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코리아]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을 두고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갈등이 정치권의 이슈로 떠올랐다. 언론이 윤 대통령의 과도한 당무 개입을 우려하는 가운데, 일부 매체는 단순한 갈등 봉합만으로는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 윤-한 갈등 보도, 키워드는 ‘김건희’와 ‘사퇴요구’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윤석열’과 ‘한동훈’이 모두 포함된 기사를 검색하자,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총 1866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윤-한 갈등 관련 보도에 가장 많이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사퇴요구’와 ‘김건희’였다. 앞서 쿠키뉴스는 지난 21일 대통령실과 밀접한 여권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한 비대위원장의 이번 내리꽂기식 김경율 추천으로 당원과 대의원들 사이에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쿠키뉴스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공정한 공천혁명, 공정한 선거혁명, 공정한 정치혁명을 기대했던 한 비대위원장에게 지지를 보냈던 윤 대통령도 이번 사태에 큰 실망을 한 것으로 안다”라며 “윤 대통령은 한 비대위원장에게 보냈던 기대와 지지를 철회하고 비대위원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당에 결정에 맡기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한 갈등의 원인으로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이 꼽힌다. 앞서 한 위원장은 해당 논란과 관련해 지난 18일 “기본적으로는 '함정 몰카'이고,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라면서도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이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19일에는 해당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갈등은 없다면서도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온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공개지지하면서 윤-한 관계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의혹이 21일 쿠키뉴스 보도를 통해 확신으로 바뀌면서, 기사량도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제 21일 115건이었던 윤-한 관련 기사량은 22일 487건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서천특화시장’ 화재도 윤-한 갈등 관련 보도의 연관검색어 목록에 포함됐다. 지난 23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함께 서천특화시장을 방문해 화재 현장을 점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윤-한 갈등이 봉합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 것. 조선일보는 이날 기사에서 “윤 대통령을 만난 한 위원장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악수하며 어깨를 한 차례 두드리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1~26일 보도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21~26일 보도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언론, “尹, 여당 대표 공기돌 취급하나”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과 김경율 비대위원 공천 등을 두고 벌어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간의 갈등에 대해 언론은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일부 매체는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23일 사설에서 “여당의 비대위원장은 장·차관이나 공공기관장처럼 대통령과 수직적 관계가 아니다. 3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여당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장·국회의장처럼 행정부로부터 고도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위치”라며 “대통령의 비위를 거슬렀다고 해서 곧바로 비서실장을 보내 물러나라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게다가 한 위원장이 패륜·범죄적 발언을 한 것도 아니고 다수 민심에 입각한 상식을 얘기한 것뿐이다 ... 심지어 한동훈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총애하는 최측근”이라며 “그 한 위원장마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비대위원장을 사퇴하라고 한다면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호주머니 속 공기돌로 취급한다는 얘기가 안 나올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해 명확한 해명·사과에 나서야 사태가 수습될 거란 조언도 나온다. 동아일보는 23일 사설에서 “결국 사태 수습의 열쇠는 윤 대통령이 쥐고 있다. 가사(家事)에 얽매여 국사(國事)를 그르칠 수는 없다”라며 “‘몰카 공작’을 떠나 김 여사가 직접 나와 경위를 해명하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또한 26일 사설에서 “명품백 의혹이 불거진 지 벌써 두 달이 돼간다. 그동안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라며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 부인이 명품백을 그렇게 쉽게 받을 수 있나. 그 백은 왜 돌려주지 않았으며, 지금 어디에 있나. 이런 의문은 상식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윤 대통령이 이 문제들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하고 사과한다면 국민의 의문은 상당 부분 풀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 언론, “당정 갈등 봉합, ‘김건희 리스크’ 해법 아냐”

서천시장 화재현장 동반점건으로 윤-한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여당이 직면한 ‘김건희 리스크’가 해소되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24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서천시장 방문 소식에 대해 “이 같은 장면만으로 국민들이 이번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갈등의 근본 원인인 ‘김건희 리스크’를 어떤 방식으로 해소할지에 대한 양측의 설명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더 우려되는 대목은 이런 어설픈 봉합이 외려 김 여사 사과 요구를 작게 만드는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라며 “영부인 리스크 해소와 건전한 당정관계 정립을 위한 방안을 국민에게 확실하게 약속하지 않는다면 이번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또한 23일 사설에서 “(윤-한) 두 사람의 악수 이후에도 변한 건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한 위원장 사퇴 요구 소동으로 국민의 이목을 엉뚱한 곳에 집중시키고, 다시 전격 봉합하는 듯한 모양새로 이들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 해서는 안 된다”라며 “김 여사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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