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콘 코리아2024가 개최된 코엑스 전시장.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세미콘 코리아2024가 개최된 코엑스 전시장.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이코리아]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주최한 ‘세미콘 코리아 2024’ 전시회가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2일까지 3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개최되었다.

ASML, TEL, HITACHI 등 내노라하는 장비제조기업들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같은 칩제조회사들을 포함한 500개 업체가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행사의 주제는‘경계를 넘어선 혁신’이었는데 이글에서는 치열한 반도체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국기업들의 핵심 전략을 살펴보기로 한다.

한국의 1인당 GDP를 뛰어넘은 대만 기업들의 약진은 이번 전시회에서 돋보였고, 반도체 재굴기를 꿈꾸는 일본기업들의 참여도 적극적이었다. 미국발 대 중국 제재로 일부 서방국가들의 중국 수출이 막혔지만, 28나노 이상의 구세대 반도체에 장비를 공급하는 도코일렉트론, 스크린홀딩스 등의 지난 해 매출액은 이미 10% 이상 늘어났고 일본 기업들의 분발은 돋보였다.

지난 2023년 4분기, 삼성전자의 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매출액은 21조원, SK하이닉스 매출액은 11조원였다. 같은 분기 미국 인텔의 매출액은 약 20조이고, 엔비디아의 매출액은 9조원, 대만 TSMC의 매출액은 6조원, 독일 인피니온의 추정 매출액은 6조원이다. 인텔을 제외하면 아직 이 기업의 매출액은 한국 주요 기업 매출액에 미치지는 못한다. 

대만계 업체의 스테핑모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대만계 업체의 스테핑모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국은 반도체 매출 상위 5위 중 2개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통제 완화 후 지속적으로 진행된 수요 감소로 메모리반도체 매출은 전분기 보다 20% 이상 감소했고, 이는 한국 기업들의 일시적 실적저하로 이어졌다. 

한국기업들은 고대역폭 메모리(HBM)분야와 간단한 연산작업을 메모리에 부담시키는 PIM분야에서 상당히 앞서가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미국과 대만에 아직 뒤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랜스포스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시장점유율은 `미국 68%, 대만21%, 중국 9%이다. 삼성전자의 메모리는 너무나 유명하지만 삼성전자의 CPU는 유명하지 않고, 삼성전자가 만든 AP는 엑시노스 이외에 널리 유명한 것이 없다. 

디스크형태로 가공된 실리콘.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디스크형태로 가공된 실리콘.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지난해 인공지능의 급격한 성장은 GPU나 NPU에 대한 급격한 수요의 증가로 이어졌고, 엔비디아의 경우 전분기보다도 4% 정도 매출이 증가했다. 엔비디아와 TSMC의 동반성장은 대만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필자도 지난 해 방문한 대만에서 위와 같은 사실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AI반도체 분야만 본다면 엔비디아가 이미 8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해 400달러 거품설을 무색하게 만들더니 이미 7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H100이나 A100과 같은 히트 상품들을 내어놓고 있는데, H100 GPU카드 1장은 5천만원에도 구하기 힘들다. 미래가치를 반영한 엔비디아 시총은 이미 2,200조원에 달하여 MS와 애플에 이어 당당히 시가총액 3위를 차지하고 있다. M&M은 이제 알록달록한 초콜렛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AI 최강자인 Microsoft, 엔비디아, Meta을 치칭하는 호칭이 되었다. 

이미 AI반도체의 최강자로 등극한 엔비디아는 최근 40조원을 이상을 투자하여 모바일폰과 비디오게임에 특화된 칩에 주력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선두자리에 선 엔비디아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활용할 특화된 칩생산도 진행하고 있다.

과거 ​한국의 대중국 수출 1위는 반도체였으나 최근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크게 막히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한국과의 협력이 아니라 이미 경쟁상대로 등장했다. 다만, 중국이 서방진영의 공급망에서 지속적으로 배제되는 동안, 한국기업들은 미국과 서방진영에 대한 수출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달 오픈AI의 CEO 샘 울트만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그는 최근 자체 AI칩 개발을 위하여 무려 9,000조원을 조달할 원대한 계획을 밝혔다. 9,000조원은 한국 국가예산의 15년치에 달하는 방대한 금액인데, 샘 울트만은 개당 1억원정도의 특화된 NPU카드 8천만개를 사용하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공지능을 구축할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충분한 생산여력과 기술인력을 보유한 한국기업들이 위 프로젝트에 참석할 수 있지만 반도체 업계의 사활을 규정하는 프로젝트에서 대만계의 TSMC가 한국기업 대신 수혜를 입을 수도 있다.

