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가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을 16일 방송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선중앙TV가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을 16일 방송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주식시장에도 그 여파가 확산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까지 재발하고 있지만, 남북관계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는 반론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61.69포인트(△2.47%) 하락한 2435.90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를 2655.28로 마감했던 코스피는 새해 들어 2·15일 등 2거래일을 제외하면 모두 하락하며 연말 대비 219.38포인트(△8.26%)나 떨어졌다.

통상 연초에는 새해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적인 전망이 반영돼 증시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지난해 초 팬데믹 종료와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면서 코스피는 1월 2일 2225.67에서 17일 2379.39로 153.72(6.90%) 올랐다. 반면 올해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위기감 및 저조한 기업 실적에 대한 실망감 등이 겹치며 좀처럼 증시가 반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증시 침체의 배경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놓여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근 남북관계는 미사일 발사 및 남북 정상 간 설전 등으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등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8~9일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해 “대한민국은 우리의 주적”이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나흘 뒤인 14일에는 북한 미사일총국이 전날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며, 15일에는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헌법에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북한 정권 스스로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군사도발을 “우리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대한민국을 균열시키기 위한 정치 도발 행위”라고 규정하며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증시도 하방압력을 받는 모양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2~16일 3거래일간 6140억원을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과거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에 접어들면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 사례는 적지 않다. 편주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와 허인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2014년 발표한 ‘북한의 핵 관련 리스크가 우리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 논문에 따르면, 북한의 핵실험은 외환·채권 등 다른 금융시장보다 주식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04~2012년 북한의 핵 관련 리스크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는데,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의 자금이탈은 크지 않았고 환율 절하 효과도 미미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북한 핵 리스크가 외국인·내국인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주가를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또한 지난 2021년 발표한 ‘북한발(發) 지정학적 리스크 측정 및 한국의 주가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북한 관련 리스크가 증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한 관련 긍·부정적 뉴스를 표준화해 ‘GPRNK’라는 지수로 변환했는데, 해당 지수가 1% 오르면 기업의 주가 수익률은 평균적으로 0.0068~0.014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증시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원하는 대로 대만 총통 선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까지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발언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의 선호도를 더 낮춰 버리는 역할을 했다”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러 곳에서 재점화되고 있는 점도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17일 북한의 불법 해상환적, 대북 유류 반입·밀수출 등 불법활동에 관여한 선박 11척, 개인 2명, 기관 3곳에 대해 대북 독자제재를 가했다. 선박에 대한 대북제재는 지난 2016년 3월 이후 8년 만이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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