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매년 CES가 개최되는 라스베가스 컨벤션센터 전경을 배경으로 서 있는 여정현 필자.
사진=매년 CES가 개최되는 라스베가스 컨벤션센터 전경을 배경으로 서 있는 여정현 필자.

 

[이코리아]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가 주관하는 CES가 지난 2014년 1월 9일부터 1월 12일까지 나흘 동안 미국 라스베가스 컨벤션센터와 시내 곳곳에 산재한 대형 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은 프라이빗 쇼룸을 운영하기도 했다. 북극 한파가 미국 본토를 강타하면서 비교적 온화한 라스베가스도 올해에는 찬바람이 불었지만 전세계에서 물려든 13만 인파는 베가스를 뜨겁게 달구었다.

올해 CES에는 150여개국에서 3,500개 기업이 참여했는데 한국 기업은 이중 4분의 1에 달하는 780개에 달하였다. 소규모 벤처기업 전용의 ‘유레카관’은 베네치안 호텔의 지하에 위치했는데, 부스를 꾸민 1,200개 업체 중 무려 40% 이상이 한국기업이었다.

LG전자가 한국에서 판매하는 OLED게이밍 모니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LG전자가 한국에서 판매하는 OLED게이밍 모니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국업체들의 과다한 진출로 CES는 이제 서울 강남의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World IT Show나 한국전자전과 큰 차이가 없다. 이번 전시회에서 전 세계의 내노라하는 313개 기업들이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는데 그중 134개의 한국기업들이 수상을 독차지했다. 이는 전체의 42.8%에 달하는 것으로 IT혁신의 중심은 이미 한국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기업들의 부스는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1,100개의 중국 기업 중 비교적 소규모 업체들은 홀대받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디스플레이업계에서 중국의 TCL과 Hisense는 대규모 부스를 꾸몄고, LG디스플레이를 매출 규모에서 따라잡으며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위험을 경고했다.

올해의 CES는 “All together, All one”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었고, AI가 당연히 언론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머지않아 CES에서 더는 AI가 강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온디바이스 AI의 보급이 점차 확대될 올해부터 일상 속으로 너무나 깊이 스며들었기 때문에, AI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이 거의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AI는 이미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인간처럼 말을 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명령이나 생각을 화려하고 섬세한 동영상으로 그려낸다. AI는 이제 사람이 생각으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을 할 수 있고, 기업에는 AI를 잘 활용하는 일부 직원들만 살아 남을지 모른다.

이러한 변화의 전조증상은 뷰티 기업으로 유명한 로레알이 기조 연설자로 나서면서 에어라이트 프로(Airlight Pro) 등을 소개한 것으로도 느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5일 갤럭시 S24를 출시하면서 사전예약을 받았는데 무려 121만명의 한국민이 이에 참가했다. 사진을 찍거나 웹사이트를 검색하면서 하단의 원형을 잠시 길게 누르면 광고에서 볼 수 있는 원형검색이 가능해졌다. 필자가 직접 시험해보니 구글의 이미지 검색 기능이 편리하게 강화된 것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갤럭시 S24는 녹음앱에서 저장된 오디오파일을 12개국어로 네트웍을 경우하지 않고 받아쓰기가 가능하고, 실시간 번역도 가능하다. 삼성이 인공지능엔진 가우스를 압축하여 조그만 휴대폰에 탑재한 것이다. 더욱 향상된 사진편집 기술은 촬영한 사람이나 사물을 잘라서 이동시키더라도 빈곳의 배경을 자동적으로 분석하여 채워줄 정도로 발전했다.

온디바이스 AI장비의 장점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도 긴급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어 자율주행 등에도 활용되며, 중요한 데이터의 외부유출 우려도 불식시킨다.

필자도 AI로 영상을 분석하면서 건설현장의 안전을 담보하거나 해안을 감시하는 장치들을 개발하고 있다. 필자는 Nvidia에서 출시한 Jetson나노보드를 사용해왔다. 이 장비는 강력한 온디바이스 AI기능을 포함하고 있어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도 효과적으로 영상을 분석해준다.  

