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혜택계좌별 가입률 추이.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세제혜택계좌별 가입률 추이.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이코리아] 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개인저축계좌(ISA)·개인형퇴직연금(IRP)·연금저축 등 ‘절세통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 대비 부실한 혜택과 운용 규제 등으로 가입률이 높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세제혜택계좌 가입률 제고를 위한 과제’ 보고서에서 “최근 10년간 적립액이 크게 늘어나는 등 세제혜택계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가입률은 높지 않은 편”이라며 “세제혜택계좌의 중요성을 감안해 볼 때 가입률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SA·세제혜택계좌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편입할 수 있는 저축계좌로,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세제혜택이 주어지며 국내에서는 ISA, IRP, 연금저축계좌 등이 운영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3대 ‘절세통장’의 합산 적립액은 빠르게 증가해 지난 2021년 말 기준 22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의무가입 퇴직연금 적립액(249조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문제는 가입률이다. 1994년 시작된 연금저축계좌의 경우, 출시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가입률이 13.3%(2021년)에 불과하다. ISA·IRP 가입률은 매년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10%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실제 국내 ISA·IRP 가입률은 각각 5.4%, 8.9%로 미국 IRAs(41.9%, 2022년), 영국 ISA(40.5%, 2020년) 등 금융선진국의 세제혜택계좌 가입률과 큰 격차를 보인다.

세제혜택계좌의 자산축적 및 노후대비 효과를 고려할 때 낮은 가입률은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 김재칠·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900만원을 25세에 적립해 64세까지 40년간 운용할 경우 일반 계좌에서는 적립금 및 운용수익이 총 2100만원이었다. 반면, IRP, 연금저축, ISA에서 같은 금액을 40년간 운용하면 세후 연금인출가능 총액이 각각 3104만원, 2954만원, 2654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세제혜택계좌는 일반 과세계좌보다 자산적립 효과가 뛰어나고,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공적·퇴직연금만으로는 퇴직 후를 대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세제혜택계좌를 통한 자산축적은 필수적인 만큼, 가입률 제고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보고서는 부실한 혜택과 운용 규제를 낮은 세제혜택계좌 가입률의 이유로 꼽았다. OECD는 지난 2018년 회원국 개인연금플랜의 세제혜택 규모(총기여금의 현재가치 대비 총세금축소액의 현재가치 비율)를 추정·비교했는데, 우리나라 연금저축계좌는 약 18% 내외로 OECD 36개국 중 28위에 머물렀다. 

IRP·연금저축계좌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이 2014년부터 세액공제로 전환된 것도 낮은 가입률의 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저소득층 상당수는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지원이 아닌 공제와 같은 방식으로는 가입을 유도하기 어렵다. 실제 전체 가구의 연금저축계좌 가입률은 2012년 24.1%에서 2019년 14.9%까지 하락했는데, 특히 저소득층의 하락 폭이 더 컸다. 

세제혜택계좌에 대한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IRP·연금저축계좌에서는 주식직접투자가 불가능하며, IRP의 경우 예금 등 안전자산을 적립액의 30% 이상 유지해야 한다. 게다가 세제혜택을 받은 적립금을 인출할 경우 정상과세되기 때문에 중도인출도 자유롭지 았다.

거주비용과 관련해 유동성 걱정이 크고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러한 규제가 가입률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세제혜택계좌는 근로소득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가입해야 효과가 크지만, 30대 미만의 세제혜택계좌 가입률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상장주식에 대한 직접투자가 가능한 ISA의 경우 20대 가입률이 3대 세제혜택계좌 중 가장 높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며 “주식 직접투자를 연금계좌 적립액의 일정 수준까지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IRP의 경우 안전자산 의무 보유 규정의 삭제를 검토해 볼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연금계좌라는 특성으로 인해 가입자들의 퇴직시점까지 인출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러한 정책적 규제로 인해 개인들이 계좌 가입을 꺼린다면 인출을 제약하는 정책 목적의 의미가 사라진다”라며 “세액공제 받은 자기부담금 및 운용수익 중도인출 시 저율(3.3∼5.5%) 연금소득세가 적용되는 법적 사유에 무주택자의 주택구입과 전세보증금 항목을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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