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롯데손해보험이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매각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02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이는 지난 1946년 대한화재해상보험으로 회사가 세워진 이래 최대 연간 실적이다. 

앞서 롯데손보는 지난 2022년 6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부진에 빠졌으나,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실적이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은 2조5767억원으로 전년(2조3292억원) 대비 10.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397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주가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13일 롯데손보 주가는 전일 대비 775원(29.87%) 오른 3370원으로 장을 마쳤다. 롯데손보 주가가 종가 기준 3000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9월 19일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롯데손보가 실적 개선에 성공하면서 올해 매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지난해 매각주관사로 JP모건을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2019년 롯데손보 지분 53%를 3734억원에 인수한 JKL파트너스는 이후 3562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77%까지 늘렸다. 

롯데손보는 MG손해보험 등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다른 매물에 비해 덩치가 큰 중형 손보사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노리는 금융지주사 등이 매력을 느낄 만한 우량 매물로 평가받아왔다. 시장에서는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의 롯데손보 지분의 매각가격으로 2~3조원 수준이 거론되기도 했다. 

문제는 그동안 롯데손보의 실적이 들쭉날쭉해 정확한 가격 산정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실제 롯데손보는 지난 2019~2022년 4년간 2021년(1294억원)을 제외하면 2019년(-709억원), 2020년(-310억원), 2022년(-765억원) 등 나머지 3개년도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부진한 실적을 지켜본 원매자들이 3조원에 달하는 매각가를 수긍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난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롯데손보의 기업가치도 재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수익성이 높은 장기보장성보험 비중이 2019년 50%대에서 지난해 80%대로 크게 높아졌다. 롯데손보의 장기보장성보험 원수보험료는 2022년 1조8669억원에서 지난해 2조1336억원으로 14.3% 증가했으며, 전체 원수보험료에서 장기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86.2%로 전년(80.2%) 대비 6.0%포인트 증가했다. 

장기보장성보험이 성장하면서 보험계약마진(CSM)도 개선됐다. 롯데손보의 CSM은 지난해 말 기준 2조3966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42.9%나 증가했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의 미래 이익을 현실 가치로 나타낸 것으로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CSM이 크게 개선된 만큼 롯데손보가 가지는 매물로서의 매력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보험사 M&A 시장이 침체된 상황이라는 점은 변수다. 실제 KDB생명보험의 경우 하나금융지주가 인수전에서 물러나며 6번째 매각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MG손해보험 지난해 2월 예금보험공사가 공개 매각에 나섰으나 단 한 건의 인수의향서도 제출되지 않았다. 물론 규모나 건전성 측면에서 롯데손보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보험사 M&A 시장의 분위기가 롯데손보에 우호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손해보험 부문 강화가 필요한 주요 금융지주사 실적이 지난해 부진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2조5167억원)이 전년 대비 19.9% 감소했다. 게다가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를 우선하고 있어 롯데손보 인수전에 뛰어들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부실자산비율 또한 롯데손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가중부실자산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0.81%로 국내 보험사 중 가장 높았다. 

가중부실자산비율은 자산건전성 분류 대상 중 가중부실자산의 비율로 낮을수록 자산건전성이 좋다는 뜻이다. 롯데손보의 가중부실자산비율은 지난 2022까지만해도 0.26~0.37%를 오갔으나 지난해 들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총 여신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지난해 3분기 기준 3.11%로 국내 보험사 중 가장 높았다. 

롯데손보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이유로는 대체투자 손실이 꼽힌다. 롯데손보는 다른 손보사보다 대체투자 비중이 큰데, 금리 인상으로 관련 손실이 불어나면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했다는 것. 이 때문에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 인수 이후 대체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있으나, 아직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 매각주관사인 JP모건은 최근 원매자와 1대1 미팅을 통해 매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개선에 성공한 롯데손보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연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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