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포스코그룹
사진=포스코그룹

[이코리아] 포스코 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에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확정됐다. 35년 정통 ‘포스코맨’인 장 회장후보의 선정 배경으로 그룹 내 다양한 역할을 맡아온 풍부한 경험과 함께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8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선정하고, 이를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인할 예정이다. 장 후보는 3월 21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포스코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장 후보는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 학사 및 석사, 미국 MIT 해양공학 박사를 취득하고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으로 입사한 이래 RIST 강구조연구소장, 포스코 신사업실장, 철강마케팅솔루션실장, 기술투자본부장, 기술연구원장 및 철강생산본부장 등을 역임한 철강 및 신사업분야 최고 전문가다.

장 후보가 차기 회장이 된다면 '서울대 엔지니어 출신 회장의 포스코 내부 인물'이라는 공식도 유지되는 셈이다.

장 후보는 사업형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했던 포스코의 철강부문장(대표이사 사장)으로서 그룹 핵심인 철강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몫을 담당했다. 장 후보는 재임시절 철강과 신사업 성적인공지능(AI) 신기술을 이용한 제철소 스마트팩토리 체계를 구축해 국내기업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C)의 '등대공장' 선정을 주도했다.

장 후보는 또 신사업과 마케팅 및 해외 철강 네트워크 구축 등 그룹 사업 전반을 경험했다. 신사업 부문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리튬을 포함한 양·음극재 중심으로 재편하며 이차전지소재 및 원료 중심의 그룹 신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장 후보는 철강사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신사업 부문에서도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이끌었던 경험이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조직 내부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도 주목 받았다. 노사관계에서는 사측 대표로 활동하면서 특유의 친화력과 현장중심의 행보를 보이면서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등 인자하고 넉넉한 성품으로 구성원들을 아우르는 덕장형 리더로 평가 받았다. 

약점으로 꼽히는 것은 나이다. 장 후보는 이번 후보군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만 68세로, 이번에 물러나는 최정우 회장(만 66세)보다도 고령이다. 외부에선 신사업에 대한 이해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엔지니어 출신 내부 인물인 장 후보에 대한 후추위와 내부 평가는 긍정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희재 후추위 위원장은 "장인화 후보가 저탄소 시대에 대응하는 철강사업 부문의 글로벌 미래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부문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을 충분히 잘 수행할 것으로 후추위는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후추위는 공정하고 투명한 프로세스를 거친 인선임을 강조했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교체기마다 끊임없는 외풍에 시달려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취임한 권오준 전 회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단 한 번도 함께하지 못하다가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진 사임했고, 최정우 회장 역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한 번도 포함되지 못하는 등 정부 행사에 배제됐다.

이와 관련해 장 후보는 상대적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적은 것이 강점이다. 장 후보는 8대 회장인 권오준 측 인사로 분류되지만, 정작 권 전 회장이 재선임 논란을 겪은 2017년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됐다. 2020년에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원사격으로 사내이사 재선임에도 성공했을 정도다. 

장 후보는 이후 최정우 회장 체제에서도 대표이사로 철강 부문 전체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2021년 3월 임기가 종료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현재까지 포스코 자문역으로 활동해 여전히 경영 현안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철강은 포스코의 본업이자 최근 건설 시황 악화, 탄소중립 대응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업이기도 하다.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2023년 연간 매출 77조1272억원, 영업이익 3조531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이 8.9%, 영업이익은 27.2%로 감소했다. 태풍 힌남노로 인한 침수로 인해 4개월 가량 생산이 중단된 2022년보다 악화된 성적이다. 

차세대 먹거리인 이차전지 소재 사업이 전기차 수요 둔화로 성장세가 꺾인 점도 실적부진의 한 축이다. 이차전지 소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영업이익은 360억원으로 전년 대비 78.4%나 급감했다. 장 후보는 무엇보다 본업인 철강업의 경쟁력 회복 과제가 우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장 후보의 그룹 후보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과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 등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장 후보는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과 중국 이사회 호화 출장 사건으로 경찰에 고발된 상황이다.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차기 회장 부적격자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 반발도 크다. 경북 포항지역 시민단체인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22일 예정된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기공식 철회, 포스코홀딩스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에 장 전 사장의 회장 선임 무효화 등을 촉구했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연금의 선택이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의 지분 6.71%를 소유한 최대 주주다. 앞서 국민연금은 현 최정우 회장의 3연임에 반대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최종 후보는 내달 2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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