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증권지수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KRX증권지수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증권가가 뒤숭숭한 가운데, 증권주 또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금리인하가 시작되면 증권사 실적이 회복될 거란 기대감도 있지만,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실적 부진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증권지수는 전일 대비 2.88(△0.47%) 하락한 615.34에 장을 마감했다. 

KRX증권지수는 지난해 10월 26일 573.80까지 하락했으나 11월 들어 반등하기 시작해 12월 20일 672.07까지 상승한 바 있다. 해당 기간 KRX증권지수는 98.72포인트(17.1%)나 오르며 기세를 올렸다. 

2개월에 걸친 증권주 상승세를 이끈 것은 증권사 실적 및 투자심리증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다. 연초 증시 거래대금 증가로 증권사 수수료 수익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컸던 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를 암시하면서 위축된 투자심리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증권주는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에 노출된 증권사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확산됐다. 실제 KRX증권지수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달 28일 658.62에서 지난 8일 612.9로 5거래일만에 45.72포인트(△6.9%)나 하락했다. 

이후 태영건설이 금융당국·채권단 요구안을 수용해 워크아웃이 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KRX증권지수의 하락세도 멈췄지만 반등 폭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부동산 PF 리스크는 증권주의 발목을 잡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증권사 고금리 지속과 부동산경기 회복 지연으로 부동산익스포저의 부실과 관련한 최종 손실인식 규모가 커질 우려가 있다”라며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져의 상당부분이 만기연장됐으며, 부동산펀드 등은 건전성 지표에 포함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하면 현재 자산건전성 지표에는 상당한 착시 효과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 또한 올해 증권업에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신평은 “최근 중소형 증권사의 건전성 지표가 크게 저하되고, 대형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손실이 본격적으로 인식되는 등 대체투자와 부동산금융 부실화 위험이 여전히 높다”라며 “국내 부동산 PF 시장은 근 1년간 만기 연장으로 부실화를 막았으나, 누적된 비용으로 사업성이 저하된 사업장 브릿지론은 정리 절차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사 간 실적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60개 증권사의 3분기 순이익은 895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380억원, 58개사) 대비 5421억원(△37.7%) 감소했다. 반면, 미래에셋‧한국투자‧NH‧삼성‧KB 등 증권사 ‘빅5’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846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47.6%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6341억원으로 같은 기간 38.3% 늘어났다. 

이러한 경향은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한신평은 “일부 중소형사의 경우 국내 PF 익스포져 감축, 사업부, 인력 구조조정 등의 과정에서 주요 수익기반 위축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리스크 부담이 높고 재무적 여력이 취약한 업체의 경우 싸이클 회복 시점에 사업기반 확대가 어려워 업체별 재무 여력에 따라 향후 사업경쟁력이 차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금리상승 사이클이 종료되고 인하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증권사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도 회복될 수 있는 데다,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부담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거센 금리 인상 기조가 완화되었고 2024년 금리의 기간평균값은 2023년 대비 낮아질 것으로 예상해 증권사들의 레버리지 투자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국내 부동산 PF 및 해외부동산 관련 잔존우려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지속될 수 있으나 그 정도는 훨씬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신평은 “금리방향성 한가지에 기대하기에는 국내 경기 등 주변 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시장금리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하락할 지 여부도 아직은 미지수”라며 “금리하락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부동산PF 전반의 사업성 회복에는 다소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신평은 이어 “메마른 부동산PF 재구조화 시장에 금리하락이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면, 재구조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에는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금리하락으로 시장 유동성이 개선되면서 건설사의 유동성 및 재무상황도 다소 안정화될 수 있다면 본PF의 경우 준공리스크 완화 측면에서는 다소 긍정적일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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