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올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다올투자증권

[이코리아]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행동주의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물론 ‘큰손’ 개인투자자까지 주주환원 제고 및 지배구조 개선 등 다양한 주주제안을 내놓고 있다.

실제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2대 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로부터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 겸 다올투자증권 대표의 보수 삭감 및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받았다. 

프레스토투자자문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회사의 손실 규모가 급격히 심화하고 있으나 이병철 회장은 지난해 22개 증권사 개별연봉 공개 대상 중 성과급을 제외한 연봉이 가장 높았다”라며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내년 이 회장의 보수액을 삭감해 주주들과 임직원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25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115억원, 2분기 228억원, 3분기 32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다올투자증권은 과거 저금리 기조에서 부동산 금융을 확대하며 급격하게 성장한 만큼,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의 여파를 더욱 크게 맞는 모양새다. 

실제 다올투자증권의 우발채무 규모는 지난 9월말 기준 5554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74.4%에 달한다. 부동산 PF 관련 PF 관련 우발채무 및 기업여신 규모는 4829억원(자기자본 대비 64.7%)로 여전히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다올투자증권의 의 기업신용등급(ICR) 및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한기평은 “IB수익 급감과 대손비용 확대로 영업실적 및 경상적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며 “부동산PF 관련 건전성 부담이 내재하며 유동성 대응력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실적 악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2대 주주인 김 대표가 ‘이 회장 책임론’을 제기한 것은 경영권 인수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슈퍼 개미’로 불리는 김 대표는 라덕연 사태 당시 폭락한 다올투자증권 주식을 매입해 현재 14.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회사의 주주로서 좀 더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수행할 계획이 있다”라며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현재 이 회장의 다올투자증권 지분율은 25.19%로 김 대표보다 10.85%포인트 높다. 아직 격차가 크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미 지난 2016년 2대 주주가 다올투자증권 경영권 획득한 사례가 있는 데다, 그 주인공이 바로 이 회장이기 때문이다.

당시 KTB투자증권 대표를 맡고 있었던 이 회장은 다올투자증권의 전신인 KTB투자증권 주식을 매입해 지분율을 14%까지 늘린 바 있다. 권성문 당시 KTB투자증권 회장의 지분율은 22%로 지금과 상황이 상당히 비슷하다. 지난 2018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권 전 회장이 이 회장에게 지분을 넘기면서, 결국 경영권 분쟁은 종료됐다. 

아직 김 대표가 경영권 인수 의지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이번 주주서한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경영권 분쟁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주주행동주의의 공세에 직면한 것은 다올투자증권뿐만이 아니다. 삼성물산의 경우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계 헤지펀드 화이트박스는 최근 삼성물산과 비공개협의를 통해 명확한 자본배분계획을 확립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부터 삼성물산에 투자해온 화이트박스는 이미 약 1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화이트박스는 삼성물산 주식이 순자산가치(NAV) 대비 68%가량 할인돼있다며, 주주 수익률과 연계된 임원 보상 체계를 도입해 할인율을 낮추라고 요구했다. 

또한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은 삼성물산 주가와 실제 기업가치 간에 약 250억 달러(33조원)의 격차가 있다며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특정 사업부 매각, 이사회 구성 다각화, 주주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같은 영국계 펀드인 시티오브런던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도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2300원에서 올해 4500원으로 상향하고, 내년까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KT&G도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 캐피탈파트너스(FCP)로부터 경영개선 요구를 받고 있다. 앞서 FCP는 안다자산운용과 함께 지난해 주주제안 캠페인을 벌이며 현금배당 확대 및 사외이사 선임 건을 두고 KT&G와 대립했으나, 결국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요구안이 부결되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FCP는 지난 1일에는 백복인 현 사장의 4연임을 반대하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FCP는 “백복인 사장이 3연임하는 과정을 관찰한 결과, 상장회사에 걸맞는 최소한의 상식, 공정성, 투명성 모두 결여돼 있다는 충격과 함께 큰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라며 사장 후보 자격을 내부 출신 인사로 제한한 기준을 폐지하고 충분한 검증시간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실제 KT&G는 연임 의사를 밝힌 현직 사장을 다른 후보자보다 우선해 심사하는 ‘현직 사장 우선 심사제’를 폐지했다. 지난 2022년 초 신설된 해당 조항은 단 한 번도 적용되지 못한채 사라지게 됐다. KT&G는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와는 무관한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FCP의 요구를 의식했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ESG 평가 및 투자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행동주의의 주주제안 통과율은 20.2%로 전년(5.6%) 대비 4배가량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점차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주주행동주의가 내년 주주총회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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