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내달 4일까지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3.5톤 트럭을 이용한 시위를 진행한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올해 성과급을 기본급의 340∼380%, 전체 평균 362%로 책정한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블라인드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내달 4일까지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3.5톤 트럭을 이용한 시위를 진행한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올해 성과급을 기본급의 340∼380%, 전체 평균 362%로 책정한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블라인드 

[이코리아]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사측의 성과급 규모에 반발해 트럭 시위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연간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성과급은 전년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자 일부 직원들이 시위에 나선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익명 모금을 통해 내달 4일까지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3.5톤 트럭을 이용한 시위를 진행한다.

이 기간 전광판에 '경영목표 명확하게 성과보상 공정하게', '피와 땀에 부합하는 성과체계 공개하라' 등의 문구를 쓴 트럭이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LG에너지솔루션 본사가 있는 파크원을 중심으로 여의도 일대를 순회한다.

노사 갈등의 쟁점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액을 영업이익에 포함시켜 성과급을 산정하느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전기차 시장 수요 성장세 둔화 영향으로 올해 성과급을 기본급 대비 평균 362%로 책정했다. 이는 전년 성과급이 870~900%였던 것과 비교해 대폭 축소됐다. 미국 IRA 상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가 변동성이 큰 점을 고려했다는 이유다.

최근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급 관련 불만이 거세게 일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일 최고경영자(CEO) 김동명 사장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동명 사장은 "현행 성과급 방식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많은 고민을 통해 1분기 내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며 ”경쟁사 대비 보상과 처우도 향후 총 보상 경쟁력을 더 높여 경쟁사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올해 성과급을 사측이 기본급의 340∼380%, 전체 평균 362%로 책정한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22년에는 성과급이 기본급의 450%였다.

이번 시위 주최 측은 "사측은 IRA 관련 업무를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IRA에 따른 이익금을 재무제표상 이익으로 구분했으나, 성과급 산정 시에는 제외해 비용을 절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 IRA 포함 재무제표상 이익을 바탕으로 성과급을 산정하고, 타사와 동일한 재무제표 기준 이익금의 일정 규모를 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하는 '프로핏 셰어링'(Profit sharing) 방식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성과급 설명회 및 지난 2일에 진행한 CEO 타운홀 미팅에서 보여준 사측 및 경영진의 일방적인 소통에 대한 사과도 요구했다. 

트럭 시위는 다음 타운홀 미팅인 3월 4일 직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시위 주최 측은 내달 4일에 열릴 타운홀 미팅에서도 사태 해결에 대한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 단계를 높여가며 계속 투쟁할 것임을 알렸다. 

회사 측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이미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성과급 기준 등 동일한 내용을 익명 트럭집회를 통해 또다시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사업 목표는 수주 현황과 외부 환경 예측치 등을 기반으로 철저한 준비를 통해 수립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영 성과급은 매출, 영업이익의 재무성과와 경쟁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되며 회사 출범 이후부터 매년 동일한 산정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70%라는 역대 최고의 성과급 지급이 가능했던 것은 기준이 되는 2022년도 재무성과를 목표 대비 높은 수준으로 달성했기 때문"이라며 "IRA 세액 공제의 경우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목표수립 때부터 성과지표에 아예 반영하지 않았다. IRA 세액공제를 반영한다고 해도 회사의 성과급은 목표 대비 달성도에 기반하기 때문에 올해 성과급에는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상장회사로서 사업목표의 공식적인 공개가 제한되고, 외부 환경에 따라 사업 실적 대비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수준과 괴리감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1분기 내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구성원들도 납득할 수 있는 성과급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성과급 논란을 두고 주주 등 외부 이해관계자의 시선은 차갑다. 성과급 대신 배당금을 늘려달라는 개인 투자자의 요구가 적지 않고, 대규모 투자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에 과도한 성과급 지급 논란이 회사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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