삼성과 하이닉스는 Nvidia에 뒤늦게 도전하며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ChatGPT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샘 알트만도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위하여 지난 달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소규모의 고성능 NPU들은 머지 않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보편적인 필수품이 될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AI의 도입이나 디지털전환은 이미 IT기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리걸테크 기업들은 AI를 활용 수백년간 축적된 판례를 모두 읽고 분석했고, 다양한 계약서의 조항을 검토해주는 AI를 개발해냈다. 필자는 20년 전 인도에 체류했는데 갑작스러운 네트웍의 발전으로 인도는 미국기업들의 콜센터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AI는 미국과 인도에 있는 다수 상담원들의 일자리를 빠르게 빼앗고 있다.

삼성 갤럭시24의 서클 검색 시연결과.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삼성 갤럭시24의 서클 검색 시연결과.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국의 대표적인 IT기업인 삼성전자는 CES에서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인 '삼성가우스'를 활용하는 TV신제품들을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만든 공모양의 AI로봇 ‘볼리’는 신속하게 다양한 전자기기를 연결하고 통제했다. 경쟁하는 LG전자도 화질을 개선하는 AI가 탑재된 '올레드에보TV'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SK그룹은 하이닉스뿐만 아니라 SK텔레콤, SK E&S 등과 함께 7개의 계열사가 올해도 공동관을 개설하여 AI기능에 최적화된 NPU 제품, HBM 반도체들및 탄소감축 기술을 소개했다.

CES의 한축은 이미 모터쇼가 된지 오래이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정기선 회장은 CES의 기조연설을 담당했다. 이 그룹은 더 나아가 5명까지 태우고 시속 200km로 비행하는 수직이착륙기 ‘S-A2’를 전시회에 선보였다. 현대모비스는 측면으로 평행하게 움직이는 주차보조 기술을 선보였고,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다양한 중장비의 원격조정기술을 선보였다.

주최자인 CTS는 신차를 전시회에 소개하지 말도록 권유하고 있지만 전기차기업 Vinfast는 자사차량을 소개했고, 자동차 산업의 거장인 벤츠도 CLA콘셉트카를 소개했다. 한편 벤츠나 폴크스바겐 등 독일 기업들은 자동차에서 사용가능한 AI비서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LG전자는 직접 차량을 생산하지 않지만, 자율주행차 내부를 레스토랑이나 영화관, 게임관으로 변모시키는 ‘알파블’시리즈를 알리기 바빴다.

현대자동차가 한국에서 판매하는 아이오닉5.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현대자동차가 한국에서 판매하는 아이오닉5.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헬스케어 분야는 최근의 CES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분야이다.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목소리와 심박수 등 간단한 데이터만으로 건강상태를 빠르게 알아낸다.

핀테크에 관심을 가진 금융기업들도 CES라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미래영업점을 콘셉으로 설계한 체험공간을 선보였다. AI행원과 스마트 키오스크, 향상된 홈뱅킹은 이미 오프라인 은행을 빠르게 대신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보근된지 1년이 지난 지금 AI는 이미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매일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AI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수많은 가상인간을 탄생시키고 있으며, 변화의 속도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글쓰기는 이제 AI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변했고, 인공지능은 10분이면 재미있고 흥미로운 창작 이야기를 1,000개 정도 가볍게 뽑아낸다. 인공지능은 3~4분 정도의 감미로운 노래도 1분 이내에 창작한다.

삼성전자의 신제품 S24를 보면 상상속의 빨간색 강아지는 매우 쉽게 만들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가 상상하던 모든 것은 이제 겨우 몇 마디의 자연어로도 살아 움직이는 동영상으로 디자인된다.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등장하는 AI의 발전속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발전에 잘 적응한 소수는 AI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으므로, 그 변화의 방향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필자 소개]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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