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내 시공 순위 16위인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신용평가사들도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태영건설은 28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금융채권자협의회에 의한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워크아웃은 부실기업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 및 재무구조 개선 작업으로, 도산 위기에 처해 있지만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 금융기관들이 채무조건 완화, 신규자금 지원 등을 논의하는 절차를 말한다. 

태영건설의 위기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PF 우발채무를 막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은 당장 28일 만기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 관련 PF 브리지론 480억원의 대출 연장에 실패하면서 워크아웃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은 해당 부지를 1600억 원가량에 매입하면서 브리지론 480억원을 토지비로 조달했는데, 이 가운데 48억원만 상환해 아직 432억 원이 잔액으로 남아 있다.

이 밖에도 태영건설이 연내 갚아야 하는 대출 규모만 3956억원, 내년 1분기까지는 4361억원에 달한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는 21일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하향검토)로 강등하며 “공사원가 상승 및 영업자산 누적에 따른 현금흐름 저하, 지방 분양시장과 비주택 시장의 부진을 감안할 때 PF우발채무 대응 등으로 확대된 차입부담 또한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이번 위기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까지 폐업신고를 한 건설사는 총 366곳으로 전년 대비 71%나 증가했다. 부도가 난 건설사도 19곳으로 당장 이달에 8개 건설사가 부도를 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지방의 중소형 건설사였지만, 이번에는 시공능력평가 16위의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까지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그 파장에 대한 우려도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짊어지고 있는 대출 부담도 심각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건설업종 대출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23조2387억원으로 지난 2021년 말(15조9704억원) 대비 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액은 1051억원으로 2021년 말(330억원) 대비 3.2배나 늘어났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PF 우발채무 규모도 올해 8월 말 기준 22조8000억에 달한다. 우발채무는 현재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장래 특정 상황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는 잠재적 부채를 말하는데,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사업이 중단돼 시행사가 상환에 실패하면 결국 건설사가 떠안게 된다. 

이 때문에 신평사에서도 중견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GS건설과 동부건설의 신용등급을 각각 A+에서 A로, A3+에서 A3으로 강등했다. 한기평은 GS건설에 대해 “지난 수년간 수처리·모듈러 등 신사업부문에 대한 투자, 건설부문의 운전자본 등으로 재무부담이 확대돼왔다”라며 “이로 인해 레버리지 지표가 상승하고 전반적인 재무구조가 약화된 가운데, 2023년 4월 발생한 인천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에 따른 전면 재시공 비용 5500억원을 일사 반영하며 확대된 재무부담의 경감시점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동부건설에 대해서는 “수익성 하락에 따른 영업현금흐름(OCF) 축소, 용지 관련 투자부담 등으로 2023년 9월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전년말 대비 약 1000억원 증가한 520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점 부채비율 또한 206.3%로 상승하는 등 재무부담이 가중됐다”라며 “다수의 주택사업 관련 매출채권, 해외사업 기성 진행에 따른 선수금 감소 등으로 운전자본부담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잔여 토지대금의 납부도 2024년까지 예정돼 있어 당분간 과중한 재무부담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기평은 또한 신세계건설에 대해서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시황이 좋지 않은 대구에 위치한 빌리브 라디체, 빌리브 루센트, 빌리브 헤리티지 등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에서 대손인식이 본격화돼 영업적자 903억원, 당기순손실 766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이 큰 폭으로 저하됐다”라며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의 경우, 분양경기 위축에 따른 추가 대손인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높은 원가부담, 분양경기 불확실성을 감안시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부동산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건설업계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 중 하나다. 한기평은 “경기 부진 및 고금리 지속으로 실질 구매력이 저하되고 있어 공격적인 분양가 책정이 용이하지 않고, 건설사 대손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준공후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대손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기평은 이어 “금융권의 PF 관련 익스포저 축소로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현실화되어 건설사 자금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라며 “외형 축소에 따른 현금흐름 저하, 공사미수금에 따른 운전자본부담, 금융환경 악화에 따른 자금소요 등을 고려할 때 재무부담은 확대 추세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업계 전반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2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회의를 열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부동산PF‧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향후 워크아웃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와 설득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시장참여자의 신뢰와 협조가 필요하다”라며, “정부도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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