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나의 교육 공동체에서 유아들과 함께 수업을 할 때 교사들은 옆에 앉은 급우들끼리 서로 경쟁하지 않도록 지도한다. 단순히 말로만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학습자들끼리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세팅을 유지하려 노력하는데, 이는 우리 교육 공동체에서 가르치는 교사의 기본 책무 중의 하나이다. 

이는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에만 있지 않고 더 나아가 그들에게 ‘그 지식을 갖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가르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유치원에서 교사가 유아들을 놓고 수업을 진행한다고 하자.

“여러분, 지난번에 우리가 ‘ㄱ’을 쓰는 법을 배웠지요? 오늘은 복습을 해 볼게요. 여기 칠판을 보세요. 선생님이 먼저 써 볼게요. 옆으로 이렇게 먼저 긋고, 연필을 떼지 않고 아래로 그어요. 그러면 ‘ㄱ’이 되죠? 자 그럼 각자 노트에다가 ‘ㄱ’을 써 봅시다.”

그러면 보통의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교사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혹은 말을 하고 있는 도중에 이미) 몇몇 아이들은 쏜살같이 연필을 잡고는 허겁지겁 노트에 ‘ㄱ’을 쓴다. 그리고 개중 가장 먼저 끝낸 한두 명이 잽싸게 손을 들면서 이렇게 외친다.

“저 끝났어요!”

굳이 시키지 않았는데 경쟁을 하고, 애써 가르지 않았는데도 승패가 갈린다. 그것이 우리 자녀들 간에 퍼져 있는 문화이다.

이런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면, 한 그룹에서 먼저 끝내는 아이들은 대개 몇으로 정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들은 매번 초조하게 선두 그룹 승부를 벌인다. 때로 이기고 때로 진다. 그 와중에 다수의 아이들은 승부에서 멀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학습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행동이 잰 저 아이들보다 빨리 무언가를 해내는 일은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교육 공동체에서는 저런 상황을 만들지 않고자 노력한다. 

그것은 첫째, 행동이 남보다 느린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동이 느린 아이에게 매 수업마다 “너는 무언가 잘못하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던질 이유가 전혀 없다. 느려도 자기 할 일을 할 수 있으며, 다소 뒤쳐져도 얼마든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느린 사람을 계속해서 경쟁에 몰아넣으면, 그 사람이 불필요하게 불행해진다. 그런 지독한 일을 교육이 조장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둘째, 저런 상황은 행동(또는 두뇌 회전)이 빠른 아이에게도 교육적으로 손해이다. 그렇게 빨리 ‘ㄱ’ 쓰기를 마친 아이의 ‘ㄱ’을 보면 가로획과 세로획이 바르게 쓰여 있지 않고 대충 쓰여 있거나 글씨가 날아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로획과 세로획을 그으라는 교사의 지침을 정확하게 이행하지 못한 상황이다. 남과 경쟁하지 않고 차분히 앉아 ‘ㄱ’을 썼더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었던 임무인데, 남을 의식하고 이기고자 하는 데에 집중하다 보니 배울 것을 못 배우고 실패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공동체의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공개적으로 “저 끝났어요”라고 크게 말하는 일을 금하고 있다. 대신 교사가 지시한 임무를 먼저 끝낸 아이는 조용히 연필을 내려놓고 바른 자세로 앉아 기다리도록 지도한다. 무언가를 빨리, 남들보다 먼저 끝냈다고 해서 절대 아이를 칭찬하지 않는다. 다만, 임무를 마친 후에 바른 자세로 잘 앉아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때로 칭찬한다. 속도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그 임무를 성실하게 대했는가, 정확하게 마쳤는가’이다. 거기에 집중해서 아이들을 지도한다. 

임무가 끝난 후에 무언가 순서대로 아이들에게 기회를 줄 일이 있는 상황이 불가피하게 있다 하더라도 임무를 끝낸 순서대로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혹 금기를 잊고 “저 먼저 끝냈어요”라며 어필하는 아이가 있다면, (안타깝지만) 그 아이는 가장 마지막에 기회를 준다. 자신의 재능을 경쟁을 위해 사용한 대가, 늦은 사람을 배려하지 못한 대가를 현실로 지불하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이 진정으로 필요한 일이었는가를 돌아 볼 기회를 준다. 그것이 그도 살고 다른 이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한두 번만 겪어도, 해당 아이는 자연스레 변해 간다. 남을 이기려 했던 패턴이 사그라들고, 무조건 남보다 빨리 하려 했던 조급함이 사라진다. 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더 이상 그럴 필요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남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임무의 집중하며 자기와의 싸움을 해 내는 습관이 생긴다. 더불어 남을 기다릴 줄도 알게 된다. 혹 자신이 늦었을 때에도 그것을 수치스러워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교실에서 불필요한 경쟁이 사라지면, 교실 전체가 평온해진다. 사실상 행동이 남보다 재빠르지 않은 학생은 교실 안의 대다수인데, 그 다수가 소수의 재빠른 아이들로 인해 과도한 박탈감을 느낄 이유도 없어진다. 학생들은 느리던 빠르던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한다. 자신보다 빨리 혹은 늦게 해내는 사람을 판단할 이유도 없어진다. 

우리의 모든 교실에서 이런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필자 소개] 이송용 순리공동체홈스쿨 교장, 전 몽골국제대학교  IT 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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