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일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 자료=코인마켓캡
최근 7일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 자료=코인마켓캡

[이코리아] 암호화폐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소식 이후 주가 상승 재료가 소멸한 데다,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의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낙폭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낮 12시 현재 우리기술투자는 전일 대비 5.11% 하락한 761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또한 전일 대비 10.8% 떨어진 3925원을 기록 중이다. 우리기술투자와 한화투자증권은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 지분을 보유해 암호화폐 관련주로 분류된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운영사의 지분을 보유한 위지트와 자회사 티사이언티픽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위지트 주가는 906원으로 전일 대비 14.2% 하락했으며, 티사이언티픽 또한11.54% 하락한 1648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들 ‘코인주’들은 지난 11일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소식에 힘입어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실제 우리기술투자·한화투자증권·위지트·티사이언티픽은 11일 각각 29.98%, 29.99%, 29.89%, 20.3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 ETF를 포괄하는 상위 개념)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이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거부 결정을 재검토하라는 판결을 내린 지 5개월 만이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앞서 법원은 SEC가 그레이스케일의 ETP 상장 및 거래를 불승인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위원회의 처분을 취소했다”라며 “이런 상황과 승인처분에 대한 추가 논의를 바탕으로 비트코인 현물 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는 게 지속가능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관련주들의 주가는 비트코인 시세와 연동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상징하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 하지만 그동안 비트코인 상승세를 이끌었던 재료가 소멸하면서 코인주 주가도 조정 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당분간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할 수 없다는 사실도 코인주에 악재로 작용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국내 증권사가 해외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입장 및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향후 현물 ETF 상장에 힘입어 비트코인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코인주’ 랠리가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일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 강세의 핵심 동인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기대감이었던 만큼 비트코인 가격 자체의 조정 가능성도 있다”라면서도 “다만 대만 총통, 미 선거 이벤트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환경에 4월에는 반감기가 예정되어 있고 최소 5월 미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 가격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비트코인은 1분기 내 상승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영향이 코인주를 넘어 기술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정책 당국이 비트코인을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하는 배경에는 비트코인으로 대변하는 가상화폐가 각종 기술혁신 사이클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정책당국도 기술혁신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비트코인 제도권 편입을 인정하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는 연초 주춤해진 기술주 랠리를 재차 자극할 요소”라고 설명했다. 

한편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0.99% 하락한 4만607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따른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코인주의 상승 랠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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