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이 지난 2020년 3월 13일 발표한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 관련 보도자료 내용 중 일부. 자료=일양약품
일양약품이 지난 2020년 3월 13일 발표한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 관련 보도자료 내용 중 일부. 자료=일양약품

[이코리아] 경찰이 자사 제품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부풀려 주가를 띄웠다는 의혹을 받는 일양약품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일각에서는 일양약품이 주가조작 처벌을 강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첫 적용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로 서울 강남구 일양악품 본사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일양약품이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의 코로나 치료 효과를 부풀려 발표해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앞서 일양약품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환자에게 슈펙트를 투여하자 대조군 대비 70%의 바이러스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당시 일양약품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 후보물질 검증을 위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생물안전센터 내 ‘생물안전 3등급(BSL-3)’ 시설 연구팀에 의뢰한 결과에서 탁월한 유효성을 확인했다”라며 “슈펙트 투여 후 48시간 내 대조군 대비 70%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와 HIV 치료제 ‘칼레트라’ 및 독감치료제 ‘아비간’과 비교해 우월한 효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보도자료가 발표되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일양약품 주가는 순식간에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양약품 주가는 2020년 3월 12일 2만2300원에서 16일 3만6450원으로 2거래일만에 1만4150원(63.5%)나 급등했으며, 같은 해 7월 24일에는 장중 한 때 보도자료 전 대비 5배 이상 오른 10만65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일양약품이 2021년 3월 임상을 중단하면서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8일 종가 기준 일양약품 주가는 1만5030원으로 고점 대비 7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경찰은 일양약품이 연구팀 보고서에서 유리한 내용만 보도자료에 포함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더하는 등 치료 효과를 부풀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문제는 주가가 급격하기 오른 상태에서 일양약품 오너일가 등 대주주 일부가 보유주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일양약품 오너일가 4명은 당시 보유주식 8만2000주를 매도했는데, 주가가 5배나 오른 만큼 시세차익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지난 2022년 국정감사에는 김동연 일양약품 대표가 출석해 “사회적 물의가 일어난 데 대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라며 사과하기도 했다. 

만약 경찰 수사 결과 일양약품의 시세조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개정된 자본시장법의 첫 적용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부당이득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4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부당이득액’에 대해서도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으로 명확한 정의를 제시하고, 하위규정에서 행위 유형별 구체적인 산정방식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과징금 제도 도입 및 부당이득 법제화를 통해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가 가능해짐으로써 범죄자가 실제로 얻은 경제적 이득에 상응하는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양약품은 치료 효과 왜곡 및 주가조작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실제 일양약품은 지난 2022년 해명자료를 내고 “고려대학교 연구 결과를 다르게 보도한 사실이 없음을 수사 기관을 통해 소명했다”라며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본 건 정보를 이용한 사실도 없음을 소명한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양약품이 시세조종 혐의를 소명하고 비판 여론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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