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가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을 16일 방송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선중앙TV가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을 16일 방송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북한의 적대적 발언과 무력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언론은 북한의 도발행위를 비판하면서도, ‘강대강’ 일변도인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 언론, 북·러 밀착에 우려 확산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트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북한’을 검색하자,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총 1718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주간 북한 관련 보도 중 가장 많이 거론된 핵심 키워드는 ‘러시아’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도 연관키워드 목록 상위권에 위치했다. 이는 북러 간 밀착행보에 대한 언론의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에 푸틴 대통령을 예방하고 북러 협력 및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다. 

17일에는 미 국무부가 푸틴 대통령과 최선희 외무상의 만남에 대해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비판했는데, 이날 하루만 북한 관련 기사가 426건이나 쏟아져 지난 한 주간 가장 많은 기사량을 기록했다. 

언론은 북한과 러시아 간의 밀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17일 사설에서 “북한의 최근 동향은 우려스럽다. 무기 거래를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국제적 고립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라며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이후 푸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북·러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러시아가 북한의 뒷배가 된다면 북한이 이런 도발 충동에 빠질 수도 있다”라며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러시아의 진의를 확인하고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경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겨레 또한 15일 사설에서 “북한은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군사기술 확보 등에 공 들이고 있다”라며 “정부는 중국·러시아 관계를 관리해 북한의 무모한 결정이 한반도와 주변 지역을 혼란에 휩싸이게 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15~19일 보도된 북한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5~19일 보도된 북한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尹, “北 도발 몇 배로 응징할 것” ‘맞불’ 대응이 해법일까?

북한 관련 보도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와도 다르다. 우리 군은 압도적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다”라며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한국을 ‘불변의 주적’이라 칭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과 지난 14일 북한의 중거리급 탄도미사일(IRBM) 발사 시험 등에 대한 대응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 당국은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이는 북한 정권 스스로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부 매체는 북한의 도발을 비판하면서도 정부의 강경 대응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15일 사설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보복한다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단호한 입장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국민의 불안감에 유념한 상황 관리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라며 “지금처럼 대통령실을 비롯해 모든 관련 부처가 국방장관처럼 ‘강대강’ 목소리만 낸다면 국지 충돌이나 분쟁 가능성 역시 높아져 갈 뿐”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국정의 최고책임자 역시 보다 신중하고 안정적인 메시지가 필요하다. 모든 책임이 그 자리에 머무르니 한번 내뱉은 최고책임자의 거친 말은 거둬들일 수 없기 때문”이라며 “‘극단의 언어’는 가장 비외교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또한 17일 사설에서 “북한의 서해 포 사격과 고체연료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따라 불안감이 커진 국민들을 안심시키려는 대통령의 의지와 각오를 보여주는 건 필요하다”라면서도 “그러나 북한의 말폭탄과 도발에 매번 맞불을 놓는 식의 대응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핵 협상을 위해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려는 북한의 의도도 간파해 냉정한 분석과 신중한 판단, 절제된 언행으로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게 때론 상책일 수도 있다”라며 “북한에 맞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하는 남북관계를 새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尹 강경발언 비판에 일부 매체, “北 이간책 휘말려선 안 돼” 

반면 최근 북한의 도발은 총선을 겨냥한 이간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신문은 18일 사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말 한마디에 천냥 빚 갚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말 한마디로 전쟁을 시작할 수도 있다”라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조차 김정은에 의한 전쟁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는데 거대 야당의 대표가 한반도 위기가 윤석열 정부 탓인 양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자 선동”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신문은 이어 “김정은은 4월 총선에서 북한에 우호적인 정당을 지원하는 ‘북풍(北風) 전략’을 쓰고 있다”라며 “한반도를 위기로 몰았다는 가짜뉴스로 윤 정부를 심판하자는 야당이야말로 김정은의 계략에 맞장구를 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또한 16일 사설에서 “북한은 앞으로 해상이나 군사분계선 등에서 예기치 못한 도발을 숱하게 자행할 공산이 크다. 외부의 위협을 과장·부각함으로써 북한 내부 결속의 명분으로 삼기 위해서”라며 “그렇게 하면 남한에서 전쟁이냐 평화냐로 남남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는 게 북한 지도부의 계산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일보는 “이런 북한의 노림수에 우리가 휘말려서는 안 된다”라며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큼은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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