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수출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부산항. 사진=뉴시스
사진은 수출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부산항.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홍해 무역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선박사들이 홍해가 아닌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고 있다.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은 유럽과 아시아간 물품을 이동하는 선박인 만큼 유라시아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의 수출물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최대 LNG 수출회사 중 하나인 카타르 국영 에너지회사 '카타르에너지'는 홍해에서 LNG 운송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홍해 인근에서 예멘 반군 후티가 또다시 미국 선박을 공격하면서 홍해 운송로의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이후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국제 무역로인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해 왔다. 이에 대응해 올해 1월 12~13일 미국과 영국 연합군은 후티 반군 거점을 공습한 바 있다. 

하지만 후티 반군은 아덴만을 지나는 미국 회사 소유의 선박을 재차 공격했으며, 카타르 LNG를 운반하던 최소 4척의 유조선이 억류됐다. 

카타르에너지는 LNG 운반을 홍해 항로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 우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ICIS LNG 분석가 알렉스 프롤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희망봉을 돌아 유럽으로 가는 대체 항로는 카타르에서 출발하는 18일간의 항해에 약 9일이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신은 한 거래 소식통을 빌어 수에즈 운하 요금을 지불하지 않음으로써 일부 상쇄되지만 화물 가격에 메가와트시(MWh)당 약 1~1.30유로를 추가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수출국 운임비가 오르면 우리나라 입장에선 LNG 수입물가가 뛸 우려가 있다. 

한편, 카타르에서 LNG를 싣고 출항한 일부 운반선들은 홍해 상황을 살피기 위해 운행을 일시 중단한 상태이다. 

LSEG 자료에 따르면 카타르는 유럽 지역 구매자에게 14MMT, 아시아 지역에 56.4MMT 등 2023년 7500만톤 이상의 LNG를 선적했다. 몇몇 LNG선들이 항로를 변경하는 동안, 다른 선박들은 계속해서 적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해 예멘을 통과하고 있다. 이 운하를 통해 카타르, 미국, 러시아가 연료의 가장 활발한 선적을 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네덜란드 TTF 허브의 1월 유럽 기준 가스 가격은 GMT 0842까지 메가와트시(MWh)당 30.40유로로 1.20유로 하락했다. 아시아 현물 LNG 가격은 유럽과 동북아의 건전한 저장고 수준에 힘입어 지난 12일 7개월 만에 최저치인 10.10달러까지 떨어졌다. 

유가는 전쟁으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12일 1% 오른 후 소폭 하락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일 해운 업계, 물류기업, 선사 등 업계와 함께 홍해 해상 물류 리스크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산자부에 따르면, 홍해 해협, 파나마 운하의 해상물류 차질로 인해 선사들의 우회 항로 대체 등으로 운송기간이 증가하고 해상운임이 상승 중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선사들은 대부분 희망봉을 지나는 우회루트를 선택했는데, 이는 기존 항로보다 10일 이상 소요되어 글로벌 물류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현재 수출입 물동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수출품 선적과 인도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현재까지 수출입 물동량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에즈·홍해지역을 경유하는 일부 국내 원유 도입 유조선의 경우 희망봉 우회를 적극 추진하는 등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도입도 차질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6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현재 추가적으로 진척된 상황은 없으며, 계속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홍해 리스크 부각에도 한국 수출 경기에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2023년 1~11월까지 집계된 항구/항공 수출 데이터를 보면 항구 수출은 4,096억달러, 항공 수출은 1,650억 달러로 해상 비중이 71.2%로 항공(28.7%)대비 월등히 높다”며 “이렇게 단편적으로만 본다면 홍해 리스크를 중대한 이슈로 봐야 하지만, 디테일을 보면 과도하게 우려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에서 항공 비중은 98.4%, 항구는 1.6%로 사실상 항공 운송에 모두 집중되어 있다. 홍해 리스크가 최소한 한국 반도체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타 IT 수출 품목의 항구 비중을 보면 컴퓨터 9.5%, 무선통신기기 12.1%로 낮은 수준이며, 디스플레이도 약 60%가 항공 운송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클리컬 품목들을 보면 항구 수출 비중이 모두 80%를 상회하며, 특히 석유/화학제품, 자동차/부품, 선박, 철강은 거의 100%에 육박한다. 김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해 리스크가 한국 수출 물량에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주요 수출 국가들(미국, 중국)이 홍해를 통과해야 하는 중동, 유럽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라며 “항구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석유제품의 수출 상위 10개 국가 중 유럽은 네덜란드(항구 수출 비중의 2.7%)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원유 변동성 확대 시 제트유 동반 상승으로 항공 운송 수출 영향은 경계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 연구원은 “수출 물량 자체는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겠지만 기업 비용단에서의 영향은 존재할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 추가 고조로 원유시장 변동성 확대가 제트유 상승과 동반될 경우 IT/반도체가 중심은 항공 수출 비용 상승은 여전히 경계할 요인임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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