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시중은행 전환을 통한 전국구 진출을 계획 중인 DGB대구은행에 낭보가 날아들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사법리스크가 일단락된 데 이어 금융당국도 관련 법령 해석에 나선 만큼, 시중은행 전환이 빠르게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앞서 대구지법 형사11부(이종길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태오 DGB금융지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20년 대구은행장 겸직 당시 캄보디아 현지법인 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 캄보디아 금융당국 공무원 등에 대한 로비 자금 350만 달러를 현지 브로커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결심 공판에서 김 회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김 회장은 당분간 사법리스크 부담을 덜게 됐다. 

김 회장의 1심 무죄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대구은행은 지난해 7월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 또한 같은 달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당국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기로 한 이유는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5대 시중은행이 전 은행권 대출·예금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데다 은행들이 대체로 비슷한 금리의 유사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국민들이 실질적인 경쟁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금융위는 지난 7월  “은행업 영위 경험이 있는 주체가 업무영역·규모 등을 확대하는 것으로 단시일 내 안정적·실효적 경쟁 촉진이 가능하다”라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을 적극 허용할 뜻을 밝혔다.

문제는 대구은행의 발목을 잡는 불안 요소가 계속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구은행은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 1662건을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았다. 최고경영자의 사법리스크에 내부통제 부실 논란까지 발생하면서 자칫 시중은행 전환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감돌았다. 

하지만 김 회장의 1심 무죄로 사법리스크가 일단락되면서 시중은행 전환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실제 금융당국은 올해 1분기 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목표로 은행법 법령해석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영업망 확대, 조달비용 인하... 시중은행 전환 효과 ‘쏠쏠’

지방은행은 주 영업지역과 특·광역시 및 경기도에만 영업점을 둘 수 있는 반면, 시중은행은 전국 어디서나 영업점을 낼 수 있어 전국 단위 영업이 가능하다. 대구은행은 영업점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00개로, 이 가운데 중 주 영업지역이 아닌 곳이 위치한 점포는 서울 3개, 인천 1개, 경기 4개, 대전 1개, 부산 5개, 울산 1개 등이다. 만약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하면 대구은행은 지방은행이 없는 강원·충청 등으로 점포망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지방은행일 때보다 조달금리도 낮아진다. 현재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신용도는 차이가 없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조달금리 차이가 존재한다. 시중은행 전환 시 이러한 지방은행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만큼 지금보다 자금조달 측면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다만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으로 기대만큼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5대 시중은행과 체급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는 것. 실제 DGB금융지주의 지난 9월 말 기준 총 자산은 93조원으로 우리금융지주(486조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대구은행의 영업점 수 또한 가장 적은 하나은행(597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 대구은행, 지방은행→시중은행 전환 마중물 될까?

일각에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계기로 전북·부산은행 등 다른 대형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발표한 ‘지방은행은 필요한가? 지방은행의 역할, 필요성,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이미 수도권 등 여타 지역 진출을 늘려 덩치가 커진 대형 지방은행의 경우 지역에만 집중하는 소규모 지방은행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들에 대해서는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지원하여 은행산업 전체의 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가져가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은행과 달리 다른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이 불가능한 상태다. 시중은행 인가를 받으려면 최소자본금 요건(1000억원)과 지배구조 요건(산업자본 은행주식 보유 한도 4%, 동일인 은행주식 보유 한도 10%)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자본금 요건은 모든 지방은행이 충족하고 있지만, 지배구조 요건을 충족하는 곳은 대구·제주은행뿐이다. 

BNK금융지주(부산·경남은행)과 JB금융지주(전북·광주은행)은 각각 롯데·삼양그룹이 10.3%, 14.6%(2023년 6월 말 기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들 대주주가 지분을 처분해야 하지만, 지배권 상실을 감수하고 전환에 나서기는 어렵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 문제는 은행산업에서 금산분리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 방향이 정해져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해결이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상당한 기간 동안 지분 처분을 위한 유예기간을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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