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교보증권이 증권 업황 악화 속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하며 종투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830억원, 당기순이익 77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0.7%, 78.6% 증가했다고 지난달 15일 공시했다. 교보증권은 금리안정화에 따라 보유자산 평가손익 및 운용실적이 회복됐다며 실적 상승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증권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및 해외 대체투자 손실 등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소형사는 물론 대형사 실적도 기대를 하회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만큼, 교보증권의 높은 성장세는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교보증권의 호실적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 획득에도 힘이 될 전망이다. 앞서 교보증권은 지난해 8월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방식으로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종투사 인가 조기 취득을 위한 조치라고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교보증권은 ‘국내 1호 증권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자기자본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조8696억원으로 11위에 머무르고 있다. 증권사가 종투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3조원 등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교보증권의 자본 규모는 아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교보증권은 오는 지난해 상반기 기업설명회에서 2029년까지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해 종투사로 전환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추가 증자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설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교보증권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호실적은 종투사 인가 조기 취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만한 요소다. 

교보증권의 종투사 인가 취득은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과 연동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해 2월 이사회를 통해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인한 생명보험 업황 악화를 극복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교보생명에 치중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는 만큼, 자회사 중 가장 덩치가 큰 교보증권의 사업성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증권사가 종투사 인가를 받게 되면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고,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어 수익성 제고를 노릴 수 있다. 

문제는 유상증자 이후에도 교보증권의 자기자본 규모가 종투사 요건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2029년까지 자기자본 3조원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1800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하다. 증자만으로 1조원 이상의 자본을 확충하기는 어려운 만큼, 교보증권의 자체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교보증권이 종투사 인가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뿐만 아니라 내부통제도 강화해야 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종투사는 위험관리 및 내부통제 등을 위한 적절한 인력, 전산시스템 및 내부통제장치를 갖춰야 한다.

앞서 교보증권은 지난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펀드 불완전판매 등으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펀드 판매 과정에서 투자제안서 및 상품설명서에 중요 내용이 누락된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채 투자자에게 설명자료로 제공한 것. 지난해 5월에는 차액결제거래(CFD) 담당 임원의 배임 정황이 금감원에 의해 드러나기도 했다.

교보증권도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개편에 나섰다. 교보증권은 지난달 투자심사 업무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리스크관리본부 외에 리스크심사본부를 신설하는 한편,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기존의 최고고객책임자(CCO) 조직을 소비자보호본부로 개편했다. 교보증권이 수익성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종투사 인가 조기 취득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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