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 뉴시스

[이코리아] 전 세계적으로 군사용 AI의 개발과 사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 세계 각지에서 군사용 AI의 실전 사례가 나오고 있으며 주요국들 역시 무인기 운용, 정보 수집과 분석,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용도로 군사용 AI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한편 한반도에서도 북한이 새해 들어 미사일 시험발사와 각종 위협적인 발언을 이어가며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의 AI 역량과 군사용 AI 개발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은 이전부터 AI 기술에 관심을 가지며 기술 개발에 매진해왔다. 지난 1997년에 북한에서 내놓은 자체 개발 바둑 AI ‘은별’은 여러 차례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김일성종합대학에서는 AI 번역기 ‘룡남산 5.1’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일성종합대학은 이 외에도 음성인식 프로그램, 문서인식 프로그램, 얼굴인식 시스템 등 각종 AI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어 북한은 이미 AI 분야 연구개발에 충분한 역량을 갖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군사 분야는 어떨까. 스웨덴 외교부 산하의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 (SIPRI)가 지난 2020년 내놓은 보고서 ‘AI, 전략적 안정성과 핵 위험(Artificial Intelligence, Strategic Stability and Nuclear Risk)’에 따르면 북한은 국제 제재 등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군사적 목적의 AI 개발에 집중해왔다. 

SIPRI에 따르면 북한은 90년대부터 AI 기술을 개발해 왔으며, 37개의 신설 대학을 포함해 총 85개의 정부기관이 AI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북한은 이를 사이버 작전, 무인기, 주민 감시 등 전방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북한이 AI를 활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는 사이버 작전이 꼽혔다. 북한은 AI를 기반으로 한 사이버 공격 능력을 개발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 확장 억지력의 무력화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AI 역량에 대한 경고는 최근에도 나왔다. 미국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가 지난 23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과 원자로 등 핵시설의 보호, 워게임, 주민 감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하려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이 AI를 활용해 진행중인 워게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지난 2022년 북한 학술지 '정보과학'에는 강화학습 기반으로 워게임 시뮬레이션 개발에 초점을 맞춘 연구 프로젝트 내용이 실렸다. 북한 과학자들은 강화학습의 실행속도에 주목해 워게임에 적용했으며 전투 승리, 적에게 떨어진 포탄 수와 발사된 포탄 수의 비율, 총 분쟁 시간 대비 생존 시간 비율 등을 보상 선정의 기준으로 삼았다. 보고서는 이것을 북한이 구상한 워게임의 환경이 포탄이 사용되는 전술적 수준의 실제 분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AI는 공중전 시뮬레이션에서도 활용되었다. 북한 연구진은 중국이 진행한 '공중전 시뮬레이션을 위한 적응형 인간 행동 모델링' 연구를 참고해 현재의 초보적인 게임 시뮬레이션을 넘어 군사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워게이밍 시뮬레이션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 뉴시스
= 뉴시스

국내에서는 북한의 군사용 AI 개발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백종욱 국정원 3차장은 지난 24일 판교 국가사이버안보협력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해커들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라며 “생성형 AI를 활용해 해킹 대상을 물색하고 검색하는 정황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또 북한이 사이버 공격에 AI를 활용하는 흐름은 아직 초기 상태에 불과하지만, 상용화된 기술을 활용하는데서 더 나아가 북한 자체적인 생성형 AI를 개발하려는 동향도 있다고 경고했다.

군 내부에서도 북한 AI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전부터 나왔다. 김민혁 육군 분석평가단 중령은 지난 2021년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AI를 미사일, 사이버, 소형 잠수정 등 비대칭 전략무기체계 위주로 적용해 군사 무기화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와 사용인구가 세계적인 수준인데 비해 사이버전에 대응할 능력이 저조해 북한이 이를 노려 AI를 군사화해 사이버 분야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AI를 적용해 우리 군의 레이더 탐지망 및 요격망을 회피하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고도 짚었다.

한편 우리 군 역시 AI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국방부는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는데, ‘AI 기반 핵심 첨단전력 확보’가 주요 과제로 포함되었다. 전방 감시 소초(GP)와 일반 전초(GOP), 해안‧해상과 후방의 주요 기지에 대해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를 활용한 경계작전 개념을 발전시키고, 작전사령부급 이하의 부대구조는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국방 AI 센터가 창설되어 각 군, 방사청, 연구기관 등에 흩어져 있던 AI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센터는 국방 AI 기술의 기획, 연구, 운용과 성능개량까지 전 주기를 총괄 지원하는 R&D 전담 조직으로 운영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