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수출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부산항. 사진=뉴시스
사진은 수출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부산항.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친이란 예멘 반군의 선박 공격에 따른 홍해 해협 운송 중단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우회항로를 택한 선박이 늘어 해상 운임이 치솟으면서 해운업계의 반사이익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해운업계는 일시적인 이익일 뿐,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컨테이너 운임료 추이를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897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홍해 수에즈 운하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운임은 더 높아졌다. 12월 말까지 상하이-노르딕 항로의 현물 운임은 2,694달러/TEU로 12월 초의 3배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동시에 상하이-동/서부 미국 항로의 운임은 약 50% 상승했다. 상하이-노르딕 항로는 2022년 초 최고치인 하루 7,800달러/일에 비해 여전히 약 65% 낮은 수준이지만, 팬데믹 영향을 제외한 운임은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 동부와 유럽으로 향하는 국내 선박들은 홍해 해협이 막히면서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 희망봉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의 민간선박 공격으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홍해 인근 해역에서 운항하는 우리 선박의 안전관리 상황을 점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일 해운 업계, 물류기업, 선사 등 업계와 함께 홍해 해상 물류 리스크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산자부에 따르면,  홍해 해협, 파나마 운하의 해상물류 차질로 인해 선사들의 우회 항로 대체 등으로 운송기간이 증가하고 해상운임이 상승 중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컨테이너 1개 기준, 부산에서 미국 동부로 가는 운임은 한 달 사이 약 500달러가 급등하며 지난달 28일 기준 3000달러를 돌파했다. 부산에서 유럽으로 가는 운임은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뛰었다. 운송 기간도 편도 기준 일주일가량 늘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의 수출품 선적과 인도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현재까지 수출입 물동량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에즈․홍해지역을 경유하는 일부 국내 원유 도입 유조선의 경우 희망봉 우회를 적극 추진하는 등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도입도 차질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현재 수출입 물동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예멘 반군이 지난 3일(현지시간) 프랑스 선박을 공격하는 등 사태 장기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일(현지시간) 덴마크의 머스크와 독일의 하팍로이드가 홍해 항로를 계속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홍해를 통한 운송 중단을 다시 한 번 발표했고, 하팍로이드는 홍해 항로를 최소 1주일(1월 9일까지) 이상 계속 피하기로 했다.

두 해운 대기업은 예멘의 후티 무장세력이 홍해에서 화물선들을 공격함에 따라 아프리카 남부 희망봉을 통해 일부 항로를 변경해 왔다. 외신은 “아프리카 남단 주변으로 선박을 이동시키는 것은 아시아와 북유럽 사이를 왕복할 때마다 최대 100만 달러(약 13억 1630만원)의 추가 연료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혼란은 상품 배송비를 증가시킬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수에즈 운하는 전 세계 컨테이너선 화물의 약 3분의 1이 이용하고 있다.  최근 후티 무장세력의 홍해 공격 이후 중동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인해  2024년 첫 거래에서 유가를 상승시켰다.  이로 인한 여파로 실제로 일부 해운사가 최근 운송료를 20% 인상했다고 밝혔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월 28일부터 1월 1일까지 수에즈 운하의 총 수송량은 270만 톤으로 12월 상반기 평균 대비 38% 감소했다. 선분별로 보면, 컨테이너선, LPG운반선, 자동차운반선, LNG운반선의 수송량은 각각 72%, 60%, 49%, 35% 감소한 반면, 벌크선과 유조선의 전체 수송량은 예년 12월 수준과 유사했다.

홍해 노선을 피하는 선박의 수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며, 컨테이너선 시장이 특히 큰 영향을 받고 있다. 11월 중순부터 기록이 시작된 이래 총 약 309척(총 400만TEU)의 컨테이너선이 희망봉 우회를 선택했는데, 이는 12월 21일 기록한 155척(총 190만TEU)에 비해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IBF(국제교섭기구)에서는 지난해 12월 22일부터 홍해 인근해역을 High Risk Area(HRA, 고위험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IBF HRA '홍해 인근해역' 적용은 오는 2월 1일까지이며, 이후 현지 보안상황에 따라 추가 연장여부가 검토될 예정이다. 

'IBF 협약이 적용되는 선박/선원'에 대해서는 △해당해역 통항(기항)기간 동안 기본금 100%에 해당하는 보너스 지급 △피격에 의한 선원의 사상(사망, 장해) 발생시 보상금 2배 지급 △ISPS 보안 3등급에 해당하는 보안조치 이행 등이 적용된다. 

물류비가 급등에 화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데 HMM 등 선사들에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4일 운임이 크게 뛰었다는 소식에 HMM 주가는 장중 6%까지 올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오후 1시 기준 HMM 주가는 2만650원으로, 지난 5일간 2.48% 올랐다. 

하지만 업계에선 당분간 운임지수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은 있겠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홍해 리스크'가 장기화된다면 연료비 등 복합적인 관계로 인해 향후 이익 발생을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8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상선의 경우 승무원 안전뿐만 아니라 조 단위의 화물을 싣고 가는 경우도 왕왕 있는 만큼 안전 확보를 위해 당분간 수에즈 운하를 피해 희망봉 노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업계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운임이 결정되는 만큼 현재 투입된 선박을 감안했을 때 운임이 올라가고 있는 추세는 맞다”면서도 “운임은 시장상황에 따라 반영되는 거라 수에즈 운하 리스크가 커지는 유럽노선의 경우 맞을지는 몰라도 다른 쪽 노선은 꼭 그렇진 않다”면서 글로벌 불확실성과 여러 요건을 고려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달 11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무역 규모가 지난해보다 4.6%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홍해 사태가 길어지면 세계 교역이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도 해운업종에 대해서는 보수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운송 리포트에서 “해운업종의 업황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투자자들은 보수적 투자의견을 유지한 채, 업황의 반전 트리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컨테이너선 해운의 경우 해운사들의 적극적인 운항 축소가 업황 바닥의 시그널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벌크선 해운의 경우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운항 축소, 또는 예상보다 큰 중국 경기 부양의 효과 등이 주가 반등의 트리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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