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고등학교 설립, 대리출석 로봇 활용 등 소통 강화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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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일본에서 부등교(등교거부)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첨단기술을 동원한 여러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부등교란 질병이나 경제적인 이유가 아닌 심리, 정서, 사회적 요인에 의해 등교하지 않거나 등교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30일 이상 결석한 학생을 뜻한다.

최근 일본의 부등교 학생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의 부등교 학생 수는 전년 대비 5만4108명 증가한 29만9048명을 기록했다.

한편 문부과학성의 통계 기준으로는 잡히지 않는 잠재적 등교 거부 학생이 더 많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2018년에 일본재단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부등교 학생‘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부등교 경향 학생’이 있는 중학생이 33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이는 같은 해 문부과학성이 조사한 부등교 중학생의 3배에 가까운 수치였다. 부등교 경향 학생이란 1주일 이상 학교를 쉰 적이 있거나 지각이나 조퇴가 잦은 부분 등교 학생, 혹은 등교가 고통스러우며 학교가 다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포함된 수치다.

학교를 거부하는 학생이 증가하자 각종 대응책이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대면수업을 일반 학교보다 적게 진행하는 통신제 고등학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제 고교는 일반 고등학교처럼 3년제로 운영되면서 대면 수업은 월 2회 정도만 진행하고 나머지 시간은 e러닝, 레포트와 시험 등 여러 방식으로 학점을 취득하면 졸업 자격을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편 통신제 고등학교가 급격히 증가하자 일부 학교에서 교육을 부실하게 하거나 보조금을 부정 수급하는 등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통신제 고등학교의 설치 인가를 더 엄격하게 해 보조금 부정 수급을 방지하고, 기준을 강화해 교육의 질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 유시국제고등학교 누리집
= 유시국제고등학교 누리집

올해 신학기에는 세계 최초의 메타버스 고등학교가 일본에서 생겨난다. 일본의 VR 개발사 아오미넥스트는 유시국제고등학교에 VR과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 고등학교를 운영해 올해 4월부터 첫 입학생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유시국제고등학교는 일본의 학교 교육법의 기준에 따라 문부과학성의 인가를 받아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는 최초의 메타버스 학교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수업과 그룹 토론, 발표 등이 진행되며 이 외에도 SNS 등을 함께 활용해 학생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고 학생 간 e스포츠 대회나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개발사에 따르면 기존의 문자 매체 중심의 원격수업의 경우 교실의 친구들과 상호작용하기 힘들어 인간관계를 쌓기 힘들었지만, 메타버스에서 3D 공간과 아바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학생들이 더욱 자유롭게 상호작용하고 마음이 맞는 친구와 만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학생 전원은 무료로 VR 기기를 대여받아 가상공간에서 교실에 등교하게 된다. 유시국제고 누리집에 따르면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아바타로 등교하게 되어 외모나 성별, 콤플렉스로 인한 학교생활의 고민이 없으며 외형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또 아바타를 이용해 정기적으로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어 불안과 고민을 부담없이 상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장소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지역의 학생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반 고등학교에서 반 친구 등 한정된 특정 소수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유시고등학교의 경우 광역 통신제 고등학교로 전국 각지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어, 학생 개개인에게 있어 소통하기 쉬운 친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 아사히신문
= 아사히신문

한편 일본의 구마모토현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무단결석 학생을 위한 대리출석 로봇을 도입했다. 마이크, 스피커, 카메라가 장착된 1m 크기의 로봇이 교실에 위치하게 되며, 무단결석 학생들은 로봇에 장착된 태블릿에 접속해 원격으로 수업에 출석하고 다른 학생들과 상호작용 할 수 있다. 또 로봇은 교실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구마모토 시의회에 제출된 예산안에 따르면 11월부터 대리출석 로봇을 도입해 올해 3월까지 효과를 지켜볼 계획이다.

구마모토 교육 당국은 결석한 학생들이 이 로봇을 통해 교실을 자유롭게 이동하고 친구들과 소통하며 불안감을 극복하고, 결과적으로 정신적 장애물을 낮춰 다시 대면 교육으로 돌아올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니시카와 히데오미 혼조 초등학교 교장은 지난해 12월 대리출석 로봇을 시연한 뒤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화면에 나오는 친구들을 보면서 출석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계속 학교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지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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