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부영그룹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부영그룹

[이코리아] 저출산 문제를 보다 못해 기업이 뛰어들었다. 국내 재계 서열 22위 부영그룹이 직원이 아이를 낳으면 1명당 1억 원의 파격적인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5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2021년 이후 태어난 70명의 직원 자녀 1인당 현금 1억 원을 지원하는 출산장려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기업 사례로는 최초로, 이번 출산장려책에 따른 지원 규모는 총 70억 원이다. 

이 회장은 이 같은 방침을 소개하면서 "해당 정책을 앞으로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또 "국가로부터 토지가 제공된다면 셋째까지 출산하는 임직원 가정은 출생아 3명분의 출산장려금이나 국민주택 규모의 영구임대주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부영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강하게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파격적인 지원책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비슷한 사례로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올해부터 첫째 500만원, 넷째 2000만원의 출산축하금 지급을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주주 자금이 들어가 있는 상장 기업의 경우에는 수십억 원을 복지 혜택으로 지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또 부영의 파격적 출산장려책이 확산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세금이다. 회사가 직원에게 1억 원을 지급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근로소득으로 잡혀 소득세를 떼게 된다. 직원들의 기본 연봉이 있으니 1억원을 추가로 받으면 근로소득 1억5000만원 초과 구간에 해당해 최대 38% 세율이 적용되는 것이다.

가령 연봉 8000만원 직원이 1억원의 장려금을 받게 되면 소득이 올라가 높은 소득세율(1억5000만원 초과 시 누진세율 38%)을 적용받게 된다. 

부영은 고심 끝에 근로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직원 자녀에게 직접 증여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이 경우에도 증여세 10%를 적용받아, 장려금을 받은 직원은 나중에 증여세 1000만원을 내야 한다. 다만 수령자 세금부담은 줄지만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회사의 세부담은 커진다. 

다만 세무당국이 이를 증여로 볼지, 근로소득으로 볼지 판단 여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  이에 업계에선 저출산 문제는 국가 대사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출산 지원에 나서도록 세금을 면제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독일의 경우 독신가구에서 두 자녀가구로 바뀔 때 조세부담률이 15%포인트(p) 가까이 절감하게 된다. 또 미국, 프랑스, 독일, 호주 등의 선진국들은 국가 차원의 출산장려금이 상당하다.

프랑스는 GDP의 약 4%를 가족정책 예산에 할애하는 나라로, 여성 1명당 출산율이 1.83명으로 유럽 국가 중 가장 높다. 자녀가 2명이면 월 140.54유로, 3명이면 월 320.59유로, 4명 이상이면 한 명당 월 180.06유로를 지급한다. 지원금은 14년 동안 매달 70.26유로씩 늘어난다. 이 외에 가족보조금, 가족지원금이 따로 지급되며, 임신 기간 동안 매달 1009유로의 출산비가 지원된다. 남성의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7일간 의무화며, 최장 28일까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앞서 EU는 회원국들에 출산 후 남성에게 2주 간의 휴가를 보장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독일은 올해부터 남성의 2주간 유급 출산휴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일본의 경우 적극적인 유연 근무제 도입이 기업 생산성뿐만 아니라 출산율에도 도움을 준 사례가 있다. 이토추상사는 야근금지와 추가아침근무 추가수당 정책으로 회사 출산율이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2년 3월 31일 기준 여성 직원 1명당 2명의 자녀를 출산했는데, 이는 일본 전국 출산율인 약 1.3을 넘어선 수치다. 미쓰이스미모토 손해보험은 지난해 초부터 동료의 육아휴직으로 업무량이 늘어난 일부 직원들에게 최대 700달러를 지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더불어 국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육아휴직 활성화 등 아이 키우기 좋은 사내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가족친화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직장인이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하는 가족친화 사회 환경을 만들기 위해 2008년 처음 시행됐는데, 공공기관은 2017년부터 인증이 의무화됐다.

여성가족부가 매년 신청 기업과 기관을 심사하여 가족친화 인증기업·기관을 선정한다. 선정된 기업과 기관은 △정부·지자체 사업자 선정 시 가점 △중소·중견기업 투융자 금리 우대 △출입국 우대카드 발급 등 220여개의 혜택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신규인증은 3년 동안 유효하고 이후에는 일정 심사과정을 거쳐 2년간 유효기간을 연장한다. 그 이후에는 3년마다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 따르면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기업은 2022년도 5415개에서 2023년 5911곳으로 늘어났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18개 기업이 가족 친화 표창기업으로 선정됐으며, 10개 기업이 최고기업으로 지정됐다. 대통령 표창은 롯데엠시시㈜, 서비스탑㈜, ㈜산호수출포장 등 3개 기업, 국무총리 표창은 ㈜경남은행, ㈜사이버다임 등 5개 기업이 받았다.

지난해 대통령 표창을 받은 롯데엠시시는 2017년 남성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고 선택적 근로시간과 시차출퇴근제 등을 운영해 가족친화 직장 문화를 만든 공로를 인정받았다. SK텔레콤 고객서비스 자회사인 서비스탑은 자동 육아휴직제도 도입과 난임치료휴가 제도 확대, 산부인과 진료비 지원 등을 통해 일·가정 양립에 기여한 것에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수출포장 전문기업인 산호수출포장은 육아휴직 중 육아지원금을 지급하고 자녀 학자금, 출생축하 지원금을 지급해 가족친화 문화를 넓혀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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