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의원 세비(급여) 삭감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과도한 의원 세비를 삭감하고 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국회 개혁과 세비 삭감을 동일시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1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회의원은 우리 국민 중위소득에 해당하는 액수를 세비로 받자”라고 제안했다. 한 위원장은 “지금까지 우리가 낸 정치개혁과 다르게 제 개인 생각”이라면서도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직이라 상징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중위소득에 해당하는 정도의 액수를 세비로 받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을 예전부터 해왔다”고 말했다.

올해 국회의원 연봉은 지난해보다 1.7% 오른 1억5700만원으로 이미 지난달 20일 약 1300만원의 첫 월급이 의원들에게 지급됐다. 반면,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올해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 월 572만9913원으로 연봉으로 환산하면 6876만원에 해당한다. 한 위원장 주장대로라면 의원 연봉은 약 8824만원(△56.2%) 줄어들게 된다. 

국민 여론은 한 위원장의 주장이 동조하는 분위기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5~7일 서울·인천·경기지역 24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 세비를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에 해당하는 정도의 액수로 책정하자는 주장에 얼마나 동의하나”라는 질문에 응답자 71%가 “동의한다”라고 답했다. 보수층(77%)과 진보층(66%), 국민의힘 지지층(83%)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층(64%) 등 정치성향과 지지정당을 막론하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과반수가 의원 세비 삭감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 韓 국회의원 연봉,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니...

국회의원 세비 삭감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높은 우리 사회의 특성상 국회의원 정수를 축소하고 세비를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반복돼왔다. 이러한 주장이 여야를 가리는 것도 아니다. 실제 지난해 3월에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가구당 평균소득에 세비를 맞추자”라며 “‘세비 절반’을 먼저 국민 앞에 약속하고 그 다음에 국회의원 정수 논의에 들어가야 국민의 마음을 열고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국회의원 세비 삭감 주장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급여 수준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부경쟁력연구센터가 지난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연봉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5.27배로 조사 대상 34개국 중 세 번째로 많았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우리나라 의원 연봉(2022~2023년 기준) 1억5500만원은 같은 해 1인당 GDP(3만2142달러,)의 3.4~3.6배에 해당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9년 이후 의원 연봉이 17만4000달러에서 동결된 상태다. 2022년 기준 미국 1인당 GDP인 7만6399달러로 나누면 약 2.28배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한국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미국이 한국과 1인당 GDP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국가 중 의원 연봉이 높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국회 의원의 연봉이 많다는 주장은 근거가 있는 셈이다.

국회의원 세비 삭감 논란이 반복되는 또다른 이유는 국회에 대한 높은 불신때이다. 많은 연봉을 받아가면서도, 민생 현안에는 무관심하고 의정활동도 게으르다는 것. 실제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23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회가 공정하게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질문에 동의한 응답자는 76%에 달했다. 반면 국회가 공정하게 기능을 수행한다는 응답은 6.1%에 불과했다. 

이러한 불신은 국회가 자초한 측면도 크다. 정부경쟁력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연봉 대비 효과성(의회 활동 능력)은 조사 대상 27개국 중 26위에 불과했다. 연봉 대비 행정부 견제 효과 또하 25개국 중 23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지출되는 세비에 비해 입법 효율성이 낮은 만큼 국회에 대한 신뢰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 '국회의원 세비 삭감=국회개혁'?

다만 국회의원 세비 삭감이 국회 개혁의 해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7일 발표한 ‘국회의원 급여는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보고서에서 “의원은 단순히 입법활동뿐만 아니라, 행정부의 정책집행을 감독하며, 예산결산심사를 통해서 재정통제권을 행사한다”라며 “이와 같은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는 의원에게 그에 합당한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재임기간동안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따라서 의원은 일반적으로 공무원 급여 체계상 최고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이는 일반 근로자의 평균소득보다 훨씬 많다”라고 설명했다.

국회가 스스로 세비를 결정하는 ‘셀프 인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회윤리청을 통해 의원 급여의 조정폭을 제한하는 영국처럼 독립된 외부기구에서 의원 세비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오히려 영국처럼 외부에서 의원 세비를 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미국의 경우 법을 통해 의원 보수 인상율이 연방공무원 급여 인상율을 넘지 못하도록 정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의회가 입법권을 통해 연봉을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유권자의 비판을 의식해 미국은 2009년 이후 현재까지 의원 급여를 동결하고 있다. 독일·프랑스·일본 등도 관련 법률에 따라 최고위 공무원 급여와 연동해 의원 세비를 정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정치의회팀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국회 개혁이 논의될 때마다 ‘급여 삭감’이 단골 의제로 등장한다”라며 “과연 의원급여를 삭감하면 국회개혁이 용이해 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이어 “국회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대의민주주의의 성공인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의 다양한 부문에서 유능한 인재를 의원으로 충원해야 한다”라며 “막중한 책무를 갖는 의원에게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의정활동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그 필요조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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