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탈당을 선언하면서 민주당 분열 양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언론은 야당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제3지대의 구체적 비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민주당 관련 보도 연관 키워드, 탈당 의원들 이름 줄이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민주당’을 검색한 결과,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3375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관련 보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핵심 키워드는 ‘이낙연’이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라며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민주당의 피폐에는 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라며 “극한의 진영대결을 뛰어넘어 국가과제를 해결하고 국민생활을 돕도록 견인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민주당을 떠난 비이재명계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또한 민주당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한 이름이었다. 지난 10일 “방탄 정당에서 벗어나자는 호소가 거부당했다”며 탈당을 선언한 이들은 이틀 뒤인 12일, 정치혁신포럼 ‘당신과 함께’를 이끌고 있는 정태근·박원석 전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3지대 세력의 연대를 위한 ‘미래대연합’ 창당을 선언했다. 

‘이상민’ 의원의 이름도 민주당 관련 보도의 연관키워드 목록에 포함됐다. 지난달 3일 민주당을 떠난 이 의원은 탈당 36일만인 이달 8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이 의원은 “호랑이굴에 들어온다는 다부진 생각으로 입당하게 됐다”라며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입당 소감을 밝혔다.

 

8일~12일 보도된 더불어민주당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8일~12일 보도된 더불어민주당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연이은 민주당 이탈, 책임은 明? 洛?

일부 매체는 최근 탈당 사태의 책임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묻고 있다. 중앙일보는 11일 사설에서 “민주당의 분열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이 이재명 대표 체제가 변화와 혁신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라며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와 극렬 지지층의 환호에 갇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또한 12일 사설에서 민주당에 대해 “같은 당에서조차 결이 다른 이들을 적대하고 몰아내는 마당이니 다른 당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정치는 기대하기 어려운 집단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최근의 탈당 러쉬로 인해 “당내 다른 목소리를 다 떨쳐내 명실상부한 친명체제의 완성이 이뤄졌다. 이는 이재명 사당화, 개딸식 전체주의의 완성이란 말과 다르지 않다”라며 “다양성을 잃어버린 정당이 수없이 다양한 욕구의 유권자를 상대로 확장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 기존의 진영에 더욱 함몰될 수밖에 없는 길을 스스로 찾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탈당을 선언한 이낙연 전 대표에게도 민주당이 처한 현 상황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12일 사설에서 “이 전 대표가 강성 지지층에 기댄 ‘이재명 사당화’를 문제 삼은 것은 대체로 수긍할 수 있는 지적”이라면서도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발탁된 이 전 대표가 당대표에 이어 대선주자 반열로 올라선 데에도 ‘문빠’의 열렬한 지지가 동력이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그는 당대표 선출 직후인 2020년 9월 한국방송기자클럽토론회에서 강성 지지층의 부작용을 묻는 질문에 ‘당의 에너지원’이라고 답했다”라며 “문빠와 개딸의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당시에도 제기된 팬덤정치 우려에 침묵한 것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7월 28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7월 28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 이재명, 당 수습 위해 혁신 리더십 필수

이재명 대표가 연이은 탈당으로 흐트러진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과 공정한 공천이 필수적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11일 사설에서 “이 대표를 향한 ‘사당화’ 비판과 ‘당내 민주주의’ 요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 대표는 지금껏 뚜렷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라며 “이 대표는 분열로 귀착된 당 상황과 자신의 리더십을 냉엄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이 대표에게 혁신·통합 리더십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며 “당 분열이 더 커지지 않으려면 시스템 공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친명·비명 모두에 공정한 잣대를 세우고, 윤리 심사를 강화해 부적격 인사를 걸러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겨레 또한 10일 사설에서 “이 대표는 그동안 ‘친명’ 중심 당 운영으로 ‘사당화’ 비판을 받아왔다”라며 “당 요직과 혁신위원회 등 주요 인사에선 ‘친명’ 색채를 계속 강화했고, 다양한 의견 그룹과의 소통은 미진했고, 토론과 설득은 부족했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 대표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의원들이 선거를 앞두고 탈당하는 것은 공천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갖은 실정에도 국민들이 민주당에 온전한 지지를 보내지 못하는 이유를 아프게 살피고 제대로 된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원칙과 상식의 조응천, 김종민, 이원욱 의원과 정태근, 박원석 전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신당 창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원칙과 상식의 조응천, 김종민, 이원욱 의원과 정태근, 박원석 전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신당 창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제3지대, 구체적 정책·비전 없으면 ‘총선용 떴다방’ 전락

탈당 의원 중심으로 구성된 제3지대 세력에 대한 언론의 전망도 밝지 않다. 아직 ‘반(反)이재명’이라는 명분 외에 구체적인 정책이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한겨레는 11일 사설에서 “지금 현재 제3지대가 관심을 받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동시에 작동하는 탓”이라며 “그러나 제3지대가 반사이익만을 노린다면, 결국 공천 때문에 급조된 정당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정당으로서 추구하는 명분과 가치 없이 ‘반윤석열’ ‘반이재명’의 구호만으로 유권자의 공감대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 정치를 정착시키겠다는 포부를 실현하겠다면 그에 걸맞은 비전과 가치를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또한 11일 사설에서 “중요한 것은 제3세력이 기존 거대 양당과는 다른 가치와 정책 비전을 제시하며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보는 “민주당 탈당파 등 제3지대 세력이 세를 불려가는 것은 현 정치권에 대한 실망에 기인한다”라며 “‘반윤석열’, ‘반이재명’ 명분만 내세운다면 선거 때마다 명멸해 온 ‘떴다방 신당’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이어 “현재로서는 정체성마저 모호하다. 이낙연, 이준석, 양향자, 금태섭 신당이 연대하는 ‘빅텐트’도 거론되는데 이들이 무슨 공통분모가 있는지 궁금하다”라며 “제3세력이 자리를 잡으려면 민생과 괴리된 극단의 혐오정치를 어떻게 개선할지 확고한 비전과 정책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