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열린 게임 박람회 '지스타'에 몰린 인파 = 뉴시스
지난 11월 열린 게임 박람회 '지스타'에 몰린 인파 = 뉴시스

[이코리아] 정부가 게임 심의를 민간으로 이양하고 게임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30일 국민 권익을 위한 디지털 혁신 중 하나로 게임이용자 권익을 높이는 게임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정부는 사행성이 우려되는 아케이드 게임을 제외하고 게임 종류에 따라 공공과 민간에 각각 분리되어있는 등급분류 권한을 단계적으로 민간에 이양해 글로벌 기준에 맞는 등급분류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 문화체육관광부 누리집
= 문화체육관광부 누리집

우선 첫 번째 단계로는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RB)에 모바일게임 심의를 추가 위탁한다. 이는 법 개정 없이도 시행할 수 있는 사항이다. 다음 단계로는 사행성이 우려되는 아케이드를 제외하고 청소년이용불가 게임 심의 권한까지 추가로 GCRB에 넘긴 뒤, 마지막 단계로 게임 심의를 완전히 민간 자율화한다. 이를 통해 게임이용자들에게 엄격하게 느껴지던 게임물 등급분류 기준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선해, 게임이용자들에게 시대 변화에 맞는 게임 이용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확률정보 조작 등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오는 3월 22일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이는 지난해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안에 따른 것이다.

확률정보 공개 의무화에 따라, 앞으로 게임이용자들은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공정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 전담 모니터링단 설치(게임물관리위원회/24명)를 통해 확률정보 미표시 및 거짓확률 표시 등 법 위반 사례를 철저히 단속할 계획이다.

게임사가 게임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조기 종료하는 이른바 ‘먹튀 게임’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고, 해외게임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따라 온라인게임·모바일게임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더라도, 최소 30일 이상 환불 전담 창구 운영을 의무화하고, 게임산업법 및 전자상거래법 내 국내대리인 제도를 도입해 해외게임사에게도 국내게임사와 동일한 이용자 보호의무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게임 아이템 소액사기 등 게임이용자가 입는 피해의 구제와 신속한 보상도 추진한다. 전국 경찰서 내 게임 사기 수사 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게임아이템 사기의 피해자가 주로 10대, 20대(78%)인 점을 감안해 전국 150개 경찰서 200명 규모의 게임 아이템 사기 수사 전담 인력을 지정해 게임 사기 처리 기간 단축 등 피해자 중심 수사를 실시한다. 

또 게임이용자가 입은 피해를 손쉽게 구제받을 수 있도록 전자상거래법에 동의의결제를 도입해 게임이용자가 게임사의 기만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경우, 별도의 소송 제기 없이 게임사로부터 직접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민의 약 63%가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 또 각종 게임 아이템이 거래되는 등 이제 게임은 단순한 개인의 여가나 취미활동의 범위를 넘어섰다”라며 앞으로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와 게임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정부의 역할을 보다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게임이용자협회 제공
= 게임이용자협회 제공

게임이용자협회는 정부가 발표한 정책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31일 밝혔다. 협회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 “지난 2021년의 트럭시위부터 게임 이용자들이 꾸준히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어 온 결실”이라 평하며, 국회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과 「문화예술진흥법」 개정, 법원의 게임 내 확률 조작 사건에 대한 이용자 승소 판결 등과 더불어 우리 사회가 게임 이용자들을 비로소 정당한 소비자임과 동시에 게임 업계를 구성하는 주체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평가했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도 덧붙혔다. 게임이용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게임 전문 변호사는 정책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의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밝혀야 하며, 현금으로 구입한 게임 내 재화로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는 등 ‘유상 간접구매’의 사례 역시 의무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모바일 게임 표준약관의 개정에는 이용자 제재조치의 입증의무와 프로모션 뒷광고의 금지, 청약철회권의 과도한 제한과 같은 내용 역시 추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게임물 등급분류 권한의 이양과 관련해서는 매크로, 사설서버, 대리행위, 사행성 조장 등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의 사후관리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게임 등급분류를 맡게 될 GCRB의 구성과 운영에 투명성과 전문성이 담보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의 발표가 게임산업 육성보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에만 치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김정태 교수는 31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현재 이용자 보호 외에도 게임산업에서 살펴봐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어제 발표한 이야기들은 전부 규제 강화와 관련된 부분만 강조되어 있다. 게임사들이 M&A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직원들을 감원하는 엄혹한 상황에서 정부가 게임산업 진흥을 지원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아 하는 상황인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 외에도 정부가 게임계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 챙겨야 할 현안에 대해 언급했다. 먼저 중국이 한한령을 지속하고 한국 e스포츠의 송출을 금지하는 등 대중국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며, 질병코드 전면 시행에 대한 재검토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밖에 허울뿐인 셧다운제 완전 철폐 등 게임 산업계에 숨통을 트여줄 수 있는 정책을 이용자 보호책과 병행해야 더욱 균형 잡힌 게임산업 육성을 이뤄내고 게임계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물 등급분류를 민간에 이양하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임물 등급분류를 민간에서 맡는 과정에서 게임사의 입김이 들어가게 되면 자율규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위 학회장은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최소한의 규제를 맡아야 할 필요악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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