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자 호라이즌 5 상점 페이지 갈무리
= 포르자 호라이즌 5 상점 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마이크로소프트의 레이싱 게임 '포르자 호라이즌 5'에서 진행 중인 설날 시즌에서 중국 이용자들의 리뷰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포르자 호라이즌 5는 오픈월드 레이싱 게임으로, 세계 각국 제조사의 실제 차량이 등장한다. 지난 2021년 출시된 뒤 정기적으로 새로운 차량을 게임에 추가하고 있다. 이번에 음력설을 맞아 각종 중국 자동차와 함께 아이오닉 6, 코나 등 현대자동차의 차량 3종을 함께 출시했는데, 중국 이용자들이 이를 문제삼은 것이다.

= 스팀 상점 페이지 갈무리
= 스팀 상점 페이지 갈무리

중국 이용자들은 음력설이 중국의 명절인데 신규 차량 리스트에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포함된 점을 문제 삼았다. 또 한국차량 3종은 모두 게임 플레이를 통해 무료로 얻을 수 있지만, 일부 중국 차량들을 유료 DLC로 따로 내놓은 점도 비판했다. 지난 31일 출시된 중국 차량 팩 DLC는 리뷰 테러로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기록하고 있다. 

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는 “(음력 설)은 중국의 설날이며 한국의 음력 설날이 아니다. 음력 역법도 중국인이 발명했다.”라며 부정적인 리뷰를 올렸으며, 또 다른 이용자는 새해 이벤트 제목을 ‘중국 설 (Chinese new year)’이 아닌 ‘음력 설 (Lunar new year)’로 표기한 것조차 문제 삼았다. 

= 포르자 호라이즌 5 상점 페이지 갈무리
= 포르자 호라이즌 5 상점 페이지 갈무리

이러한 음력 설을 둘러싼 ‘중국 설’ 논란은 게임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재 음력 설은 한국과 중국 외에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기념하고 있다. UN은 지난해 12월 음력 설을 문화적 다양성 차원에서 보장할 수 있는 ‘유동 휴일’로 지정한 바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중국 설’ 용어를 강조하며 아시아 각국의 설 문화는 모두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를 두고 자문화중심주의에 기반한 문화공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 매체가 미국 백악관의 음력 설 행사에 중국 전통 공연 같은 중국 문화가 포함되어있지 않다고 비판하거나, 소셜 미디어에서 ‘음력 설’, ‘한국 설’ 등의 용어가 사용되면 중국 누리꾼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국이 중국 설을 훔친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공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지난해에는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다니엘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새해 인사를 전하면서 영어로 ‘중국 설’이라고 표기했다가 국내 팬 사이에서 논란이 되었다. 이후 다니엘은 “음력 설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여러 국가 및 지역에서 기념하는 명절이기 때문에, 저의 표현은 부적절했고 이 부분 깊이 반성하고 있다.”라고 팬들에게 사과했다. 반대로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유튜브에 ‘2023 Happy Seollal Greeting’이라는 영상을 올려 음력 설을 아예 한국식 발음인 ‘설날’로 표기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또 대영박물관이 설날을 ‘Korean lunar New year’라고 표기했다가 중국인들의 항의를 받아 게시글을 삭제한 사례도 있으며, 디즈니랜드가 중국어와 함께 한국어, 베트남어로 음력 설 새해 인사를 올렸다가 중국 누리꾼들의 공격이 이어지기도 했다.

매기 잉 지앙(Maggie Ying Jiang) 서호주대학교 부교수는 지난해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갈등이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 간의 문화적 정체성 갈등과 현재 지정학적 환경에서 나온다고 짚었다. 중국의 이웃 국가들이 ‘음력설’을 강조하는 것은 독자적인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고 홍보하려는 노력이라는 주장이다. 

또 최근 몇 년간 정치적 갈등, 경제 보복, 팬데믹 기간 동안의 여행 제한 조치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 되었다는 점과, 중국에서 민족주의가 부상한 것 역시 이러한 갈등의 원인 중 하나라고도 덧붙혔다.

= 서경덕 소셜 미디어 갈무리
= 서경덕 소셜 미디어 갈무리

‘음력 설’ 표기 확산 캠페인을 진행중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3일 소셜 미디어에서 유럽 축구 구단들이 '중국 설'로 표기한 점에 대해 비판하며 해당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서 교수는 “음력설'(Lunar New Year)은 중국만의 명절이 아닌 한국을 비롯한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이 기념하는 명절이다.”라며 “중국만의 명절인양 '중국설'(Chinese New Year)로 표기하는 것은 아시아권의 보편적인 문화를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비판했다. 또 설냘을 ‘중국 설’로 표기한 유럽 구단에 '음력설' 표기에 대한 정당성을 알리는 항의 메일을 보내는 등 설 명칭과 관련된 활동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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