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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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올해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극심한 반도체 불황을 이기고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수요를 바탕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감산 효과가 가시화한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D램 출하가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3 메모리 한파 딛고 ’24 이익 전환 기대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극심한 불황을 겪은 반도체 산업이 D램 가격 상승과 전체 메모리 시장이 빠르게 확대됨에 따라 올해 상당한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지원 방안 등이 담긴 '국가 첨단산업 육성정책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에서 "2022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IT 수요 둔화로 업황이 악화했지만, 올해 1분기 이후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인다"며 "2024년 업황 회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은 2023년 1분기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 분기별 반도체 수출액은 2022년 4분기 292억달러에서 2023년 1분기 206억달러까지 떨어졌다가,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226억원, 259억원으로 회복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시장 규모는 2023년 896억 달러에서 올해 1298억 달러로 4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메모리 산업이 3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한 수치다. 

WSTS는 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시장이 2024년 전년 대비 13.1% 성장한 5884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D램익스체인지의 자료에 따르면 가장 일반적인 D램 제품 중 하나인 PC용 DDR4 8Gb의 11월 계약 가격은 1.55달러로 전월보다 3.3% 상승했다. 10월에는 이러한 칩의 가격이 전월 대비 15.4% 올라 2021년 7월 이후 처음으로 큰 폭의 가격 인상을 기록했다.

D램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업계 리더들이 2022년 4분기부터 생산량을 줄인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DDR4 D램과 128단 낸드플래시 등 기존 칩의 웨이퍼 투입을 줄여 반도체 생산을 축소했다. 이러한 D램 가격 상승으로 업계는 그간의 메모리 한파를 딛고 올해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9일 지난해 연간 매출 258조1000억원, 영업이익 6조54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과 비교해 14.58%, 84.92% 감소한 수치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연간 영업이익을 냈다. 주력인 메모리반도체 업황의 부진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해 4분기부터는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며 반도체(DS) 부문 적자 폭은 대폭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조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03% 줄었다. 증권가에선 DS부문에서 1조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적자폭을 78% 줄인 것이다. 

올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회복세를 앞세워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 회복과 함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D램 출하가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가는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을 35조~39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024년 영업이익을 39.7조원으로 기존대비 32% 상향한다. 금번 실적 상향의 주요인은 앞서 언급한 메모리 부문의 실적 조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D램 부문은 23년 2분기부터 적자가 축소되기 시작했고, 2024년에는 매 분기 해당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낸드플래시 부문은 23년 4분기 예상보다 매우 강한 가격으로 인해 2024년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최근 전반적인 D램 가격 상승으로 SK하이닉스는 올해 흑자 전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2024년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8조4600억 원으로, 올해 영업손실은 8조38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4년 영업이익 10.0조원(흑자전환)로 최근 시장기대치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주요 이익 성장 기여요인은 컨벤셔널 D램의 회복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HBM을 포함한 그래픽 D램의 성장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컨벤셔널 D램의 연간 가격 상승폭이 41%로 그래픽 D램의 가격 상승폭(30.9%)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CES 2024'에서 인공지능(AI) 및 반도체에 대한 관심 집중

올해 업계는 온디바이스 AI가 반도체 생태계의 탄력적인 성장 기회가 될 것ㅇ로 기대하고 있다. 9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 최대 가전 정보기술 박람회 CES2024에서도 키워드는 ‘AI'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아직 초기 단계인 온디바이스 AI는 올해부터 스마트 폰, PC, 가전, 자율주행차, 로봇, CCTV 보안, 금융, 의료 등 모든 산업에 활용될 전망”이라면서 “클라우드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 생성형 AI를 탑재하는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 대비 성능은 부족하지만 개별 기기에서 최적화된 맞춤형 데이터 제공이 가능하고 보안 강화에도 유리해 AI 확장과 성장의 촉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는 17일 공개 예정인 세계 첫 메이저 온디바이스 AI 폰인 갤럭시 S24는 2016년 갤럭시 S7 이후 8년 만에 최대 판매량(약 3600만대)이 추정되어 향후 2년간 점유율 55%로 향후 온디바이스 AI폰 시장 확대를 주도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특히 온디바이스 AI는 중장기적으로 D램, 낸드 탑재량을 2배 증가시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 출하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전 산업의 응용처 확대로 GPU를 보완할 개별 맞춤형 NPU 수요 증가로 이어져 가온칩스, 칩스앤미디어, 에이직랜드, 오픈엣지테크놀로지, 퀄리타스반도체 등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IP,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파운드리)에도 탄력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 CES 2024 전시제품.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CES 2024 전시제품. 사진=SK하이닉스

AI 시장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수요 증가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HBM은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에서 작동하는 생성형 AI 장치를 구동하는 첨단 칩이다. 최근에는 엔비디아, AMD 등이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 이례적인 선수금까지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HBM 물량 선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올해 39억 달러에서 2027년 89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D램의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HBM과 같은 첨단 메모리에 대한 투자를 상용 D램보다 최대 10배까지 늘릴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HBM 관련 설비투자에 올해 10조원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올해 예상치인 6조∼7조원보다 43∼67% 늘어난 규모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CEO)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시가총액 200조원 달성을 포부로 밝혔다. 현재 대비 2배 높은 수준으로, AI 메모리를 성장 동력으로 삼을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특히 최근 수요가 높은 HBM2E·HBM3 등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HBM 등 그래픽 D램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3분기 매출 9조원 중 5분의 1을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AI 메모리 경쟁 우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 전략도 발표했다. 메모리 사업 패러다임도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고객 맞춤형 수주 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서버 대신 기기 자체에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하는 특성상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고용량·고성능 낸드가 필수인 만큼 그간 부진했던 낸드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전문 연구원은 9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AI 반도체의 경우 다른 분야에 비해서 성장 속도나 규모 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봤을 때 규모(전체의 10% 수준)라든지 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는 아이템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수요를 회복하려면 IT 제품 수요가 먼저 개선돼야 한다. PC나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등 수요산업은 아직 크게 교체수요라든지 변화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수요가 위축된 상태라 필수수요는 어차피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반도체 전체산업이 지난해 불황이 길었지만 최근 메모리 반도체의 감산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작년에도 반도체 산업의 ‘상저하고’의 흐름이 있었고, 올해 역시 상저하고로 우상향의 흐름으로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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