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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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잇따라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허가를 받으며 K-바이오의 높아진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올해에도 5개 기업 이상이 미국 진출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3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 FDA의 승인을 받은 국내 신약은 GC녹십자 혈액제제 '알리글로'와 셀트리온 램시마 피하주사제 ‘짐펜트라’ 총 2가지다. 

GC녹십자는 지난해 12월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알리글로는 올해 하반기 GC녹십자의 미국 내 자회사인 'GC Biopharma USA'를 통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미국 FDA의 승인 여부를 글로벌 신약의 기준으로 평가한다. 신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가름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잣대가 되는 셈이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일정 연기 등 여러 가지 걸림돌을 넘어 지난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시켰다. 앞서 GC녹십자는 지난 2020년 북미에서 일차 면역결핍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해 FDA 가이드라인에 준한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 변수를 만족시킨 바 있다. 이후 코로나19로 지연된 충북 오창공장 혈액제제 생산시설에 대한 실사를 2023년 4월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7월 14일(현지시간)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서(BLA)를 재제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FDA에서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 법(PDUFA)’에 따라 올해 1월 13일(현지시간)까지로 고지했던 기한보다 약 1개월가량 빠르게 승인 소식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으로도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에 사용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이다. 국내 혈액제제가 미국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허은철 대표이사가 취임 이후 적극 추진해온 대표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도화된 생산 경험이 필수적인 혈액제제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자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급 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RB(Marketing Research Bureau)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3조원(104억달러) 규모(MRB 2022년 기준)로 알려져 있다. 인구 노령화에 따른 자가면역질환의 증가로 미국 내 면역글로불린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31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미국 혈액제제 시장에서 5년 내 3% 이상의 시장점유율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현재 미국에서 관계사가 대상포진 백신의 2상이 마무리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0월 램시마의 피하주사(SC) 제형인 램시마SC가 미국에서 신약으로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미국에서의 제품명은 '짐펜트라'로, 셀트리온이 미국 시장에서 신약으로 제품을 승인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셀트리온은 이 제품을 신약으로 허가받기 위해 2개의 신규 글로벌 임상 3상을 수행했다. 크론병 환자와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우월한 유효성을 보였고 유사한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게 셀트리온의 설명이다. 

셀트리온은 “짐펜트라는 출시 후 연매출 6000억 원 이상, 3년 내 연매출 3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미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검증됐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큰 성공이 점쳐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분기 기준 램시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30.2%로, 짐펜트라가 추가될 경우 추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짐펜트라는 미국에 구축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직접판매망을 통해 시장에 공급된다. 

또 앞서 FDA의 승인을 받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도 미국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며 순항 중이다. 

엑스코프리는 지난 2019년 미국 FDA 승인을 획득, 2003년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 이후 5번째로 FDA 승인을 받은 국산 신약이다.  2029년까지 10억 달러(1조 원) 블록버스터를 목표할 만큼 가파른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오는 2025년부터 엑스코프리의 적응증과 환자 연령을 확대해 수익성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인력 대상 인센티브 제도 등을 통해 엑스코프리의 NBRx(신규처방환자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연내 뇌전증 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이 전망된다"면서 "이후 적응증 확대 시 가파른 매출 성장이 기대돼 기존 뇌전증 치료제 시장 성장률의 60% 할인했던 영구성장률 1.3%에서 1.6%로 상향한다"고 말했다. 

2022년 9월 FDA 승인을 받은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 ‘롤론티스'는 같은 해 10월부터 현지 판매를 전개해 매 분기 200억~3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추세라면 2026년께 연매출 3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롤론티스의 FDA 시판 허가는 한미약품이 개발한 바이오신약 중 첫 사례로, 항암 분야 신약으로도 국내 최초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경우 지난 2019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FDA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나보타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수요가 70~80% 이상”이라면서 “전 세계 미용시장 점유율이 10% 이상으로 글로벌 수요가 많아 올해 준공을 목표로 3공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임상결과를 통해 독보적이고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해왔다. 올해도 FDA 허가 문턱을 넘는 새로운 국산 신약 탄생의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2024년 미국 FDA에서 신약을 포함한 의약품 품목허가가 기대되는 국내업체로는 유한양행, HK이노엔, 휴젤, HLB(에이치엘비) 등 4개 기업이 넘을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2월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의 FDA 허가 신청을 완료해 연내 FDA 승인 획득이 기대되고 있다. 업계에선 내년 미국 시장에 출시된다면 연간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 이상의 매출 전망도 나온다.

이밖에 HLB의 ‘리보세라닙’,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 등도 FDA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동아에스티의 경우 파트너사 인타스의 자회사 어코드 바이오파마가 지난 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 'DMB-3155'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해 미국 상용화 절차에 돌입했다. 

한편, 업계는 국내 기업들의 신약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시장은 2022년 기준 전년 대비 17.6% 늘어났으며,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R&D 투자는 같은 기간 23.9% 증가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임상 점유율은 2022년 기준 3.7%로, 미국(23.6%), 중국(11.3%), 스페인(4.3%), 독일(3.8%)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지난 30일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중심 국가 도약을 향한 혁신 역량 강화'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업의 신약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의 투자 비중 확대와 후기 임상인 2·3상 시험의 집중 지원을 요청했다. 노 회장은 또 지난해 10월 출범한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의 주도적·안정적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현재 혁신위가 법에 근거하지 않고 대통령 훈령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라 안건에 대한 의결 권한 등이 약하다는 우려가 있다”며 “작년 말 1차 회의에서 관련 법 개정이 안건에 포함됐으므로 올해 법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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