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이 지난 7일 금융당국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했다. 사진=대구은행
대구은행이 지난 7일 금융당국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했다. 사진=대구은행

[이코리아]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한 데 이어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준비하는 컨소시엄도 늘어나면서, 이들이 기존 시중은행의 독과점 체제를 뒤흔들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12개 지역 소상공인연합회와 각종 소상공인·소기업 관련 35개 단체로 구성된 ‘소소뱅크설립준비위원회’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인 ‘캐시노트’의 운용사 한국신용데이터의 ‘KCD뱅크’ ▲현대해상과 핀테크기업 렌딧, 세금 환급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 외환 결제 스타트업 트레블월렛이 구성한 U뱅크 컨소시엄 등 3곳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소소뱅크는 이미 2019년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를 신청한 바 있으나 자본금·사업계획 등 인가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인가 신청에 실패한 바 있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해외자본 유치를 통해 소상공인을 위한 인터넷은행 설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KCD뱅크 또한 한국신용데이터가 캐시노트를 운영하며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니어·외국인·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에 대한 포용금융을 내세운 U뱅크는 손해보험업계 ‘빅3’ 중 하나인 현대해상이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현대해상은 이미 2019년 토스뱅크 출범 당시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했을 정도로 인터넷은행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보험업계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는 만큼, 은행업 진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잠재적 신규 플레이어로 꼽히는 곳은 ‘제4인뱅’만이 아니다. 대구은행은 지난 7일 금융당국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전국구 영업이 가능한 데다 조달금리도 낮아질 수 있는 만큼, 지방은행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은행권 경쟁을 촉진해 독과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와 일치한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은 여러 차례 은행권 경쟁이 부족하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적인 측면이 있다”라며 투명한 거버넌스와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열린 10번째 민생토론회에서도 “은행과 금융기관 간의 경쟁 촉진을 시켜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금융소비자로서 독과점의 피해를 덜 보고 유리한 입장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 또한 지난해 소규모 특화은행 설립을 통해 은행권에 새로운 플레이어를 투입함으로써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인해 논의가 중단됐지만, 최근 ‘제4인뱅’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으로 은행권 경쟁 촉진 논의가 재개된 셈이다.

다만 ‘제4인뱅’과 대구은행이 은행권의 독과점을 해소할 ‘메기’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기존 시중은행과의 덩치 차이가 너무 크다. 우선, 대구은행의 지주사인 DGB금융지주의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3조원으로 KB금융지주(716조원), 신한지주(690조원), 하나금융지주(602조원), 농협금융지주(531조원), 우리금융지주(486조원) 등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시중은행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야 하지만, 이 경우 자본비율 하락 등의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제4인터넷전문은행 또한 자본조달이 가장 큰 숙제다. 세 컨소시엄 중 은행 운영의 노하우를 전수해줄 기존 시중은행의 참여를 끌어낸 곳은 아직 없다. 초기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년간 자금을 지원해줄 투자자를 찾는 것도 급선무다. 

게다가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권에 ‘혁신’을 불러왔는지에 대한 회의론도 여전하다. 케이·카카오·토스뱅크는 높은 편의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금리 등 차별점을 앞세워 자리를 잡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 대부분을 이자이익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은행이 아직 전통적인 은행과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금융당국은 자본금, 사업계획, 주주구성 등 기존 인가요건 외에도 중금리대출 계획, 신용평가모델(CSS) 등 새로운 인가 기준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대구은행과 새로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권에 혁신을 불러올 ‘메기’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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