현재 미국은 그러한 무기에 대응하고 위성을 방어할 능력이 없다고도 전했다.

미국의 군 관계자들은 세 초강대국 모두 위성 요격을 통해 다른 국가의 눈을 멀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 러시아와 중국 모두 우주 군사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과학자 연맹의 핵 정보 프로젝트 책임자 한스 크리스텐슨(Hans Kristensen)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구 궤도에 배치된 적국의 위성 요격 무기는 미국의 핵 지휘 및 통제 위성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핵무기에 대한 지속적이고 원활한 통제를 보장하기 위해 위성에 의존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은 이를 노려 위성 요격 무기를 계속해서 개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미국은 핵 지휘 및 통제 위성에 대한 공격에 매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도 덧붙혔다.

한편 러시아는 이번 논란에 대해 악의적인 조작이자 미국 의회의 대 러시아 법안 통과를 위한 백악관의 정치적인 속임수라고 일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백악관이 세부 내용을 공개할 때까지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백악관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회가 자금 할당 법안에 투표하도록 독려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실제로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이 임박한 상황은 아니며, 긴급한 위험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레스터 대학교 부교수 블레딘 보웬 (Bleddyn Bowen) 박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논란에 대해 전혀 당황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먼저 우주 핵무기 배치는 국제 조약에 위배된다. 1967년에 미국, 영국, 소련 등 핵무기 보유국들이 서명한 국제 조약으로 인해 핵무기를 궤도에 진입시켜 우주 공간에 배치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1963년에는 우주에서의 핵폭발을 금지하는 부분 핵실험 금지 조약 역시 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위성 요격을 위한 핵무기로 인한 피해가 무차별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우주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면 반경 수천 킬로미터 내에 있는 모든 것의 전기 회로를 망가뜨리는 펄스가 발생하고, 이후 방사선으로 인해 지구 궤도의 더 넓은 부분에 있는 위성의 전기 회로를 망가뜨리게 된다. 이로 인해 통신이나 항법 등 많은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위성에 의존하는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될 텐데, 이 여파로 인해 러시아 역시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우주가 강대국들의 다음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관측은 이전부터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먼저 러시아는 이미 핵무기 없이도 위성을 요격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냉전 시기에는 해외의 위성을 공격하기 위한 자폭 위성을 대량으로 발사하는 등 각종 기술을 개발했으며, 최근 다시 위성 요격을 위한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자국의 위성을 대상으로 요격 실험을 진행했다가 대량의 우주 파편이 발생해 국제적인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를 두고 러시아가 신중하지 못한 시험으로 수많은 우주 파편을 만들어냈다고 비난했으며, 영국 역시 파괴적인 위성 미사일 시험은 우주 안보와 안전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이 미국의 새로운 우주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양국이 서로의 위성 궤도를 노린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최근 우주 경쟁에서 러시아보다 중국을 더 큰 위협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이 미국과 연합국의 주요 우주 자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지녔다고 바라보고 있다.

미 국방부의 문서에 따르면 중국군은 대만에 대한 군사 공격의 일환으로 구름을 투과해 통신 및 정보 위성을 교란할 수 있고, 우주 공간에 펼쳐진 위성 네트워크의 성능을 저하하거나 파괴할 수 있으며, 탄도 미사일 조기 경보 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지니고 있다.

버지니아의 싱크탱크인 비확산 정책 교육 센터(NPEC)는 중국이 이르면 2026년에 200개의 공격 위성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공격 위성은 표면적으로는 다른 위성을 진단하고 수리하기 위한 검사 위성으로 위장하고 있으며, 지상에서의 명령으로 이를 공격 위성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장이다. 

또 NPEC는 중국의 이런 공격 위성이 미국의 GPS 체계를 구축하는 36개의 위성을 신속하게 무력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중국은 정밀 무기를 조종하고 유도하는 미국의 주요 방법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