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사진=삼성전자

[이코리아] 삼성전자가 주력인 D램이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왔다. 전체 반도체 부문은 적자 폭을 줄이면서 흑자 전환 시점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데, 관건은 파운드리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하반기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16.07% 증가한 2조8247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전년 대비로는 34.4% 줄었다. 4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0.56% 증가한 67조7799억 원이다. 전년 대비로는 3.81% 감소했다. 연간으로는 영업이익은 6조5670억원, 매출은 258조93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84.86%, 매출은 14.33% 감소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의 경우 작년 4분기 매출액 21조69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규모가 8% 증가했고, 전분기 보단 32% 개선됐다. DS 부문은 지난해 4분기 2조1800억 원 적자를 냈다. 4개 분기 연속 적자지만, 전분기 3조7500억 원 보다 적자 규모가 1조5700억원 줄며 적자폭은 줄어드는 흐름이다. D램은 재고가 줄며 4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가운데, 1분기 메모리 부문 흑자 기대감이 나왔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이날 2023년 연간 및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서버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이에 따라 1분기 메모리 사업은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메모리 감산 기조는 당분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D램 재고는 1분기, 낸드플래시는 상반기 안에는 정상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BM 판매량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 비트판매량은 매분기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지난해 4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40% 이상, 전년 대비로는 3.5배 이상 증가했다”며 “차세대 HBM3E 제품도 8단 샘플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했으며 올해 상반기 중 양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4분기 고객 재고조정과 시장 수요 감소로 실적 부진이 계속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AI 반도체 확산에 기대를 걸면서도, 실적 회복세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분기에는 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이나 PC 신제품 출시와 함께 (파운드리)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다만 고객사가 재고를 줄이는 추세가 여전히 지속되기 때문에 실적이 크게 회복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간 최대 수주 실적 달성(160억 달러)으로 미래 성장 기반을 공고히 했다. 또 3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및 2나노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기술을 지속 개발하고 첨단 공정 기반 사업을 확장해 고성능컴퓨팅(HPC) 중심으로 판매 비중 및 신규 수주가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 규모로 기술개발(R&D)에 투자하는 등 미래 성장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시장은 반도체 흑자 전환 시점을 언제쯤으로 보고 있을까. 

증권가에서는 IT와 메모리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쯤엔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체 반도체 부문 실적 개선 관건으로, 파운드리의 실적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일 보고서를 통해 “향후 파운드리 수주의 매출 인식 기간을 고려할 때 삼성 파운드리 실적은 올 상반기 바닥을 확인하고 하반기부터 개선 추세를 나타낼 전망”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 고객 수는 글로벌 IP 업체(ARM, Cadence)와 국내 디자인하우스(가온칩스, 세미파이브) 등 파운드리 생태계 확대를 통해 연평균 10~15% 증가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2028년 삼성 파운드리 점유율은 24%로 추정되어 2023년 12%에서 5년 만에 2배 확대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은 AI 가속기 및 AI 주문형 반도체 (NPU) 생산을 위한 삼성 파운드리로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어 삼성 파운드리로의 공급선 다변화 추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선단 공정의 선택지가 제한적(TSMC, 삼성)인 상태에서 2025년부터 2나노 공정 필수인 GAA를 적용한 기술 변곡점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 GAA 공정 안정성 측면에서 삼성이 TSMC 대비 상대적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2025년 2나노미터 공정 생산을 목표로 한다.

김 연구원은 또 “2024년 삼성 파운드리 매출은 전년대비 최대 2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어 올해 TSMC 최대 매출 성장률 25%와 유사할 전망”이라며 “이는 2024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2022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되는 가운데 AI 반도체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1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모리 가격이 더 오르며 이익을 내고, 시스템 LSI 부분 적자가 크게 줄 것이라는 측면에서다. 

다만 경쟁사에 HBM 주도권을 내줘 1분기 흑자는 힘들고 반도체 슈퍼사이클 탄력이 예상되는 2분기에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도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재고조정의 끝이 보이면 3분기로 예정된 가격 상승폭 확대 시점이 2분기로 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HBM3는 지난해 3분기 양산 개시 이후 4분기부터 고객 풀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HBM3E는 8단 제품을 주요 고객사에 샘플 공급 중이며, 올 상반기 내로 양산 준비가 완료될 예정이다. HBM3+3E의 판매 수량 비중은 올 상반기 50%, 하반기 90%에 도달할 것을 언급했다. 12단 제품은 올해 1분기 내로 샘플 공급 예정이다. 차세대 제품인 HBM4는 2025년 샘플 공급, 26년 양산 목표다. 

김 연구원은 "동사의 HBM 주도권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주가 모멘텀 약세의 요인으로 판단한다"면서 "그러나 금번 콜을 통해 다시 한 번 진행 스케줄을 재확인한 만큼 과도한 우려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고부가 제품 중심 수익성 전략을 재차 확인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올 상반기는 가격 상승, 실수요 개선 시점은 올 하반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4년 산업 내 메인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HBM3E의 경우 퀄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계획대로 올해 하반기 유의미한 진입에 성공할 시 동사의 올 하반기 D램 ASP 증가기울기(분기대비)는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 2분기 말 무렵을 중요한 시점으로 주목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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