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전체 부동산 익스포저 대비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 비율.(단위: %) 자료=나이스신용평가
증권사 전체 부동산 익스포저 대비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 비율.(단위: %) 자료=나이스신용평가

[이코리아]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제2금융권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2금융권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크지 않지만, 단기적으로 수익성·유동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최근 채권단에 보낸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에서 1조3007억원의 직접차입금을 조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시행사가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에 대해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보증을 선 규모는 9조1819억원으로 집계됐다.

보증 채무 규모가 적지 않은 만큼, 금융권에 미칠 여파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금융권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는 4.58조원에 달한다. 특히, 손실흡수능력이 양호한 은행·보험사를 제외한 증권·캐피탈·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된 제2금융권의 익스포저가 크지 않은 데다 대부분 대응 능력이 충분한 대형사에 몰려있는 만큼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제2금융권의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개발 사업장 익스포져는 1.6조원 규모”라며 “해당 업종 총자산과 자기자본 대비로는 작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국내 25개 증권사의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개발 사업장 익스포져는 총 0.9조원에 달한다. 이는 25개 증권사 자기자본의 1.2%, 전체 부동산 익스포저의 1.9%로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 중 69%는 미래에셋·NH·한국투자·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투자증권 등 자기자본 5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에 몰려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증권업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를 직접대출 2200억원, PF대출잔액 9200억원 등 총 1.1조원으로 집계했다. 한신평은 “익스포져를 보유한 증권사는 대체로 대형증권사로, 해당 증권사의 2023년 9월 말 평균 자기자본 규모가 약 3.5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자기자본 대비 부담은 대부분 2%~5% 내외로 미미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캐피탈사도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가 크지 않은 편이다. 나신평은 국내 26개 캐피탈사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를 책임준공 5277억원, 단순시공 1246억원 등 총 6522억원으로 집계했다. 이는 캐피탈사의 전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의 3.5%, 자기자본 대비 3.1% 수준이다. 게다가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 중 A+ 이하 캐피탈사의 익스포져는 484억원에 불과하며 대부분(6038억원)은 AA- 이상 캐피탈사가 보유하고 있다. 

한신평 또한 캐피탈사의 자기자본 대비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 비율을 평균 3.1%로 추산했다. 한신평은 “익스포져의 대부분이 본PF인 상황에서 본PF 사업장의 52.3%가 엑시트(Exit) 분양률을 초과했으며, 주거용 비중이 50.0%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할 때 최종적인 상환가능성은 다소 양호한 것으로 분석한다”라며 “태영건설 사업장의 사업성 저하로 건전성이 요주의 혹은 고정 등으로 분류된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인 대손상각비 부담은 2023년 3분기 누적 캐피탈사 당기순이익 대비 평균 3.5%~10.5%로 각 캐피탈사의 손실흡수력으로 감내가능한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한신평에 따르면, 국내 7개 저축은행의 태영건설 관련 직접 익스포저는 100억원, 태영건설이 신용보강을 제공한 간접 익스포저는 733억원으로 자본대비 비중이 미미한 편이다. 한신평은 “신용보강은 대부분 태영건설의 수분양자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으로 준공 후 토지와 건물 담보대출 등을 통한 상환가능성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위험수준은 낮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시장 자금경색, 충당금 추가 적립에 따른 수익성 저하 등의 단기적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나신평은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개발 사업장 익스포져가 큰 회사를 중심으로 충당금 적립부담이 증가할 수 있으며, 건전성 저하와 더불어 수익성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PF 유동화시장 및 단기자금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가 번지면서 부동산 PF 시장 전체에 리스크가 확대될 위험도 아직 남아있다. 건설업계 및 부동산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업계 전반의 자금경색이 심화되거나, 다른 건설사에서도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사례가 발생할 경우 금융권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 

한편, 정부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가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며 “태영건설 워크아웃 추진 상황에 따라 부동산 PF 시장 및 금융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PF 사업장별 사업성 등을 감안해 보다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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