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의 '토털 배터리 솔루션'. 출처=LG에너지솔루션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의 '토털 배터리 솔루션'. 출처=LG에너지솔루션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가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모두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위축된 전기차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빅3는 당분간 경쟁력 있는 배터리 신기술 개발 등 질적 성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 우려가 높은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는 대체로 좋은 성적으로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연간 매출액 30조원, 영업이익 2조원 시대를 개막했다. 분기 실적 흐름에선 다소 주춤한 지표도 확인되지만, 대체로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SDI는 3분기 누적매출 17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누적매출은 21.2%, 누적 영업이익은 0.3% 증가했다. 

SK온은 지난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5% 증가한 3조1727억 원을 기록했다. 흑자전환에는 실패했지만 시장에서는 올해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배터리 3사는 2023년 1~11월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은 23.1%로 전년 동기 대비 1.3%포인트(p) 하락했지만 배터리 사용량은  모두 성장세를 나타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41.8%(84.8GWh) 성장하며 3위를 기록했고, SK온은 13.5%(30.9GWh), 삼성SDI는 38.4%(28.2GWh) 성장률과 함께 각각 5위와 7위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올해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업황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성장세 자체는 다소 둔화될 수 있어도, 큰 틀에서 전동화 추세 자체는 변함이 없다는 게 골자다. 

시장조사기관 MarketsandMarkets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전고체 전지 시장은 2020년 약 6,160만 달러에서 연평균 34.2% 성장률로 2027년 약 4억 8,250만 달러로 전망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은 2020년 약 292만 달러에서 2027년 약 3,229만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북미와 유럽연합(EU) 모두 자국 업체를 위해 보조금을 축소하면서 전기차 판매 상황은 당분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북미에만 8개의 공장을 지으며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려온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숨 고르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배터리 시장은 최근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하는 추세와 함께 성능보다는 가격경쟁력이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EV볼륨즈에 따르면 오는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이 19%, 중저가형을 뜻하는 볼륨(66%) 및 저가(15%) 제품이 나머지 81% 수준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전기차 중저가 시장에서 배터리 기능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삼원계 배터리 등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했던 국내 배터리 업계도 LFP 배터리 양산 및 L(M)FP, 니켈 함량을 줄인 고전압 미드니켈 등의 배터리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FP 배터리 양산을 기존 목표인 2026년보다 앞당길 계획이다. 미드니켈의 경우 LG엔솔은 최근 올해 양산으로 시점을 앞당겼다. 삼성SDI는 2026년 ESS 용 LFP를 양산한 이후 전기차용 LFP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SK온은 LFP와 미드니켈 배터리를 개발 중으로 현재 고객사와 공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국내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떨까.

대한상공회의소가 10개 주요 업종별 협·단체 등과 함께 실시한 ‘2024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이차전지 분야는 ‘흐림‘으로 예보됐다.

그동안 높은 성장세를 시현한 이차전지 분야는 ‘흐림’으로 전망됐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전기차 가격, 국내외 전기차 보조금 폐지·축소 움직임 등이 결합돼 전기차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포드, GM,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전기차 투자계획을 철회·연기하고 있다. 메탈가격 하락으로 인한 배터리 가격 하락은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이것이 전기차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다시금 수요 증가를 견인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박사는 “최근 우려되는 중국 내 배터리 공급과잉 역시 직간접적으로 배터리 가격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배터리 가격 하락이 전기차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더라도 LFP배터리를 사용하는 보급형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더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 기업들의 전략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체 한 관계자는 “각국이 보조금 정책을 축소하고 업황이 예년에 비해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기업들이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나 공정을 조정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사를 통해 초격차 제품과 품질 기술력을 얻고 구조적인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기술과 사업모델 혁신 선도 등도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업계 리더가 원가 경쟁력을 언급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미드니켈 등 가격 경쟁력 있는 중국산 삼원계 배터리의 성장을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중국 기업 점유율 확대 요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유럽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 상승은 중국산 삼원계 배터리 탑재량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가 인용한 SNE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유럽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CATL의 올해 1~7월 배터리 탑재량은 총 29.4기가와트시(GWh)로, 이 중 26.8GWh(91%)가 삼원계 배터리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기업이 유럽에 수출하는 삼원계 배터리는 각형 폼팩터 중심의 NCM523, NCM622 등 미드니켈 제품이다. 국내 빅3의 주력인 프리미엄 라인의 하이니켈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미드니켈 삼원계 배터리로 고객사를 확보한 셈이다. 특히 중국은 삼원계 전구체 시장의 85%를 차지하는 등 배터리 광물과 소재 공급망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성능 중심의 전기차 시장 트렌드가 가격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삼원계 배터리도 결국 가격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국내 이차전지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38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핵심광물 공급망도 내재화하는 등 배터리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먼저 정부는 광물·소재·완제품 등 이차전지 산업 전 분야에 2024년부터 2028년간 38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전폭 지원한다. 지난해 11월 29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1천172억원을 2024년부터 투자한다. 또 연구개발(R&D)에 같은해부터 총 73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이 FEOC(해외 우려 기업) 세부 지침을 발표하는 등 배터리 공급망 재편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시점에, 정부가 종합적인 핵심광물 공급망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배터리 업계의 공급망 다변화 및 내재화 노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수요 불안에도 전기차는 20%의 견조한 성장과 더불어 배터리 성장판에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방 수요에 대한 불안감은 있지만 전기차 판가 인하 등에 힘입어 전기차 시장은 전년비 20% 증가한 1610만 대 성장이 전망된다"면서 "xEV 배터리 시장은 동 기간 26% 늘어난 1테라와트시(TWh) 규모로 예상되는데, 배터리 가격은 5% 수준 하락이 예상되면서 xEV 배터리 시장 규모는 금액 기준 전년비 20% 증가한 1398억 달러 규모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15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수요공급에 대한 부분에서 올해 과잉공급은 없을 것으로 본다. 국내 배터리 사들이 공장 시공도 늦췄고, 수급조정 측면에서 당분간 공급량을 줄일 것”이라며 “올해는 보합세”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망간리치, 코발트를 최소화한 것 등등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삼원계 배터리 개발 방법이 진행되고 미드니켈도 경쟁력 있는 중저가 신형 배터리 개발 중의 1가지”라며 “최소 2~3년간 하이브리드 카가 강세일거라 숨고르기 동안 업체들이 배터리 신기술 개발에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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