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파이낸셜
사진=네이버파이낸셜

[이코리아] 오늘부터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플랫폼에서 여러 보험사의 자동차보험을 비교·가입할 수 있게 됐다. 플랫폼 업체의 보험시장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보험업계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자동차보험과 용종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시작됐다. 자동차보험 비교추천서비스에는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7개 핀테크사와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모든 손해보험사(10개)가 참여하며, 용종보험에는 핀테크사 1개(쿠콘)과 5개 생명보험사가 참여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다수의 핀테크업체가 참여하는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신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바 있다.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보험상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 보험사와 금융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가장 적합한 상품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보험업계 또한 플랫폼을 통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출시되면 보험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생명·손해보험협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등은 지난달 열린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의 원활한 준비 및 운영을 위한 협약’ 체결식에서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보험회사는 새로운 판매채널을 통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증진시키고 디지털 방식의 보험서비스를 확보하며, 핀테크사는 보험상품 취급 등 사업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상호 윈-윈(Win-Win)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희망한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사진=카카오페이
사진=카카오페이

하지만 보험 비교·추천서비스로 인한 소비자 편익 증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무엇보다 ‘네카오’로 불리는 빅테크가 보험시장을 장악할 경우, 수수료 부담이 높아지면서 보험사가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경영연구소는 지난해 ‘영국 등 해외 대비 한국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 제도의 현실’ 보고서를 내고 “빅테크는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 시장을 장악한 이후 중개 수수료 인상을 단행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라며, “빅테크에 종속된 금융상품 판매업자들은 이를 거절하지 못해 일부 비용을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특정 보험상품을 더 자주 노출되도록 하거나, 비교·추천서비스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사적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보험상품의 불완전판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플랫폼과 보험사 간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의 문제도 아직 구체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물론 금융당국도 이러한 위험을 고려해 규제 장치를 마련해뒀다. 금융위는 핀테크업체가 보험 비교·추천서비스를 출시하기 전 알고리즘의 공정성 및 적정성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코스콤 등)으로부터 검증을 받도록 했으며, 해당 서비스를 통해 가공된 정보를 비교·추천 목적 외에 활용·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플랫폼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사의 제휴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또한 플랫폼이 보험사로부터 수취하는 수수료도 4.99%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현재 보험사와 플랫폼은 수수료율을 이보다 낮은 3%대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플랫폼을 통해 보험에 가입할 경우 수수료가 추가되는 만큼, 금융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기존 취지는 다소 퇴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토스
사진=토스

한편, 플랫폼의 보험시장 진출로 인해 대형사 중심의 과점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자동차보험 시장 규모는 20조7674억원(원수보험료 기준, 12개 손보사)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삼성·현대·KB·DB 등 ‘빅4’ 손보사의 점유율은 84.9%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빅4의 시장점유율이 85.2%로 0.3%포인트 높아졌다. 

현재 자체 다이렉트 채널을 보유한 대형 손보사들은 플랫폼에 적용될 보험료에는 플랫폼 수수료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보험을 판매할 경우 수수료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이를 보험료에 포함시키겠다는 것. 이 경우 각 보험사의 다이렉트 채널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보다 플랫폼을 이용할 때 더 비싼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만약 자체 판매채널과 플랫폼에 같은 보험료율을 적용할 경우 자사 채널을 통한 유입이 줄어들고 플랫폼의 장악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과점체제를 구축한 대형사 입장에서는 플랫폼의 보험시장 영향력이 확대되고 점유율이 낮아지는 것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중소형사의 경우 다소 마진을 포기하더라도 고객 유입을 늘리기 위해 수수료를 보험료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대형사에 집중된 점유율을 가져와 파이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 만약 중소형사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점유율 상승을 이룰 수 있다면 대형사의 태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보험상품은 일상생활과 밀접하지만 정보 비대칭성이 높으므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서비스 효용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핀테크업계와 보험업계는) ‘소비자를 위한 혁신’의 관점에서 원팀이라는 생각으로 상호 협력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새해를 맞아 보험 비교·추천서비스를 출시한 빅테크 플랫폼이 과점화된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