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변동 추이. 자료=코인마켓캡
비트코인 가격 변동 추이. 자료=코인마켓캡

[이코리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2일 낮 12시 현재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24% 하락한 4만118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11개의 거래소 상장 및 거래를 일괄 승인한 이후 한 때 4만8000달러선을 돌파하며 기세를 올렸으나, 이후 가격이 하락하며 4만1000달러대가 위태로운 상황까지 이르렀다.

비트코인은 지난 2022년 테라·루나 사태 및 FTX 파산 등의 영향으로 긴 침체기를 겪으며 지난해 초 1만7000달러대가 무너지는 등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금리인하 및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달에는 4만 달러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길었던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가 끝나고 가상자산 시장에 봄이 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 상승폭이 170%(업비트 기준)나 되는 만큼 근거 없는 낙관론만은 아니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입성을 상징하는 사건인 만큼,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SEC의 발표가 나온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비트코인 가격에 선반영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라는 호재가 사라지면서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이) 일시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이슈 선반영과 SEC의 태도 영향”이라며 “그간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기대감과 2023년 10월 이후 미국 시중금리 하락세와 맞물리면서 강세를 보여온 만큼 실제 상장을 확인한 데 따른 차익실현성 매물이 나타났다”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점도 부담”이라고 짚었다. 실제 ETF 승인 안건은 찬성 3표, 반대 2표로 SEC 관련 위원회 표결을 가까스로 통과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 또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소식을 발표하며 “비트코인은 랜섬웨어, 자금세탁, 제재 회피, 테러자금 조달 등 불법적인 활동에도 사용는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며 가장자산 투자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가상자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결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3월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46.2%(19일 기준)로 전망된다. 지난 12일 해당 수치는 76.9%였으나 불과 일주일 만에 시장의 전망치가 30%포인트나 하락한 것. 

이는 미국의 고용·소비지표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의 이른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완화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2%로 수렴하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라며 “금리인하가 임박했다는 생각은 시기상조”라고 경고했다. 

다만 중장기적인 비트코인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암호화폐 시장의 점진적 제도권 진입과 이에 따른 기존 업체들의 시장 지위 확보 노력이 잇따르며 우호적 환경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라며 “현물 ETF 시장 활성화에 따른 거래량 증가 등이 하단 지지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는 4월 도래할 비트코인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번째 반감기(2024년 4월 19일 예정)에는 채굴 보상이 3.125개로 줄어들 예정”이라며 “공급량 감소로 인한 즉각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과거 반감기마다 가격이 상승해온 점, 현물 ETF 출시, 금리 인하 기대감과 맞물려 가상자산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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