뜨거워지는 반도체 전쟁에서 삼성전자는 생존을 위하여 다양한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인텔이나 TSMC보다 앞서나간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기술이다. GAA기술은 트랜지스트의 게이트를 기존의 2면이 아닌 3면이나 4면으로 둘러싸 속도, 집적도, 소비전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HBM과 GAA와 더불어 고급패키징 기술의 활용도 주요한 경쟁우위 요소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위와 같은 기술적 우위에 더하여 다양한 강유전물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3나노 이하의 반도체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물질들을 적용하면 전류가 밖으로 새거나 반응속도가 지연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애플의 M2칩에는 무려 670억개의 트랜지스터가 있는데 조금씩 전류가 새거나 반응속도가 지연된다면 전체적인 수행력은 매우 떨어진다.

독일계 Beckhoff사의 서보드라이버.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독일계 Beckhoff사의 서보드라이버.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국은 전세계 1/3을 차지하는 중국과 그 협력국가들 시장을 일부 포기하고 2/3를 차지하는 자유진영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하여, 한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ASML은 이미 유럽시총 3위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는데 최근 중국에 심자외선장비(DUV)를 수출하려다 바이든 정부의 요청으로 선적을 중단해야 했다.

그렇지만, ASML은 지난 12월 2나노공정의 핵심이 될 차세대 노광장비인 '하이-NA EUV' 6대를 미국의 인텔에 무리 없이 공급했으며, 자유진영에 선 삼성전자도 이 장비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 장비는 대당 5,000억원에 달하지만 렌즈와 반사경의 크기를 키워서 2번이 아니라 단 한번의 빛주사로 노광작업을 완성하여 공정속도를 크게 개선하고 소재의 낭비를 줄인다. ASML는 년간 단 10대 정도만 이 장비를 생산할 수 있다.

중국의 화웨이는 2009년 스마트폰 U8200을 내어놓았고, 2011년 Ascend시리즈를 출시하였지만, 미국의 규제로 그 후 신규 스마트폰의 개발과 출시는 상당히 지연된 바 있다. 미국발 재제를 극복하려는 중국은 비록 기술격차는 있지만 28나노 이상의 구세대 반도체 공정에 집중하고 있다. 

서방세계의 다양한 규제에도 중국 SMIC는 상하이에 11조원 상당액을 투자하여 28나노칩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여러 중국기업들은 올해 말까지 무려 31개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다수의 중국 기업들은 이미 미국발 규제를 일부 해결하고 이번달 스페인에서 개최되는‘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 다양한 폴더블폰과 거대자연어처리 인공지능칩을 탑재한 제품 등 신무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TSMC는 서방세계와의 연대를 위하여 약53조원을 투자하여 미국 아리조나 피닉스 인근에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다. 또한 TSMC는 일본정부로부터 약 26조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일본 큐수의 구마모토에 2개의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며 자유진영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에 대응하여 지난 2021년부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22조원을 투입하여 4나노 공장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늦어도 올해 7월부터는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추진하는 다른 전략은 무인화이다. 삼성전자는 웨이퍼의 절단, 세정, 특성별로 분류, 계측, 검사 등 모든 과정에서 자동화와 무인화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팹 천정에는 웨이퍼를 이송하는 여러 OHT를 볼 수 있었는데, 삼성전자는 향후 제조공정에서 OHT에 탑재까지 로봇의 운영을 확대하고 사람의 손을 줄일 계획이다.

삼성의 무인화 혁신이 완료되면 제조인력은 85%나 감소하고, 1인당 담당하는 장비는 8배나 많아진다고 한다. 또한 인간의 실수에 의한 고장발생은 90%가 감소하며 전체적인 효율은 2배 정도 증가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테슬라가 추진하는 것처럼 2030년경에는 100% 무인공장 자동화를 완성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SANYO에서 출시한 다양한 서보모터 DD모터, 리니어모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일본 SANYO에서 출시한 다양한 서보모터 DD모터, 리니어모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이러한 변화의 추세에 맞추어, 공정 무인화와 관련된 다양한 업체들이 이번 전시회에 제품을 출시했다. 일반적인 반도체 제조는 웨이퍼제조, 산화공정, 노광공정, 식각공정, 증착공정, 이온주입공정, 금속배선 공정으로 나누어지는데 유체나 가스를 제어하는 공정이 많다. 참관객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유체를 제어하는데 사용하는 정교한 솔레노이드 밸브와 다양한 제어장비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정밀제어를 위하여 새로운 DD모터나 리니어모터의 상당수도 전시회에 선보였다. 전통적 제어 전문업체 이외에 산요 등 여러 일본기업들이 다양한 DD모터 등을 전시회에 출시했다. 물론 기존에 많이 사용되던 서보모터나 스테핑모터 제품군도 다수 전시되었는데 엔비디아나 TSMC와 같은 대만계 기업의 신규 약진으로 대만산 제품은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미중간 반도체 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기업들은 중국과 대만, 일본기업들의 강도 높은 추격에 직면하고 있다. 진영 간 다툼으로 확대되는 이 전쟁은 단기간에 승패가 결정될 전쟁이 결코 아니다. 전투는 치열하게 장기간 이어질 것이며, 세계경제와 국제정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수의 한국기업들은 국가경제의 존망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이 전쟁에서 지속적인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 연구개발에 매진하면서도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슬기롭게 대응하는 현명한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필자 소개]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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