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잠비크 LNG 프로젝트 개요. 자료=기후솔루션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 개요. 자료=기후솔루션

[이코리아] 아프리카 '모잠비크 LNG 가스전'이 현지인의 인권침해와 기후위기를 한층 심화시킨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곳에 수조원 이상 투자한 국내 금융권 및 참여기업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국내 기후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은 '불가항력 선언: 기후 및 인도적 위기에 휩싸인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 보고서를 통해 모잠비크 가스전의 인권·환경 문제와 더불어 한국 공적금융의 3조원 대 지원과 민간기업의 진출 현황에 대해 밝혔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프랑스에 본사를 둔 ‘토탈에너지’가 주도하는 모잠비크 엘엔지(LNG) 프로젝트(가스전 개발 사업)에 한국에서도 한국가스공사와 민간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모잠비크 북부 지역의 카보 델가도 주에서 발견된 로부마 분지(Rovuma Basin)는 최근 몇 해 동안 발견된 세계 천연가스 매장지 가운데 최대 규모(확인된 매장량만 150조 입방피트)로, 아프리카 역대 가장 큰 가스전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1광구(Area 1)부터 6광구(Area 6)까지 총 여섯 개의 광구로 분할돼 단계적인 상업 개발이 진행 중인 이 가스전에서 한국이 관련된 곳은 1광구와 4광구이다.

'지구의 벗' 등 해외 시민단체 분석에 따르면 모잠비크 가스전 개발이 완료되면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1광구 천연가스 프로젝트는 33~45억 톤 규모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유럽연합(EU) 전체 연간 배출량보다도 많은 양으로, 2~6광구 프로젝트를 합치면 배출량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 개발의 기후 영향은 당사국인 모잠비크를 비롯해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들에게는 특히 심각한 문제다.

모잠비크는 세계 185개 국가 중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 50위를 차지하고, 기후위기 영향으로 어린이가 가장 큰 위험에 처한 국가로 세계 10위를 차지할 만큼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이다.

가장 최근에는 사이클론 프레디(Freddy)로 인해 최소 180명이 사망하고 18만 4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약 100만명 이상이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알샤바브(Al-Shabaab)'이 2017년 지역 경찰서들을 공격하며 시작된 내전이 지역 내 인권침해 문제를 극대화했다.

유엔(UN) 국제이주기구에 따르면 내전으로 2022년 11월까지 100만 명이 넘는 실향민이 발생했고 이들 가운데 51%는 18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 28%는 여성으로 집계됐다. 모잠비크 전체 인구가 2021년 기준으로 3208만 명이니 32명 중 1명이 실향민이 된 셈이다.

기후솔루션은 "모잠비크 정부가 북부 지역에서 대규모 가스전과 루비 매장지가 발견되자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자 편의를 봐준 것이 내전을 격화시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 프랑스의 토탈에너지는 육상 천연가스단지 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557가구 재정착 계획에 착수했고 제대로 된 보상없이 군인들을 동원해 강제 이주를 진행했다. 이 같은 행태가 지역 주민들의 생계 터전을 빼앗아 반군 가담을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3월 이슬람 반군이 1광구 육상 터미널 건설 현장 인근 팔마시를 공격해 모잠비크 LNG 인프라 프로젝트 인근 지역에서 많은 민간인이 사망했다.

이에 토탈에너지는 프로젝트 인근의 모든 직원들을 철수시켰으며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의무를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 사태에 24개국이 참전한 이후 반군 세력이 이전보다 약해졌지만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로이터 통신은 "네덜란드 의원들이 2021년 4월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이 프로젝트에 대한 10억 유로(약 1조4485억 원)의 대출 보증을 승인하기 전에 안전과 인권 문제에 대한 협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모잠비크 가스전에 한국은 얼마나 투자하고 있을까. 

한국가스공사는 2008년부터 2023년 8월까지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에 1조2000억 원을 투자했으며 4광구에는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4광구에서 진행하는 코랄 노르떼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시설(FLNG)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조사까지 신청했다. 승인을 얻게 되면 올해 사업 참여를 공식적으로 확정하고 사업비 9조350억 원을 투입하게 된다.

또 같은 광구에서 진행하는 로부마 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도 본격화되면 여기에 1조7600억 원을 투자한다.

민간기업들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각각 1광구에서 사용할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8척과 9척 건조의향서를 체결했다. 한화오션도 사업 관련 운반선 건조로 토탈에너지와 관계를 맺고 있으며 대우건설은 5000억 원 규모 1광구 육상 아풍기 LNG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보고서는 또 논란이 커지는 아프리카 가스전 확장의 핵심 생산 시설과 운송에 삼성중공업이 관여하는 점은 삼성그룹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전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삼성이 한쪽에선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등을 적극 홍보하면서 다른 쪽에선 2050년을 넘어서까지 화석연료를 생산 및 운송할 설비를 팔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며 "지난 2020년 삼성물산의 해외 석탄발전 사업 참여 논란으로 유럽, 미국 등지에서 삼성전자 불매 운동이 이어졌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전자 김석기 부사장과 삼성물산 오세철 부사장은 당시 해외에서의 삼성전자 불매운동이 계열사의 석탄발전사업 투자로 인한 것을 인정하고 우려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삼성물산 측은 지난 2020년 10월 27일 이사회를 열고 국내외 신규 석탄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기존의 사업은 완공 및 계약 종료에 따라 순차적으로 철수할 방침을 결정했다. 또 삼성물산이 '탈석탄'을 선언한 데는 JP모건, 리걸애든 제너럴 그룹 등 글로벌 투자기관의 압박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삼성중공업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코리아>가 29일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등 공적금융기관들은 모잠비크 가스전 관련 사업에 약 3조6747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막대한 금융을 지원하면서 이들 기관은 사업의 인권, 환경, 보안과 관련한 잠재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향후 정책대안으로 △공적금융기관의 금융지원 철회 및 청정에너지 전환 파트너십(CETP) 참여 △공적금융기관의 인권·환경 영향 및 보안위험 평가 프로세스 구축 △한국가스공사의 4광구 지분 매각 △한국 조선업계의 화석연료 관련 사업 탈피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의 주 저자인 김소민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한국의 공적금융기관들과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이 모잠비크 가스전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한다면 모잠비크 내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여기에 모잠비크 가스전은 인권 위반 리스크 뿐만 아니라 내란, 기후, 재무 리스크까지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 가속화에 따른 천연가스 수요 감소로 투자한 설비들이 좌초자산이 될 우려가 있다"며 "한국의 공적금융기관과 기업은 이 같은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 참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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