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신설한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모습.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신설한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모습. 사진=우리은행

[이코리아] ‘상생’이 새해 은행권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취약계층, 특히 고령층의 금융소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은행지주사 및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이 발표한 신년사의 공통된 키워드 중 하나는 ‘상생’이다. 앞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라며 “‘KB의 고객’을 ‘국민, 그리고 사회 전체’로 그 범위를 확대하여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또한 “어떠한 환경에서도 혼자만의 생존은 불가능하고 자신을 둘러싼 모두의 가치를 높이고자 힘쓰는 기업만이 오랫동안 지속가능할 수 있다”라며 “우리 사회와 이웃, 함께하는 모두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상생의 가치를 지켜나가자”고 당부했다. 

실제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라 취약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달 ‘2조원+α’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해당 지원안에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이자납부액 일부를 환급하는 한편, 전기료·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자 장사’와 ‘성과급 잔치’라는 비판을 받아온 은행권이 적극적인 상생금융을 통해 금융소비자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취약계층의 금융소외를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금융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층을 위해 대면 서비스를 확충·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은행들은 고령층을 위한 은행서비스가 다각화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줄어드는 점포수에 비해 고령층을 위한 점포 서비스 개선 수준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모바일 뱅킹이 일상화되고 ‘디지털 전환’이 은행권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고령층이 선호하는 대면서비스 채널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기준 6714개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5761개로 953개(△14.2%) 감소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감소 폭은 19.9%로 더 컸다.

고령층 비중이 높은 지역의 경우 점포 축소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고령화 비율이 높은 전라도의 경우, 2022년 12월 말 점포 수는 202개로 2015년 234개보다 13% 감소했다. 경상도 역시 384개에서 321개로 16% 감소했다”라며 “서울 등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점포 축소도 문제지만 제일 큰 문제는 노인 비중이 높은 지역의 점포 축소”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강원도의 경우, 2022년 기준 118개의 점포를 운영하는데 이는 서울의 1334개보다 1000개 이상 적다”라며 “이런 점포 축소는 단순히 금융 사각지대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악화, 인구 감소, 점포 페쇄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은행들이 2층 점포를 선호하게 된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지난 2021년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점포 3256개 중 50.3%(1637개)가 2층 이상 점포에 해당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고령자와 장애인의 경우 계단을 이용하기 어려운데 대다수 은행에는 엘리베이터 등의 설치 규정이 없다”라며 “정부는 축소되는 점포 숫자에만 집착할 뿐 아직도 해당 부분에 대한 방침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중은행도 고령층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와 영등포구 영등포동, 강서구 화곡동 등에 ‘시니어 플러스 영업점’을 개점해 운영 중이다. 시니어 플러스 영업점은 고령층의 금융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신설된 점포로 ▲고령층 친화적인 ATM기 설치 ▲원금보장형 상품 위주의 금융서비스 ▲고령자를 배려한 별도의 휴게공간 마련 ▲고령층 대상 금융교육 시행 등의 특징을 갖추고 있다.

신한은행 또한 고령층의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영업점뿐만 아니라 노인복지관, 주민센터 등을 활용해 직접 찾아가는 금융 현장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협약을 맺고 고령층,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 금융취약계층의 디지털 금융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인프라 구축 및 컨텐츠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고객이 모바일 뱅킹 앱 ‘하나원큐’에 로그인할 때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이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해 악성 앱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는 한편, 고령자 고객을 위한 보이스피싱 예방 캠패인도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시니어 디지털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층의 모바일 앱 활용능력 제고 및 금융사기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다만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 및 특화 서비스가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문제는 (고령층 특화) 점포들이 서울 위주로 설치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방 고령층 비율이 높은 지역 특히 강원, 전라. 경상 등에도 시니어 매장을 더 공격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어 “농어촌 및 중소도시 금융 소비자들은 급격한 점포 축소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라며 “다양한 금융 범죄의 경우, 관련 교육이 부족하여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고령층이 비대면 금융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동혐 점포를 통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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