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해보험이 '지속가능경영 통합보고서 2023'에서 제시한 ESG 경영 추진 방향. 사진=D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이 '지속가능경영 통합보고서 2023'에서 제시한 ESG 경영 추진 방향. 사진=DB손해보험

[이코리아] 기후위기, 사회적 불평등, 윤리적 소비 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보험사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부터 ESG 공시 의무화를 위한 준비 작업이 본격 진행될 예정인 만큼, 보험사의 ESG 행보도 점차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국내 보험사들은 사내 ESG 관련 조직을 신설하거나, 투자 및 상품개발이 ESG 목표를 반영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ESG 경영에 나서고 있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지난해 3월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신설해 ESG 목표 및 전략방향 설정, 세부 실천과제 수립, ESG 이슈 관련 승인·검토 등을 담당하도록 했다.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분야 투자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신한라이프가 올해 2월 처음 발간한 ESG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신한라이프의 ESG 연관 자산 규모는 지난 2017년(2752억원)에서 지난해 10월 말 기준 7926억원으로 5174억원(88%)이나 증가했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매년 ESG 관련 자산 규모가 22%씩 증가한 셈이다. 

지난 2019년 민간 금융사 중 최초로 ‘탈석탄 투자’를 선언한 DB손해보험 또한 ESG 경영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DB손보는 2019년부터 ‘DB손해보험 교통·환경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교통·환경 분야의 난제를 해결할 혁신적 방안을 제시하는 소셜벤처를 발굴·지원해왔으며,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2030 환경경영 추진방안’을 마련해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활동 및 본사·제3자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검증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교보생명 또한 지난 2010년 국내 보험사 중 처음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제협약인 유엔 글로벌콤팩트(UNGC)에 가입하고 이듬해부터 생보업계 최초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21년에는 교보증권 등 계열사들과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의 지속가능보험원칙(PSI)에 서명하는 등 꾸준히 ESG 경영을 강화해오고 있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친환경 시설 등 ESG 투자 규모는 9조원으로 10년 전(3조원) 대비 3배 가량 늘어났으며,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및 ESG 관련 펀드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교보생명은 한국표준협회에서 주관하는 '2023 대한민국 지속가능성 대회'에서 지속가능성지수(KSI) 생명보험 부문 1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신한라이프
사진=신한라이프

보험사들이 이처럼 ESG 경영 추진에 나서는 것은 더 이상 재무적 요소만으로 기업을 평가하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오는 2026년부터 국내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EU도 역내 금융사의 투자상품 관련 지속가능성 정보공시를 의무화했으며, 미국도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후 관련 재무공시 규칙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보험사의 ESG 경영이 꼭 억지로 해야 할 숙제는 아니다. 보험사의 ESG 경영이 수익성과 건전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보험회사의 ESG 경영이 위험 추구 및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보험회사에서 ESG 경영은 궁극적으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보험산업은 ESG 경영의 실천 및 확대를 위한 노력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보험사의 ESG 평가등급과  위험추구·경영성과 간의 관계를 분석했는데, ESG 등급이 높은 보험사일수록 위험 수준이 낮고 수익성과 기업가치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상관관계는 중소형사보다 대형사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초래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경제침체로 인해 기업의 위험이 증가하고 경영성과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보험사의 ESG 경영은 코로나19가 위험과 수익성 및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시킨다”며 “이는 코로나19와 같은 외부적 충격으로 인해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보험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가치제고에 있어 ESG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회사 석탄금융 잔액(2022년 6월 말 기준). 자료=한국금융연구원
국내 금융회사 석탄금융 잔액(2022년 6월 말 기준). 자료=한국금융연구원

다만, 다수의 보험사가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아직 그 성과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ESG 공시 의무화를 2년 앞둔 현재까지도 국내 보험사 중 25%가 ESG 경영에 대한 정보를 공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탄소중립에 대한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지만, 보험사의 석탄발전 투자 규모는 민간 금융기관 중 가장 크다. 지난해 6월 기준 보험사의 석탄금융 잔액 규모는 15.1조원으로 전체 민간 부문 석탄금융 잔액(20.8조원)의 73%를 차지했다. 

한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사들에서 ESG 경영의 성과는 아직 미흡하게 나타나고 있어 보험산업에서 ESG 경영과 관련하여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라며 “환경과 사회 부문의 평가 결과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황에서 향후 보험산업에서 이들 부문에서의 활동이 지금보다 더 가시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사업에 그치지 말고 보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행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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