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항공
사진=대한항공

[이코리아]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승인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9부 능선을 넘긴 가운데 미국의 승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13일 필수 신고국가인 EU 경쟁당국(EC)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정조치의 이행을 경쟁당국으로부터 확인 받은 후 거래  종결이 이루어지는 형태다. 지난 2021년 1월, 유럽연합과 기업결합 협의를 시작한 지 3년 만이다. 이로써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13개국에서 승인을 완료하게 됐다. 

유럽연합 측은 인천에서 유럽을 오가는 14개 노선 중 파리와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의 중복 노선을 국내 저비용항공사인 티웨이 항공사에 넘기는 조건으로 양사 결합을 승인했다. 또, 아시아나 항공의 화물 사업부도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유럽연합은 이번 조치로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조건이 모두 이행된 뒤에야 최종 승인이 되는데, 업계에서는 오는 10월 전까지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건은 마지막 남은 필수신고국인 미국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합병으로 미주 일부 노선에 대한 독점 우려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경쟁이 줄면 항공료가 인상돼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대항항공 측은 화물 사업은 아시아나 항공 소유분을 매각하기로 한 이번 방침으로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미국 5개 노선(뉴욕, LA,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호놀롤루)을 경쟁제한노선으로 판단해 시정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이미 시정조치를 약속한 노선들에 대해서는, 유럽과 유사한 방식(화물 분리 및 여객 신규 사업자 진입에 협력)으로 미국과도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까지 완료되면 실질적 통합까지는 2년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 측이 올해 6월말까지 미국 경쟁당국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화물 건 매각 절차도 완료해야 하고 미국이 EU처럼 따로 승인을 발표하지 않고 반대하면 소송을 진행해서 실제 합병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기업 결합이 성공하면 대한항공은 세계 10위권 규모의 대형 항공사로 몸집이 커지게 된다. 또한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 아시아나 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3개 항공사의 통합도 추진되는 등 저비용 항공업계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궁극적으로 양사 및 저비용항고사들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확실성 및 불필요한 경쟁 억제, 기재운영 규모의 경제 등 합병효과가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신규사업 진출 기업은 시장의 기대를 받겠지만 사업 안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인수 관련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되었다.  피인수기업의 경우에는 재무적 불안감이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및 유럽 중복 노선을 인수한 항공사들이 시장의 기대를 받겠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업을 인수할 후보로는 저비용항공사들이 주로 거론되나 단거리 비환승객 중심의 저비용항공사 사업모델은 장거리 여객이나 해외 화물 영업과는 조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한국인 여행 비수기에도 장거리 여객 노선을 안정적으로 채울 수 있는 환승객 확보, 해외 항공화물 고객 확보, 기존 고객 이탈 방지 등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고 강 연구원은 짚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합병 시 긍정적 효과(비용 절감, 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가 분명하다. 대한항공의 재무건전성은 매우 높은 상황(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 199%, 순차입금 4.4조원)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재무적 부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미국 경쟁당국 승인 절차와 티웨이항공의 유럽 4개 노선취항은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여 티웨이항공은 이들 중 가장 빠르게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스팟 코멘트를 통해 “기본적으로 장거리 취향 기회가 열리는 저비용항공사들에게 호재”라면서 “티웨이·에어프레미아가 장거리로 범위를 넓히면 일본·동남아 경쟁도 자연스레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티웨이항공이 운영하는 3대의 A330 여객기는 현재 싱가포르, 삿포로, 오사카, 방콕 등 중단거리 노선에 주로 취항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반대로 대한항공은 기회를 양보하는 셈이라 그동안 무리한 인수 추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받아 왔는데, 이제는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며 “장거리 노선 일부 이관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알려졌던 내용으로 아시아나 화물기도 노후기종임을 감안하면 인수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필요한 경쟁 억제, 기재운영 규모의 경제 등 합병효과는 변함없이 유효하다”며 “대한항공 부채비율이 200% 수준임을 감안하면 재무 불확실성도 과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저평가 국면이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