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벽나무 암꽃: 여러개의 작은 꽃이 모여 달린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황벽나무 암꽃: 여러개의 작은 꽃이 모여 달린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이코리아] 올 겨울은 유난히도 눈 소식이 많은 듯하다. 추운 날씨에 눈이 내리는 날이면 따뜻한 방안에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들과 함께 먹는 저녁식사 자리가 그리워진다. 강한 바람과 추위가 있는 숲속은 우리가 사는 생활권보다 훨씬 혹독한 겨울을 보내는 나무들이 많다. 잎을 모두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기고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면 혼자서 추운 겨울을 온몸으로 견디는 모습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특히, 나무껍질이 얇은 나무들을 보면 마치 추운 겨울에 얇은 옷을 입은 사람처럼 더욱 춥게 느껴진다. 이런 겨울에도 따뜻한 옷을 입은 것과 같이 두껍고 포근한 나무껍질을 가진 나무가 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황벽나무이다.

황벽나무 나무껍질: 코르크가 발달하여 두껍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황벽나무 나무껍질: 코르크가 발달하여 두껍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황벽나무라는 이름은 줄기의 속껍질이 황색이라 ‘황벽피나무’라고 하던 것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황벽나무의 속명은 Pellodendron인데 코르크(Pello)와 나무(dendron)가 합쳐진 것이다. 이처럼 황벽나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꺼운 나무껍질(코르크)을 가진 나무이다. 나무껍질을 손으로 눌러보면 억센 스펀지같이 살짝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황벽나무의 작은 꽃과 잎 모양은 언뜻 보면 물푸레나무와 비슷해 보이지만, 우리가 즐겨먹는 과일인 ‘귤’과 친척관계에 있는 나무이다. 익으면 검정색으로 변하는 작은 구슬 모양의 열매를 문질러 보면 상큼한 향기가 나는데, 이를 통해 상큼한 ‘귤’과 유사한 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황벽나무의 노란 속껍질은 특이한 색감과 더불어 약효성분이 있어서 위장을 건강하게 하는 건위제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황벽나무는 약용자원으로서도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두터운 나무껍질 덕분에 산불이 났을 때 방화벽 역할을 하는 내화수종으로서도 가치가 높은 매력적인 나무이다.

황벅나무 새순: 잎과 꽃이 이름봄 함께 돋는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황벅나무 새순: 잎과 꽃이 이름봄 함께 돋는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황벅나무 겨울눈: 잎자루 속에 숨겨있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황벅나무 겨울눈: 잎자루 속에 숨겨있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황벽나무와 마찬가지로 두터운 나무껍질이 특징인 개살구나무가 있다. 개살구나무라는 이름은 살구나무에 비해 못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름과는 다르게 개살구나무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우리나무이다. 이른 봄인 4월, 연분홍색의 꽃이 잎이 돋기 전에 피어 화사한 꽃나무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살구나무는 중국에서 오래전 도입된 우리나무이지만, 개살구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로서 오래전부터 우리 땅에서 살아 온 우리나무이다. 무엇보다 개살구나무는 앞서 소개한 황벽나무와 마찬가지로 두툼한 나무껍질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나무이다.

개살나무 꽃: 이름봄 연분홍색 꽃이 잎보다 먼저 핀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개살나무 꽃: 이름봄 연분홍색 꽃이 잎보다 먼저 핀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황벽나무, 개살구나무와 더불어 두터운 나무껍질을 가진 대표적인 우리나무로 굴참나무가 있다. 굴참나무라는 이름은 나무껍질에 코르크가 발달하면서 골이 지는 참나무 종류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굴참나무는 우리나라 산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낙엽성 참나무 종류 중 하나로 도토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두꺼운 나무껍질은 황벽나무처럼 산불에 강하여 내화수종으로서의 가치도 높은 우리나무이다.

굴참나무 나무껍질: 코르크가 발달한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굴참나무 나무껍질: 코르크가 발달한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굴참나무  겨울눈: 눈비늘이 많은 길쭉한 모양이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굴참나무 겨울눈: 눈비늘이 많은 길쭉한 모양이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굴참나무 낙엽: 갈색으로 마른 길쭉한 모양이다.출처=들꽃세상.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굴참나무 낙엽: 갈색으로 마른 길쭉한 모양이다.출처=들꽃세상.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황벽나무, 개살구나무, 굴참나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툼한 나무껍질이 매력적인 우리나무이다. 비록 이들은 유전적으로는 서로 다른 종류로 분류되는 나무이지만, 두꺼운 나무껍질이 공통된 특징으로 낙엽이 진 겨울에도 쉽게 우리 눈을 사로잡는 우리나무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산불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나라 산림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또 이들은 산불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내화수종으로서의 가치도 높은 귀한 우리나무이다. 추운 겨울 우리나라의 산림을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황벽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정성어린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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