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을 두고 가족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커졌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사장은 지난 13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미 측과 가족들이 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공동 경영을 약속하는 중차대한 결정을 제대로 된 검토도, 소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필요하면 가처분 신청과 이사회 구성 변경 등 최후의 수단을 언제든지 동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OCI그룹(지주회사 OCI홀딩스)과 한미약품그룹(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은 각 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각 사 이사회 결의를 거쳐 12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

OCI홀딩스는 각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우현 회장과 한미 임주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게 된다. 양 그룹별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등이 완결되면, 실질적으로 두 그룹이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통합되며, 후속 사업조정 등을 거치면서 향후 ‘제약/바이오’와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사업군을 기반으로 상생 공동경영을 해 나가게 된다.

향후 OCI홀딩스는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에 따른 새로운 출발과 도전, 혁신의 염원을 담아 브랜드(사명 및 CI) 통합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로, 주 사업 분야는 혁신신약 연구개발(R&D), 글로벌 비즈니스, 디지털헬스케어 등이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배우자인 송영숙 현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이 한미사이언스를 움직이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14일 낸 입장문에서 "이번 통합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어 "통합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통합 과정에서 배제된 장남에게 승산이 있을까.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9.85%로, 장남인 임종윤 사장과 고 임 회장의 셋째 아들인 임종훈 사장의 지분을 합치면 19.32%로 비슷하다. 일각에서는 임종훈 사장도 거래가 이뤄진 당일 통합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져 모녀와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의 시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룹 측에서는 “임종훈 사장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며 일축했다. 

변수는 작고한 창업주와 친분이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다.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12% 가까이 보유해 임 사장이 본격 소송전을 벌인다면 판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신 회장이 한미 측 가족 간 경영 분쟁에 끼어들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만약 OCI와 한미약품그룹의 합병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OCI홀딩스가 통합지주사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고, 임주현 실장은 개인 자격으로 지주사의 최대주주가 된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15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원만한 합의를 위해 입장문도 내고, 이 사안으로 임 사장이 그룹 측과 만난 걸로 알고 있다”며 “시간을 두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편, 제약·바이오 사업에 관심을 가진 OCI그룹과 신약개발비·상속세 등을 위한 자금이 절실한 한미약품그룹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미약품그룹은 10년 이상 막대한 자금의 투자가 전제돼야 하는 신약개발의 경우, 이번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냄으로써 보다 강력한 R&D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그룹이 현재 재계 38위인 OCI그룹과 합쳤을 때의 향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석유화학기업이던 바이엘이 미래 경쟁력을 위해 통합을 통해 세계적인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발돋움한 사례가 있다.

OCI그룹은 기존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글로벌 경쟁력과 더불어 기존에 확보한 헬스케어 분야 경쟁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 그 동안 한미약품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히 전개해 온 제약/바이오 사업 분야와 미국, 동남아, 일본 등 OCI그룹의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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